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명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사(前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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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굶주림'을 뜻하는 '홀로드'와 '멸종'을 말하는 '모르'의 합성어이다.
2022년 홀로도모르 90주년 추도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고의로 "식량 위기"를 일으켰다며 "폭탄, 총탄, 추위, 굶주림으로 우리를 다시 파괴하고 싶어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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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애플바움 '붉은 굶주림'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굶주림'을 뜻하는 '홀로드'와 '멸종'을 말하는 '모르'의 합성어이다. 1932, 1933년 소련의 스탈린 체제에서 무려 400만 명 가까운 우크라이나 농민 등 민간인이 먹지 못하거나 병으로 사망한 인류사에 기록될 참사를 가리킨다. 우크라이나는 11월 넷째 토요일을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해 매년 추도식을 열고 있다.
2022년 홀로도모르 90주년 추도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고의로 "식량 위기"를 일으켰다며 "폭탄, 총탄, 추위, 굶주림으로 우리를 다시 파괴하고 싶어한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홀로도모르를 단지 수확 부진이나 악천후에 따른 것이 아니라 농민, 민족주의자들을 향한 의도된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집단농장화의 비극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인을 말살하기 위해 계획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홀로도모르는 과연 제노사이드였을까. 미국 역사학자이자 애틀랜틱 기자로 활동하는 앤 애플바움은 2017년 쓴 이 책에서 홀로도모르는 스탈린의 제노사이드였다고 단언한다. 스탈린 체제에서는 식량 수탈은 물론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이주하는 것조차 막고, 물물교환이나 거래를 금지하고, 심지어 이웃이 굶어 죽어가도 쳐다만 보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 정책이 어떤 비극을 불러올지 뻔히 알면서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기반이 농촌이라는 걸 알기에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 시기 소련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지식인을 광범위하게 탄압해 민족 정체성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다는 점도 제노사이드의 심증을 굳히게 한다. 저자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탈린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다.
다만 유엔 등 국제법적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1948년 유엔이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 협약을 통과시킬 때 소련 대표단의 주장으로 초안에 학살 피해자로 포함됐던 '정치집단'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후로 광범위한 문서와 구술 자료가 수집돼 그 참상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방대한 자료들을 폭넓게 인용하는 바람에 책은 두꺼워졌지만 우크라이나 현대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박진감 있다. 우크라이나가 왜 오랫동안 러시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외세의 지배에 놓였는지, 민족주의자들과 민중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했는지 역사적인 맥락도 함께 풀어냈다. 정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벌어졌는지, 러시아와의 애증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범수 선임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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