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다문화 3.0…아제르 출신 라힐 "편견넘어 문화의 다리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사이에서 문화를 연결하고, 편견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가고 싶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역사 해설가 아마도바 라힐(36) 씨가 최근 열린 2025년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신진문화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8년 대한민국 정부초청 장학생(GKS)으로 한국에 유학 온 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렸다. 이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국인 객원해설사, 서울시 명예시민,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참여위원회 위원, 법무부 사회통합 이민자 멘토단 등으로 활동하며 12년 넘게 국내 다문화 인식 개선과 정책 제언, 이주민 정착 지원에 힘써왔다.
라힐 씨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이 상을 계기로 더 많은 분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진은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두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해온 라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라힐 씨와의 일문일답.
-- 한국에는 언제 왔는가.
▲ 2008년 대한민국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 학업을 마치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렸고, 현재 네 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 여러 활동을 해왔다. 계기가 무엇인가.
▲ 한국 사회에 내가 가진 고유의 문화와 역량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 과정에서 서울 명예시민이 됐고,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참여위원회 위원, 법무부 이민자 멘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정책 개선에 힘썼다. 또 주한아제르바이잔대사관에서도 근무하며 양국 교류에도 참여했다.
-- 다문화 정책 관련해 어떤 의견을 냈나.
▲ 지금까지 정책들은 주로 부모 세대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2세대, 3세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 법무부 이민자 멘토로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한국 생활 노하우를 나누는 강의를 한다. 유학생,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과 함께하며 내가 겪은 어려움과 극복 방법을 공유한다. 해결이 필요한 사안은 법무부에 전달해 정책 개선에 반영되도록 한다.
-- 한국에서 정착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언어와 음식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한국 음식이 맞지 않아 건강이 안 좋아졌고, 언어 장벽 때문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어려웠다. 극복 방법으로 한국어 동화책을 번역해 매일 공부하며 실력을 키웠다. 지금은 강의에서 이 방법을 다른 외국인에게도 추천한다.
-- 아제르바이잔은 어떤 나라인가.
▲ 아제르바이잔은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어 두 대륙의 매력을 모두 가진 나라다. 예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아왔기 때문에 다문화가 당연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한국에서의 강의와 활동에서도 전하고 있다.
-- 2023년에는 우리금융그룹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주최한 다문화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어떤 의미였나.
▲ 큰 보람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 이후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와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고, 다문화 사회의 미래를 논의하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 아제르바이잔에서 난민 생활을 했던 경험도 있다고 들었는데.
▲ 1993년 네살 때 전쟁을 겪으며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난민촌에서 6년을 살았다.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트럭에 몸을 실어야 했고, 폭탄이 떨어지기 30분 전에 겨우 탈출했다. 난민촌에서는 토마토 한 알을 나눠 먹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싸우다 부상을 입고 돌아오셨는데, 그런 경험이 저로 하여금 전쟁과 평화, 인권과 연대의 의미를 깊이 새기게 했다. 지금 다문화 활동을 하는 제 뿌리도 그때의 경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 엄마로서의 한국 생활은 어떠한가.
▲ 출산 후 육아 과정에서 문화 차이로 남편과 다툼도 많았다. 고향처럼 대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점도 힘들었다. 하지만 육아종합지원센터 같은 제도를 알게 되면서 친구도 사귀고 아이도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아제르바이잔을 한국 사회에 더 많이 알리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내가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를 통해 한국 기업이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등 아직 한국에 덜 알려진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아제르바이잔어, 한국어, 영어 세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도 큰 목표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김희선, 프로듀서 : 신성헌, 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소라, 연출 : 박주하>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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