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남미에선 무엇이 차(茶) 역할을 했나?

유영현 2025. 9.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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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권하는 의사 유영현의 1+1 이야기] 36. 1창 2기의 나라 파라과이, 그리고 마테차

차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도 찻잎은 작을수록 좋다고 알고 있다. 우전, 세작을 거론하며 작은 찻잎으로 차를 제작하면 귀하다는 점도 일반 상식이다.

조금 더 차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차는 1아 2엽, 1심 2엽 혹은 1창 2기를 사용하여 제작한다고 알고 있다. '아'(芽)는 싹을 의미하므로 싹 하나와 잎(葉) 둘의 의미가 1아 2엽이다. 싹을 심으로 표시하면 1심 2엽이라고 표현한다. 1창(槍) 2기(旗)는 싹을 의미하는 창과 깃발을 의미하는 기를 써서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과거 칼럼 ("우리 마시는 차 안에 오렌지 녹아 있다고?" 2024.09.28일자)에서 홍차의 찻잎 등급을 설명하였다. 1아 2엽은 홍차 잎 등급에서 싹, 오렌지페코와 페코를 포함하게 채엽한 찻잎을 의미한다.

한국 녹차에서 우전과 곡우는 1아 2엽으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다. 우전은 곡우 이전에 채취한 1심 2엽을 사용하고, 곡우는 곡우 이후 7일 이내에 채취한 1심 2엽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세작은 곡우 후 8일에서 10일 사이에 채취한 1심 3엽을 사용하여 제작한 차를 의미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세작도 1아 2엽으로 제작된다고 믿는다. [그림 참조]

찻잎의 등급, 1창 2기. [일러스트=손경희]

흔히 찻잎의 크기만이 차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맞지 않다. 보통 우전은 세작보다 귀하다. 그런데 우전에 포함된 엽은 세작에 포함된 싹보다 크다. 우전의 모든 잎이 세작보다 작은 잎이 아니니 잎이 작다고 무조건 맛있다는 말도 틀렸다.

파라과이, 그리고 마테차

1창 2기 국기를 가진 나라가 있다. 파라과이이다. 파라과이 국기는 앞 뒤면이 달라 1창 2기라 표한다. 영어로 "A spear with two flags". 1창 2기의 국기를 가진 세상에서 유일한 나라 파라과이는, 차의 나라는 아니다. 그들은 대용차(代用茶)인 '마테차'(Mate Tea, 또는 Yerba Mate)를 즐긴다.

마테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용차 애호가께서는 차와 대용차를 엄격히 구분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음용되는 범위나, 그간의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연구된 내용 등 차는 다른 대용차와 같은 무게로 다루어질 수 없다.

다만 대용차를 차와 비교하여 이해를 넓히는 데 적합한 차가 남미인들 영혼의 차로 불리는 마테차이다. 파라과이는 마테차 생산국의 하나이며 마테차의 학명에는 파라과이에서 유래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차나무는 상록의 활엽관목으로서, 학명은 Camellia sinensis이다. 동백나무 속 차나무종을 뜻한다. 인류가 단 한 종(種)이듯 차나무도 하나이다. 백인, 흑인, 키 큰 사람, 작은 사람이 있어도 인류는 하나이며, 녹차, 청차, 백차, 흑차, 홍차 등 여러 차종이 생산되지만 차나무는 오직 한 종이다.

마테차나무 서양호랑가시나무 (Yerba Mate) 역시 상록의 활엽관목이다. 감탕나무 속(屬)에 속하는 호랑가시나무는 세계에 수천 종이 존재한다. 마테차의 원료로 쓰이는 호랑가시나무는 그 중의 한 종이다. 서양호랑가시나무종으로 번역하고 학명은 Ilex paraguariensis이다.

우리나라에도 호랑가시나무는 자란다. 호랑이발톱으로도 불린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호랑가시나무이다. 해리포터의 지팡이로 쓰이는 나무는 학명이 Ilex aquifolium인 호랑가시나무이다.

