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으로? 한 번에? 사망보험금 잘 받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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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주치의
보험료를 모두 냈지만 내가 직접 받을 수 없는 보험금이 있다. 바로 사망보험금이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라, 결국 본인은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종신보험은 가장 대표적인 사망보장 상품이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신계약 건수는 약 2800만건, 2023년 기준 보유 계약은 약 1600만건으로 성인 인구의 3명 중 1명꼴이 가입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사망보험금은 유족만을 위한 보장 자금이 아니라, 은퇴 이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뀐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제도가 새롭게 시행되기 때문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사후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이나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즉, 납입이 끝난 종신보험을 유지하면서 일정 부분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사망 시 보험금으로 받는다. 과거에는 종신보험을 끝까지 유지할지, 해약 후 다른 투자처로 옮길지, 연금 전환을 할지 정도가 선택지였다. 이제는 ‘유동화’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긴 것이다. 최대 사망보험금을 90%까지 유동화해 연금으로 먼저 받을 수 있다. 단, 수령 시기 및 납입조건 등의 요건을 만족한 경우에 신청이 가능하다.
우선 신청 조건을 살펴보자. 첫째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령 시점 사이에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득, 자산 요건은 없다. 둘째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계약만 해당한다. 납입 기간 10년 이상이고, 보험계약 대출 잔액이 없는 상태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단 사망보험금 9억원 이상의 고액계약은 신청할 수 없다. 셋째 전액 다 유동화할 수는 없고, 사망보험금의 90%까지 신청할 수 있다. 넷째 최소 2년 이상 나눠 받아야 한다. 1년에 한 번 받는 연 지급형, 매월 받는 월 지급형이 있으나 제도를 시행하는 초기에는 연 지급형부터 시행된다.
다섯째 처음에는 좋아 보여서 신청했는데 나중에 그냥 사망보장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 철회가 가능할까? 가능하나 기간의 제한이 있다. 연금으로 전환된 금액을 받은 날부터 15일, 신청한 날부터 30일 중 더 이른 날짜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여섯째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 보험만 해당이 된다. 가족이나 타인이 몰래 신청하는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아내가 계약자인 종신보험이나, 엄마가 피보험자이면서 자녀가 계약자인 종신보험은 유동화제도 선택이 불가하다. 일곱째, 이번에 나온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은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만 해당이 된다. 정기보험의 경우 10년, 20년 등의 기간을 보장하고 그 기간 내에 사망사고가 없다면 보험료는 소멸이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유동화 제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질병으로 인한 사망 시 보장하는 질병 사망보험금, 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에 보장하는 재해사망보험금도 유동화 제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종신보험을 유동화하면 순수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성격이 달라져 과세 규정이 달라진다. 원칙적으로 보험차익은 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보험차익이라고 하면 받은 보험금에서 납입한 총 보험료를 뺀 차액을 의미한다. 단 소득세법상 예외사항이 있다. 질병, 상해 등으로 받게 되는 순수보장성보험의 보험차익은 과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축성 보험도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비과세가 된다. 보험계약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저축성 보험의 월 납입액 합계가 150만원 이하여야 비과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월 10만원씩 20년간 납입해 완납한 종신보험을 가진 김씨가 저축성보험을 매달 50만원 납입 중일 때, 종신보험의 70%를 유동화 신청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10만원의 70%인 7만원과 저축성보험 50만원의 합산액은 57만원이므로 150만원 이하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저축성보험 납입이 많아 월 150만원을 초과한다면 이자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어,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조정해 한도 이내로 설계하는 것이 유리하다.

건강 부담이 큰 65세 이상은 의료·요양 지출이 예상된다면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70세에 유동화를 최대치(90%)로 하고 20년간 받는다면, 매년 약 314만원(총 6283만원)을 수령하고, 사망보험금은 1000만원이 남는다. 이를 통해 의료·요양비를 충당할 수 있다.
생활비와 사망보장을 모두 원하는 경우에는 40~60% 수준의 보수적 유동화가 적합하다. 같은 조건에서 65세 남성이 60%를 20년간 유동화할 경우 매년 187만원을 받고, 사망 시에는 6000만원을 상속할 수 있다.
특별히 생활비가 필요하지 않고 기대수명이 짧다면 굳이 유동화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사망보험금 자체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화는 계약 당시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을 연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 시점의 해약환급금 중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는다. 따라서 단기간 내 사망할 경우에는 오히려 사망보험금 1억원을 그대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 단기에 현금이 필요하다면 보험계약 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종신보험 유동화 제도는 ‘죽은 뒤에야 쓰이는 보험금’을 “살아 있는 동안 필요한 자금”으로 바꿔 주는 제도다. 특히 은퇴 후 국민연금 개시 전 공백기에 유용하다. 다만, 대상 계약과 세금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본인의 재무 상황과 가족의 필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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