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문 왜곡, 참을 수 없어"…문형배가 돌아본 '파면 선고'

강나현 기자 2025. 9. 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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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호의들 갚아야" 다짐하며 쓴 결정문
잠 못 이루던 선고 준비…"이 노래 들으며 버텨"


[문형배/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난 4월 4일) :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앵커]

올해 유난히 더뎠던 대한민국의 봄은 이 한 마디와 함께 비로소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퇴임한 뒤 최근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다섯 달이 지나 만났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평일 한낮, 공원 산책에 나서자마자 힘찬 인사말이 들려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예 안녕하세요.) 사진 하나 찍어도 되겠습니까.]

지난 4월 대통령 탄핵 선고는 조용히 살고 싶었던 한 사람의 퇴임 일상을 바꿔놨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잊혀지고 싶었어요. 조용히. 한 두 달 정도 조용히 있으면 저는 반응이 끝날 줄 알았어요.]

책 한 권 내고 싶다던 막연한 꿈까지, 느닷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30여 년 판사 생활을 하며 틈나는 대로 적은 글을 추려 모으니 자연스레 이 한 단어가 제목에 새겨집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관통하는 게 그거에요. 김장하 선생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나는 그 호의를 갚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다.]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장학금을 줬던 김장하 선생은 받은 '호의'를 사회에 갚으라 했는데, 오래전 그 말은 지난 봄, 집회 현장을 지날 때마다 하나의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결정문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논리적으로 우리 결정문의 흠은 지적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고심 끝에 결정문에서 덜어낸 부분도 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국민들 기대보다 좀 늦었으니까. 그에 대한 설명을 붙이는 게 어떠냐 그런 의견도 있었는데 우리 다수의 생각은 '결정문으로 말한다. 이 결정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걸로 족하다.' 그렇게 해서 소회를 빼버렸습니다.]

준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루던 밤엔 우연히 알게 된 이 노래를 수십 번 들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김완선의 '이젠 잊기로 해요' 그걸 들어요. 계속. 그러면 좀 잊혀지는 거 같아요 '낮에 있었던 일은 다 잊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좀. 그 다음에 아이유의 '너의 의미'.]

선고 한 달 뒤, 김장하 선생은 만나자마자 조용한 답을 건넸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저를 한번 안아줬어요. 깜짝 놀랐어요. '어른 김장하'로부터 칭찬받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잊히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최근 인터뷰에 나선 건 '책임감' 때문입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제가 좀 참을 수 없는 거는 아직도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난 좀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그 결정문을 쓴 뜻은 이건데 그게 다르게 이해되고 있다. 그럼 그 쓴 사람이 설명을 해야 된다.]

평생 누군가를 '판단'하던 일을 멈추니 홀가분해졌다 말하며 다음 생애에도 판사를 하겠냔 물음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이걸로 족해요. 겨우겨우 살아왔는데 뭘 또다시 시작합니까.]

[화면제공 시네마달]
[영상취재 황현우 방극철 VJ 함동규 영상편집 김동준 영상자막 장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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