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려거든 꼭 기억해줘 [임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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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시에서 살아가는 참새야.
도시의 모든 구멍은 우리의 소중한 둥지가 될 수 있어.
가령 신호등에 난 구멍, 뚜껑이 떨어져 나간 아파트의 보일러 연통, 가스레인지 후드, 에어컨을 설치할 때 건물 벽에 뚫어놓은 구멍 등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말이지.
새들에게 둥지는 어떤 곳이냐고? 그저 내 새끼를 잘 키우기 위한 곳! 그래서 새끼가 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한날한시에 둥지를 떠나 자연을 집 삼아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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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시에서 살아가는 참새야. 도시의 모든 구멍은 우리의 소중한 둥지가 될 수 있어. 가령 신호등에 난 구멍, 뚜껑이 떨어져 나간 아파트의 보일러 연통, 가스레인지 후드, 에어컨을 설치할 때 건물 벽에 뚫어놓은 구멍 등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말이지.
우리 새들에게 둥지는 인간이 생각하는 집과는 의미가 좀 달라. 인간들은 집을 가족이 함께 사는 곳,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혹은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새들에게 둥지는 어떤 곳이냐고? 그저 내 새끼를 잘 키우기 위한 곳! 그래서 새끼가 날 수 있게 되기만 하면 한날한시에 둥지를 떠나 자연을 집 삼아 살아가.
내 부모님은 건물 벽에 난 구멍에서 알을 낳아 품다가 에어컨 설치 기사에게 들켜 실패하고 말았대. 슬픔을 딛고 건물 지붕 밑 다세대 둥지에서, 무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우리를 길러냈어. 8월 초에 둥지를 떠나 이소를 했는데 올여름은 역대급으로 덥다고 한걱정이셨어. 다행히 탐조책방 사장님이 큰 화분에 흙을 담고 모를 심어 벼를 키우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을 채워놓았다고 했어. 도시에 사는 새들이 언제든 물을 마시고 싶으면 논 화분 옹달샘에 와서 물을 먹을 수 있게 말이야. 해바라기를 심느라 풀을 매놓은 땅바닥에서는 모래 목욕도 할 수 있었으니 우리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지!

둥지에서 이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아직 날개가 튼튼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비실비실 날다가 건물에 살짝 부딪혔어. 잠깐 기절한 것 같은데 책방을 찾아온 손님이 나를 데리고 올라온 모양이야. 책방 사장님은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친 데는 없는지 살폈어. 책방이 무척 시원해서 기운이 좀 났어. 그런 나를 보고 사장님은 손가락에 물을 살짝 적셔 부리에 대줬어. 부리를 타고 물이 조금 들어오니 한결 더 살 것 같았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니까 나를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줬어. 정신이 들어 책방 여기저기를 날아다녔더니 책방 사장님은 “이제 나가봐도 되겠네”라면서 나를 데리고 나가 쓰러져 있던 곳에 놓아줬어.
인간 친구들에게 하나 부탁할 게 있어. 요즘 인간들의 SNS를 보니 새들이 더위를 먹었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물그릇 속에 집어넣거나 인간이 샤워하듯 물을 흠뻑 쏟아붓기도 하고, 억지로 부리를 벌리고 물을 집어넣기도 하던데 자칫하면 우리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새들은 인간과 신체 구조가 달라서, 억지로 물을 먹이다 기도로 물이 들어가면 질식사할 수도 있거든. 그러니 방법을 잘 모를 때에는 꼭 ‘야생동물구조센터’를 통해 구조해주기를 바랄게. 당장 물을 줘야 할 상황이라면 작은 뚜껑에 물을 놓아두고 새가 스스로 먹기를 기다려보거나, 손에 물을 묻혀서 부리에 살짝만 갖다 대줘.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인간도 갑자기 아프면 119에 전화해서 문의하거나 구급차를 요청하듯, 위험해 보이는 새를 구하고 싶다면 꼭 야생동물구조센터를 기억해줘. 다치고 지친 우리를 살리려는 인간 친구들의 마음 항상 잊지 않을게!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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