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한 유리 오브제·한지 소파…K디자인, 세계 비춘다
아시아 최초, 한국 상륙한 ‘디자인 마이애미’
![물푸레 나무를 굽혀 만든 김희찬 작가의 조형물(사진 위), 아래 왼쪽부터 밀가루 풀로 한지를 수백 겹 겹쳐 만든 이정인 작가의 소파, 지승공예(한지를 꼬아 제작)가 이영순씨가 만든 바구니들, 다양한 소재의 활용과 조형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진형 작가의 소파. [사진 서울디자인재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joongangsunday/20250906010050468ofkg.jpg)
디자인 마이애미는 갤러리·디자이너·브랜드·컬렉터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으로 세계 최고의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20~21세기 아트 가구·조명·오브제를 전시하는 한편 루이 비통·펜디 등의 유명 브랜드들과 독특한 디자인 협업을 선보여 왔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디자인 마이애미는 다양한 콘셉트로 전시 기획을 확장중인데, 그중 ‘인 시추(in Situ)’는 지역 디자인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는 이번 전시 제목이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로 정해진 이유기도 하다. 한국어 ‘조명(照明)’에서 영감을 얻은 전시 명은 한국 공예·디자인의 풍부한 전통과 미래를 열어가는 창의성을 함께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71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총 170여 점을 선보이는데, 모두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다. 전시 기획을 맡은 조혜영 아트 디렉터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글로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국내 관람객들은 아직 그들의 작품을 잘 모르고 있는 게 답답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소속된 총 12개의 유명 해외 갤러리가 참여했다. 미국 뉴욕·영국 런던·프랑스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카펜터즈 워크숍 갤러리(박원민 소속), 영국 런던의 찰스 버넌드 갤러리(김계옥·김희찬·이정인·원리·정명택·정미아 소속),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최병훈 소속)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갤러리 LVS & 크래프트(김동준·나점수·장연순 소속), 갤러리 스콜로(김기라·김준용·박성훈·이지용·이태훈 소속), 솔루나 파인 크래프트(이규홍·정다혜·천우선·최기룡·편예린 소속) 등이 참가했다.
특이점은 이간수문 전시장 두 개 층에 나눠 전시된 작품들 중 상당수가 ‘로에베 공예상’ 최종 후보 30인에 오른 작품이라는 점이다. ‘로에베 공예상’은 2016년 로에베 재단에 의해 시작된 행사로 전 세계 공예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글로벌 행사다. 첫 회부터 매년 한국 디자이너들이 최종 후보 30인에 오르며 한국 디자인의 창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주요 창구가 돼 왔다. 또한 이를 통해 글로벌 갤러리들이 한국 디자이너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디자인 마이애미 역시 이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이번 전시에 대거 작품을 참여시켰다.
![옻칠로 다양한 색을 입혀가며 여러 번 가마에서 굽는 방법으로 제작한 이규홍 작가의 유리 오브제. [사진 서울디자인재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joongangsunday/20250906010053122wypn.jpg)
가마에서 장작을 태울 때 날리는 재가 기물에 묻어 자연스럽게 유약 효과를 내는 무유소성 기법을 고집해온 이인진 작가의 도자들은 투박하면서도 힘 있는 한국 도자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수석 위에 흙을 입히는 캐스팅 방법으로 기본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이끼·꽃 등을 입혀 여러 번 굽는 과정을 반복하며 만드는 편예린 작가의 도자는 산호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과 나무의 작가’로 불리는 최병훈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사색적인 조형물. [사진 서울디자인재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joongangsunday/20250906010054397qoln.jpg)
300장의 한지를 밀가루 풀로만 겹쳐 한 장의 커다란 레이어를 만들고, 이렇게 만든 레이어 120여 장을 또 겹쳐 만든 이정인 작가의 한지 소파 역시 전시장 한가운데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MZ세대에서 인기 있는 카페 어니언의 인테리어를 책임지고 있는 패브리커 스튜디오의 김동규·김성조 작가는 에폭시와 나무를 활용해 투명한 파스텔톤 의자와 스툴을 선보여 젊은 감각을 뽐냈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출품한 김춘식(소반장), 소병진(소목장), 정수화(칠장), 조대용(염장) 등 국가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들도 위엄을 과시했다. 특히 대나무 발을 만드는 조대용 염장은 권중모 조명 작가와 협업해 긴 전구를 가운데 두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거북문양 통영발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우아한 조명을 선보였는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시선을 모았다.
![말총을 엮어 만든 정다혜 작가의 오브제. 고대 빗살무늬 토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joongangsunday/20250906010055933ylfn.jpg)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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