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가 8번 치면 되냐” 감독 잔소리에 홈런으로 대답했다, 왜 기회 줬는지 알겠지

김태우 기자 2025. 9. 5. 23: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5일 인천 롯데전에서 멀티홈런 경기를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끈 고명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야, 경기에 들어가서나 좀 그렇게 쳐라. 이제 아껴놔”

지난 8월 27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이숭용 SSG 감독은 한 선수의 타격에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짓궂은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다. 바로 팀의 거포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2년째 기대만큼 장타가 터지지 않은 고명준(23·SSG)이 이 감독의 잔소리가 향한 대상이었다.

이날 고명준은 연습 타격에서 좋은 타구들을 날리고 있었다. 공이 잘 떠서 날아갔다. 비록 연습 타격이기는 했지만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 감독은 고명준이 들리지 않게 “이제 공이 조금 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경기에 들어가서 좀 그렇게 쳐라. 이제 그만치고 아껴놔라”고 하더니 “1루수가 8번 타자를 치면 되냐”고 재차 농담을 던졌다. 고명준은 이날 선발 8번 1루수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사실 공격의 포지션인 1루수에 8번은 잘 어울리지 않지만, 그만큼 당시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고명준이 타율과 출루율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장점인 힘을 보여주길 바랐다. 시즌 내내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고 자신 있게 쳐라”고 주문한 이유다. 그러나 막상 잘 맞지 않는 선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공을 멀뚱멀뚱 보다 삼진을 당한 경우도 많았다.

▲ 고명준은 5일 인천 롯데전에서 개인 첫 연타석 홈런과 멀티홈런 경기를 기록했다 ⓒSSG랜더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잔소리는 선수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고명준의 성향이 참 좋다. 야구를 잘할 성격이다. 주전으로 자리하면 나중에 팀의 리더도 될 수 있는 성격”이라고 항상 칭찬하곤 한다. 이 정도 잔소리에는 흔들리지 않을 멘탈이 있다는 것이다.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고명준도 이 감독의 뜻을 아는 듯 “네 알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답했다. 당당한 대답에 이 감독의 얼굴에 그나마 웃음이 터졌다.

올해 타격 부진으로 2군도 경험한 고명준은 공교롭게도 그 잔소리 이후 홈런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감독의 잔소리가 있었던 그 다음 날 28일 인천 KIA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것에 이어 8월 31일 NC전과 9월 2일 키움전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했다. 확실히 공이 제대로 뜨기 시작했고, 초구를 치고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 있게 돌린 방망이에서 나온 타구들은 관중석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꾸준하게 장타와 홈런을 만들어 낸 고명준은 5일 중요한 경기였던 인천 롯데전에서 대폭발했다. 이날 고명준은 4회와 5회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만드는 등 2안타(2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홈런 두 방 모두 영양가가 있었다.

▲ 최근 들어 홈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고명준 ⓒSSG랜더스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고명준은 4회 3-1로 앞선 벨라스케즈의 초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고명준은 경기 후 “조금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벨라스케즈)의 직구가 조금 좋다고 생각을 해서 이번에도 그냥 직구 노리고 스윙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좋게 홈런이 나왔다”고 떠올렸다. 힘이 좋은 선수가 망설임을 줄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알 수 있었던 홈런이었다.

고명준은 팀이 6-2로 앞선 5회에도 박진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경쾌한 홈런을 터뜨렸다. ‘트랙맨’ 집계로는 타구 속도 시속 167.0㎞, 발사각 25도, 그리고 비거리 130.2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개인 첫 연타석 홈런, 그리고 개인 첫 멀티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SSG는 고명준의 대포쇼에 힘입어 7-5로 이기고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고명준은 공이 뜨기 시작한 비결에 대해 “(1군에) 올라오고 나서 실내에서 강 코치님(강병식 코치)과 본 훈련 전에 하는 다양한 드릴들이 있다. 그런 것을 하다 보니까 좀 좋아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내가 그전에는 상체 위주의 스윙이 강하다 보니 땅볼이 많았다. 훈련 전에 강 코치님이랑 하는 드릴이 약간 하체를 사용하는 그런 드릴이다 보니 타석에서 결과가 좋아진 것 같다”고 코칭스태프에 공을 돌렸다. 2군에 내려갔던 시기도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다고 자신한다.

▲ 팀의 우타 거포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고명준 ⓒSSG랜더스

고명준은 이 감독의 잔소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역시 남다른 멘탈을 드러낸 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고명준은 시즌 전 이 감독과 30홈런으로 내기를 했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고명준은 ‘30홈런 타자’임이 이 내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감독은 최근 “20개만 치면 무승부로 해주겠다”고 했고, 7경기에서 5홈런을 몰아친 고명준은 개인 최다를 넘어 14개를 기록 중이다.

고명준은 “감독님은 항상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신다.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면서 “기록적인 것보다는 일단은 팀이 승리하는 게첫 번째”라며 가을 야구를 조준했다. 이 감독의 잔소리는 계속되겠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홈런은 기존 내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 이숭용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는 고명준 ⓒSSG랜더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