마테차 나무는 차나무와 목-과-속-종이 겹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나무이지만 차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활성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차와 유사하다. 150여 가지 활성 화합 물질을 가지는 차보다 오히려 더 많다. 다양한 효능이 기대된다. 차와 마찬가지로 마테차 나무도 약재로 쓰였다. 신의 음료로도 불렸다.

마테차 나무...해리포터의 지팡이, 그리고 미국 할리우드

차나 대용차가 한 민족이나 거주민들에게 깊게 뿌리를 내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마테는 '마시는 샐러드'라 불린다. 채소 재배가 곤란한 남미 고산, 고원지대의 원주민들에게 단순한 기호품 수준이 아니라 중요한 영양공급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철분이 풍부하여,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남미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철분을 공급해 준다. 당연히 빈혈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차는 티벳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벳인들은 실제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구하기 힘들고, 온도와 바람 때문에 체온 유지가 힘든 고원지대에서 산다. 따뜻한 차는 섬유질, 미네랄과 중요한 비타민 섭취 수단인 데다 체온 유지에도 필요하다. 그들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야크 버터를 넣어 만든 차는 티벳인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닌 식품 역할을 하였다.

마테차도 동일한 기능을 하였다. 남미 산악지대에서 육식 중심의 식사를 했던 목동들은 마테차를 마셨다.

차나무가 신농씨 설화, 제갈공명의 전설 등 전설을 가지고 있듯, 마테차 나무도 풍부한 전설을 가졌다. 달과 구름의 여신이 지구에 내려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이들에게 식물을 선물하였다. 이 신비한 식물이 마테차나무이다.

겨울을 신의 분노로 여긴 고대 유럽인들은 늘 푸른 호랑가시나무가 그 분노를 풀어준다는 설화를 믿었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지팡이 중 하나가 호랑가시나무로 만들어졌다.

마테차 나무는 과거부터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였고 현재에도 우리 곁에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카드나 트리를 장식한다. 광택 나는 짙은 녹색 잎과 선명한 빨간색 열매가 성탄절 분위기를 북돋운다.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Hollywood) 역시 그 지역에 호랑가시나무(holly)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전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할리우드가 호랑가시나무 숲이라는 점은 인류에게 친근감을 준다.

세익스피어는 우정의 배신을 토로하는 시에서 호랑가시나무(green holly)를 등장시켰다. "헤이호 노래하라 헤이호 푸른 호랑가시나무를 노래하자. 대부분의 우정은 거짓이고 대부분의 사랑도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항상 사람들 주변에 있으면서 변함없는 푸르름을 주는 호랑가시나무가 우정의 배신에 실망한 세익스피어의 시에 등장한 이유는 당연해 보인다.

마테차에는 카페인이 있다? 없다?

마태차에도 카페인이 존재한다. 카페인은 커피에서 발견되어 카페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음 해 차에서 유사한 물질이 발견되고 이 물질은 '테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곧이어 두 물질의 화학구조가 같다는 것이 밝혀진 뒤 테인이라는 용어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테차에서 발견된 동일 화학물질을 '마테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상술 때문이다. 마테차를 광고하는 이들은 마테차에는 카페인이 없다는 식의 광고효과를 위해 마테인을 사용한다.

"마테인은 카페인에 비해 부드러우며 수면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선전하기도 하며, "카페인보다 신진대사를 효율적으로 촉진시킨다"고 선전한다. 간혹 "마테인이 카페인의 이성질체"라는 식의 정보도 있는데 카페인은 이성질체가 없다.

오히려 마테차에는 카페인 함량이 높다. 대략 차의 1.5배를 포함한다. 카페인은 약리활성이 너무 분명하여 해롭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체에 나쁜 화학물질이 아니다. 잠을 방해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이유로 경계하지만, 오히려 마테차가 신진대사를 보다 많이 활성화시킨다고 볼 수 있어 서구권에서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긴다. 마테인이라는 표현으로 카페인을 숨길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에게 깊게 뿌리내려 삶의 일부가 된 차와 커피처럼, 마테차도 남미인들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고원에서 서로의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영혼을 공유하는 방식이 되었다.

마테차는 차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차이다.

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유영현 원장 (yhyoo@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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