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낮과 밤 담은 사진과 지도의 만남

김상엽 지음
혜화1117
‘지도와 사진으로 만나는 근대 서울의 원형’이란 부제의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저자의 지난 10년 세월에 존경심을 품게 된다. 그는 2015년 우연히 ‘대경성부대관’이라는 일제강점기(1936년) 파노라마 지도의 진면목을 접하고는, 1933년 제작된 ‘경성정밀지도’와 포개놓고 당대의 경성을 조망하고 싶단 열망에 빠졌다. 허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 사무소장 등 생업을 이어가던 중에 ‘자료 욕심’이 과해지면서 작업은 더뎌졌다. “몇 년 새 경성을 다룬 새 자료들이 쏟아진 터라, 일찍 안 낸 게 되레 다행스럽다”고 전화기 너머로 저자는 말했다.
1000쪽 넘는 두툼한 책을 감싼 표지를 펼치면 그 자체가 ‘대경성부대관’ 지도. 항공사진에 기반해 건물 입체도가 뚜렷하다. 책은 경성을 78개 권역으로 나눈 뒤 ‘경성정밀지도’의 촘촘한 정보에 힘입어 주요 건물 620여 곳 위치를 표시했다. 갖은 발품 팔아 곁들인 사진 1300여 장을 통해 당대 모던 보이, 모던 걸, 풍운아들의 낮과 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를 통해 거둔 수확도 쫀쫀하다. 가령 오봉빈(1893~1950?)이 1929년 설립한 조선미술관이 광화문 근처란 건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미궁이었다. 저자는 두 지도와 관련 사료를 대조해 지금의 광화문네거리 근처, 당대 주소로는 광화문통(세종로) 210 광화문빌딩에 있었음을 입증했다(203쪽). 이런 식으로 경성 모더니스트들의 인기 아지트 낙랑파라(492쪽), 소설가 박태원의 집(560쪽) 등의 위치가 처음 밝혀졌다.
“인문학 전공자로서 경성시대 유곽·술집·학교·미술관 등의 위치가 어디인지, 시대적 흐름이 어땠는지 알아보려다 먼저 ‘좌표 찍는’ 책부터 내게 됐다”는 저자에겐 아직 무궁무진한 자료가 남아 있다. 이번 책이 “미술·건축·생활사 등 각 분야의 경성 연구에 충실한 바탕이 됐으면 한다”는 저자 역시 다음 저술에 돌입했다. 두께만 아니라 가격(10만원)도 만만치 않은 책인데, 출간 전 온라인서점 펀딩에서 역대 인문 분야 1위(약 3000만원)를 차지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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