‘트럼프 폭주’에 美법원 잇따라 제동 걸지만…다 ‘플랜B’가 있다?[디브리핑]

김지헌 2025. 9. 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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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기치 아래 글로벌 관세 전쟁, 미국 대학교 지원금 중단 등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뜻밖의 복병이 등장한 모양새다. 바로 미국 연방법원.

미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끝을 모르는 듯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트럼프발(發) 정책 폭주’가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제동에 대비한 ‘플랜 B’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차선책을 구상했을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관세 협상’도 ‘대학 지원금 중단’도 美 법원서 “안 돼”

최근 미 연방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행으로 크게 이슈가 됐던 글로벌 관세정책과 미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금 중단 등에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대4로 상호관세 등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주로 적국에 대한 제재 부과나 자산 동결에 활용됐는데, 이 법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해 재판부는 “IEEPA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비상조치 권한을 부여하지만, 해당 법률은 관세를 언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도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재판부는 “의회가 IEEPA 제정 당시 과거 관행을 벗어나 대통령에 관세 부과에 대해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려 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정치 편향적”이라면서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거대한 무역적자, 다른 나라들이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감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그것(관세)들을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법원 상고 방침을 시사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인한 혼란과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가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해 관세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한 국제무역법원(USCIT)의 지난 5월 28일 판결에 대해 미 정부가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무역법원이 지난 5월 재판부 3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는데, 항소심도 이를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항소심의 판결을 뒤집어달라며 연방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D. 존 사우어 법무부 차관은 이날 제출한 상고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무효로 결정한 하급심의 판결을 파기해달라고 연방대법관들에게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한 한 사람이 지난 7월 21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존 조지프 모클리 연방 법원 밖에서 시위대와 교류하고 있다. 이날 하버드대학교 측 변호인단은 연방 법정에서 연방 정부가 20억 달러가 넘는 보조금과 계약을 동결한 것은 위법이며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게티이미지]

관세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지급하던 연방 재정 지원금을 중단한 것도 위법 판결을 받았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우스 판사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시행한 연방 지원금 동결 및 중단 조치를 취소한다고 지난 4일 결정했다.

버로우스 판사는 이날 결정문에서 하버드대가 최근 몇 년 새 반유대주의 문제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조금 중단으로 영향을 받는 연구와 반유대주의 사이에는 현실적으로 거의 관계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행정부가 자금 지원을 갑작스럽게 끊은 것은 반유대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파악하기 전에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이는 자의적이거나, 더 나아가 구실에 불과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미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민권법 제6장은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국가 등을 근거로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히며 “하버드는 여전히 연방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며 “최종적으로는 승소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믿을 구석’, 아직 ‘연방 대법원’이 남아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랜 B’를 가동하기 이전에, ‘믿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중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9명의 대법관 가운데 6명이 보수, 나머지 3명만 진보 성향이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비롯한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사망하거나 의회 탄핵소추로 파면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평생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시기에 추가로 대법관들이 물러나게 되어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되면 최소한 2045년까지는 대법원 내 보수 우위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하듯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심상치 않은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관세의 힘을 현명하게 활용했고, 이제 미국은 다시 존중받고 부유하게 됐다. 관세가 없다면 그들과 싸울 방법이 없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 대법원의 역대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린 (소송에서) 큰 승리를 거둘 것 같다”며 “그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보면 외국인이며 수년간 여러 나라가 미국을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EU와 협정을 맺었고 일본, 한국과도 합의를 끝냈다”면서 “협상이 완료됐는데 (소송에서 지면) 이것들을 풀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인 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와 존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이 지켜보고 있다.[게티이미지]

관세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이미 체결한 무역 합의를 무효로 할 수 있다면서도 ‘대법원’을 콕 집어 큰 승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하버드대에 대한 재정지원금 동결 위법 판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주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 ‘더 하버드 크림슨’은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 전략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을 장기간의 항소 절차를 거쳐 회부하는 방안 ▷신속한 심리를 위해 대법원으로 직행하는 방안 중에 한가지를 쓸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항소 절차를 거쳐 회부하는 방안은 민주당이 임명한 판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순회법원으로 사건을 회부하는 것이지만, 대법원으로 직행하는 방안은 우파 성향의 대법원으로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관련 소송, 화석연료 개발 확대 행정명령, 출생 시민권 제한 소송, 강경 이민정책을 둘러싼 소송,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 등의 이유로 유학생 비자 및 영주권 박탈에 대한 소송 등 갖가지 소송이 쌓여 있고 이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위법 판결’ 나면, 그 다음 플랜 B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무역 협정 무효와 함께 이미 납부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납부된 IEEPA 기반 관세는 2100억 달러(292조1520억원)에 달한다.

플랜 B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긴 하다. 다만 IEEPA를 제외한 대부분 관세 조치는 상호관세처럼 전체 교역국을 대상으로 부과하긴 어려운 한계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IEEPA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위법 판정을 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5개 대체 법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 권한이 절대적인 IEEPA와 달리 대체 법률은 발효에 적지 않은 제약이 있어 순탄하진 않을 것이란 평가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현재 시행 중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품목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다. 1962년 제정된 이 조항은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개별 품목에 대해 매기며 관세율이나 적용 기간에 제한이 없다. 다만 관세를 부과하기 전 상무부의 조사가 있어야 하고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에 270일이 걸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한 무역 협회 회원들이 미국이 인도에 부과한 최근 관세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AFP]

무역법 201조와 301조 역시 대안이다.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미국 업체가 피해를 볼 때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다. 기존 관세에 추가로 최대 50%까지 인상할 수 있고 기간은 최대 8년간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한국산 세탁기 등에 발효한 바 있다. 이 역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와 공개 청문회 후 18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301조는 교역국의 차별적 대우로 미국 기업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경우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관세율에 제한은 없고 적용 기간은 4년 후 자동 종료된다. 요청이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다. 먼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예고한 미국이 근거로 삼은 조항이기도 하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별도 조사 없이 부과할 수 있지만 최대 150일간만 효력이 있다. 적용 기간을 연장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금껏 사용된 적은 없다. 관세법 338조 역시 아직 사용된 적 없지만 미국의 무기다. 교역국이 미국과 거래에서 부당하게 차별을 할 때 부과할 수 있는 조치로 최대 50% 관세를 매길 수 있다.

하버드대에 대한 재정 지원금 동결 위법 역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이 지원금 동결을 중단해도, 추가적인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와의 연구 계약·협력 프로젝트 계약 취소, 세제 혜택 제한, 비자 제한 등 다른 방식으로 대학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버드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 제한 시도는 법원의 판단으로 현재는 시행 중단 상태이나, 엄격한 관리와 제한 기조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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