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1989년 건보체제' 넘어서라

이왕구 2025. 9.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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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보건학자들이 칭하는 '1989년 건보 체제(1989년 전 국민 건보 가입)'는 의료 접근성-비용-의료의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1989년 건보 체제의 지속가능성에는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1989년 건보 체제의 전환을 가져올, 여우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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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보험료 인상.. 재정 위기 예고편
의료 인프라 확대한 89년 체제 한계
실손보험 통제, 지불체계 개편 나서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달 29일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48% 인상된 7.19%로 결정됐다. 뉴시스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7.19%로 결정됐다. 인상률은 1.48%에 불과했지만, 3년 만의 인상이기에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고 느끼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너마저”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 같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의정갈등에 따른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우느라 건강보험에서 3조2,000억 원 이상 투입된 것이 이번 보험료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보료율의 법정 상한선은 8%다. 건보료율이 1%포인트 오르는 데(6%→7%) 8년이 걸렸는데, 최근과 같은 의료비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5, 6년 안에 상한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3년 만에 이뤄진 건보료 인상이 그 예고편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행히 30조 원 적립금이 있지만, 건보 역시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전체 건보 진료비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재정당국은 이미 2033년을 적립금 소진 시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해 지출 수준에 맞춰 건보료를 걷는 구조이기에 건보는 적립금이 바닥나도 제도가 유지되지만, 보험료 인상에만 미래를 맡기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건강보험의 구조적 모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는 전 국민이 내는 건보료를 재원으로 진찰·입원·검사 등 의료행위마다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불하는 체계(행위별수가제)다. 건보 도입 이후 진료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많아지므로 의사들은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려했고 민간 병·의원 숫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의료 인프라는 탄탄히 깔렸다. 환자의 의료 선택권·접근권은 세계 최고 수준인 동시에 건강수명도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보건학자들이 칭하는 ‘1989년 건보 체제(1989년 전 국민 건보 가입)'는 의료 접근성-비용-의료의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1989년 건보 체제의 지속가능성에는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9,000여 개로 세분화된 행위별 항목은 필연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발했는데 여기에 2000년대 중반 도입된 민영 실손보험이 기름을 부었다.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해주는 실손보험까지 등장하면서 의료비 증가의 고삐가 풀렸다. 건보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실손보험이지만 이제는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형국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건보 이용자에 비해 외래·입원일수가 긴데, 그에 따른 건보재정 추가 지출이 건보재정의 10%에 가까운 연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년간 건보재정 지출액이 2배로 늘었는데 이는 행위별수가와 실손보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는 건보로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문재인 케어’ 이후 윤석열 정부도, 이재명 정부도 건보의 보장성 강화를 앞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보장성 강화 없이 건보료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딜레마다. 결국 건보료 인상 외에 건보재정의 안정을 가져올 모든 수단을 다 써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의 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건보와 실손보험의 혼합진료 통제, 실손보험의 방만한 운영 방지 등이 그것들이다. 의료계가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는 지불체계의 개편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물론 이 작업들은 의료계 반발은 물론이고 민간 보험사, 과잉의료에 익숙한 환자들까지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다. 이재명 정부가 1989년 건보 체제의 전환을 가져올, 여우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왕구 사회정책부문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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