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건은 '인생 방정식'…AI 변호사가 풀 수 있을까
[정재민의 ‘죄와 벌’] AI 변호사 시대
![AI의 발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AI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진은 JTBC 법정 드라마 ‘에스콰이어’의 한 장면. [사진 JTB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joongangsunday/20250910130246925smir.jpg)
“AI, 변호사 업계에 궤멸적 타격 가해”
인공지능이 소송 서면을 쓰는 능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써준 소장을 들고 법원을 찾아 나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의 대표 중에는 업무적으로 서툴면서도 고용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지도 모르는 소속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쓰면서 자신이 직접 일하는 것이 낫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어느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변호사업계에 ‘궤멸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로 일을 해보니 인공지능이 변호사의 본질적 역할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다.
변호사들을 찾는 분들은 법률문제에 대한 퀴즈풀이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 앞에서 어느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받고자 찾아온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피해자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합의하고 고소당하는 일을 피할 것인지 아니면 자수를 하고 선처를 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이혼 청구에 응할 것인지 끝까지 이혼을 거부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불륜 관계가 드러났을 때 완벽하지 않을 수 있는 비밀보장 약속을 받고 큰 배상액을 주고 합의할 것인지 아니면 비밀이 누설되더라도 적은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소송을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살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본인이나 가족이 고소를 당할 수도 있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남에게 피해를 주어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본인이나 배우자의 외도로 결혼 생활이 파국에 이르러 이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부모가 치매가 생기고 난 뒤 상속재산을 놓고 형제자매들 사이에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인생의 어려움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지혜롭게 극복해 낸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복하는 방법에서 생긴다. 포커 챔피언도 질 때가 있지만 이들이 일반인과 다른 점은 이길 때는 남들보다 많이 따지만 질 때는 남들보다 훨씬 적게 잃는다는 점이다.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은 절체절명의 인생의 위기를 훗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며 후회하는 일 없이 지혜롭게 극복해 내고 싶은 것이다.
고객이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후회 없이 하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변호사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혼했을 때 자신이 재산분할이나 양육비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이혼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상대방을 고소했을 때 기소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고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단편적인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그 전망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고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들까지 샅샅이 생각해가며 불안해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당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이 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인데도 무턱대고 잘 되겠지 하며 낙관하거나 회피하고 미루려고 한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일반인들의 일반적 상황에서도 극명하게 이루어진다. 같은 일을 두고 보수와 진보의 성향별로 달리 느끼는 것을 보라.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보면 실증적으로 역사상 폭력은 감소해왔는데도 다수의 사람은 역사상 폭력이 많아지고 잔인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팩트풀니스』를 보면 언론은 실제보다 문제를 심각한 것처럼 보이게 전달한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모든 편견을 걷어내고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이 알고리즘에 따라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러한 정보를 다 들었다고 해도, 인생의 큰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가 길을 단번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살아온 과정에서 켜켜이 누적된 심리적 경험과 자신에게 익숙한 문제 해결 방식, 관련자들과의 인간적 관계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신이 아르바이트한 가게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던 가게 주인을 고소할지를 결정하는 일, 자신을 오랜 세월 가스라이팅 해온 무당이나 목사를 고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 수십 년 함께 산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 직장 내 괴롭힘을 했던 전 직장 상사를 상대로 고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 자기 아이를 괴롭힌 동급생 아이를 고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 같은 것은, 여러 상황 상 자신이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나 소송을 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법적 행위를 했을 때 상대방이 자신이나 가족을 보복하지 않을 것인지 두렵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고소나 소송을 하는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면서 수군거리지 않을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고소나 소송을 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비용이 1년씩 가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그런 비용과 스트레스를 계속 견딜 수 있을지도 가늠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되더라도 가해자에게 법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현실적, 경제적, 심적 부담을 이겨낼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 용기와 의지를 내는 과정에서도 변호사가 곁에 있는 것 자체로 도움을 주게 된다.
정신 분석가는 내담자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하며 편들거나 섣불리 내담자의 감정에 동조하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내담자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윤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정신 분석가가 곁에서 지지해 주는 덕분에 내담자는 바다로 뛰어든 다이버처럼 점점 더 깊은 내면의 공간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내담자가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분석가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준다. 그 힘은 상대를 깊이 존중하는 가운데 적절한 반응과 지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 줌으로써 생겨난다.
![프랑스 AI 법률 조언 앱 이아보카. [사진 이아보카 홈페이지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joongangsunday/20250910130247215zbed.jpg)
경청과 지지가 힘을 발휘하는 건 듣는 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니까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에 신뢰가 스며들고 그래서 힘이 생기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더라도 사람이 말하는 내용보다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이 훨씬 더 설득력을 발휘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 누군가를 신뢰하는 데 있어서는 그런 설명이나 경력 같은 정보를 떠나서, 눈빛·표정·목소리·미소, 말하는 방식과 속도, 자신감·자존감 같은 것에서 사람 전체가 풍기는 어떤 분위기가 더 결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 분위기라는 것도 대개 그 사람의 삶이 오랜 세월 어떠했을 것인가를 엿보게 해주는 것들이다. 인상도 말투도 눈빛도 몸가짐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도, 일생의 경력과 성취도, 비싼 향수 한 번 몸에 뿌리면 나는 향기와는 달리 한순간에 위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런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런 말투와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면, 저렇게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오랜 세월 남을 속이거나 해치지 않고 남을 진실하게 대하고 이롭게 해왔을 것이니 나에게도 그러할 것이고 저 사람 말대로 하면 저 사람 정도로 괜찮게 살 수 있으리라고 신뢰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현재 닥친 어려움을 최선의 방법으로 극복해 내고 후회 없이 사는 법을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뭐라고 답을 하기는 할 테지만 그런 답은 힘이 되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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