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견제… “유럽은 러 원유 사지 말고, 中에 경제 압박 가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유럽 동맹국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중국에 경제 압박을 가하라”고 요구했다고 미 CNN, 로이터가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고강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공고해지고 있는 북한·중국·러시아의 ‘반미(反美) 3각축‘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국·프랑스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의지의 연합’ 소속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이 되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연료를 팔아 1년에 11억유로(약 1조8000억원)를 벌었다”며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 회의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트럼프와의 회의는 90분가량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우크라이나 종전에 합의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푸틴이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는데도 제재를 늦춰보려 트럼프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 푸틴의 속셈이 중국 열병식 참석으로 드러나자 트럼프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만찬에서 “반도체와 관련, 미국에 들어오지 않은 회사들에 꽤 상당한(fairly substantial)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만약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다면 관세는 매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표적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동맹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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