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는 영화의 습격
‘아바타 물의 길’ 10월 단 주일 3D 재개봉
‘대부’ ‘늑대아이’ ‘린다린다린다’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토이스토리’ 30주년 CGV 단독 개봉
극장에 가지 않는 시대, 안전한 선택이 된 재개봉작
지난 3일 재개봉한 ‘이티’(E.T)(1984)를 위시로, ‘퍼펙트 블루’와 ‘닥터 지바고’, ‘대부’ 등 10편의 명작이 곧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7일 재개봉을 앞둔 영화 ‘모노노케 히메’는 3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실시간 예매율 8위, 일별 박스오피스 10위에 등극했다.


그 탓에 ‘중경삼림’(1995), ‘화양연화’(2000) 등의 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에 다시 간판을 내걸었다. ‘재개봉’이라는 명목 하에 포스터도 새롭게 뽑았다. 뉴트로 트렌드 붐과 함께 찾아온 왕가위 붐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바이닐 레코드 등의 부가 산업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었다. 왕가위라는 이름 덕이었고, 그의 과거 영상에서 현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찾은 관객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주말 극장에는 2~3편의 상영작이 전부일 때가 많다. 심지어 어떨 땐 1편의 영화로 모든 스크린이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OTT가 워낙 활성화된 탓에 1편 볼 값이면 OTT 사이트 2개 정도를 1달 정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니 극장이 마주한 불황은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는 형국에 이르고 있다.


과거부터 ‘재개봉’이라는 단어는 꽤나 자주 사용되던 용어다. 말 그대로 옛날에 극장에서 상영했던 작품이 다시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었을 때 이 용어가 사용된다. 수십 년 전, 그러니까 내가 10대 시절일 때도 이런 사례는 종종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중학생이던 내게 당신의 유년시절 영화가 재개봉하면 보고 오라며 돈을 쥐어 주시곤 했다.
그 시절 그렇게 관람한 영화들이 ‘쿼바디스’, ‘벤허’ 등의 고전 명작들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의 재개봉은 세대를 관통하며 ‘클래식’ 혹은 ‘걸작’이라 칭해지던 작품들이 제작 몇십 주년 등의 축하 시기를 빌미 삼아 다시금 관객과 만나는 일종의 이벤트였다.

세 번째는 앞서 말한 고전들을 재발견하는 재미를 새로운 세대의 관객에게 전하려는 마케팅적 관점에서의 접근으로, ‘이 시점에 이 영화를 재개봉하면 먹힐 것 같은 영화’라는 판단에서 나온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일단 재개봉작은 제작비 혹은 수입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부담이 작아진다. 이미 시간이 흘러 판권이 그리 비싸지 않은 탓에 몇 개의 스크린에서 어느 정도 관객만 확보하면 쉽게 이윤이 남는다. 재개봉은 일종의 과거 비디오방, DVD방과 같은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보조적인 유통 경로로 활용되는 셈이다.

최근 재개봉작들 중에는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이 몇 해 전 왕가위 때처럼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에는 독립 상영관으로 부를 수 있는 에무시네마에서 2023년 11월부터 장기 상영되고 있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이 1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분명히 이건 잔잔한 호수 위에 던져진 조약돌이 일으키는 파장이 될 듯하다. 이 작품과 유사한 결을 가진 2005년작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가 최근 20년 만에 재개봉을 했다. 우리에겐 너무도 잘 알려진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의 작품들도 이미 재개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일본영화의 대한 관객들의 새로운 시선은 어쩌면 가장 최근작인 ‘해피엔드’의 성공에 힘입은 바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해피엔드’는 고인이 된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인 네오 소라가 연출을 맡은 근 미래 도쿄 배경의 청춘물이다. 이 작품은 개봉 후 13만 명이라는 관객을 끌어 모았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이 다시 일본 청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 않나 싶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정식으로 발매된 DVD가 고다르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얼마 없는 통로이기도 했다. 그랬던 두 편의 영화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깨끗한 화질로 다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에 많은 클래식 영화 애호가들이 극장으로 달려갔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지난 8월 13일 재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이다. MZ세대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작품으로 주연을 맡은 티모시 살라메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다시 스크린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6월 감독의 신작 ‘퀴어’가 개봉한 터라 더욱 화제가 된 소식이었다.

세 번째 화제의 개봉작은 2017년 개봉하여 꽤나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선사했던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다. 광복 80주년을 기념, 지난 8월 재개봉한 이 작품은 위안부 할머니의 진심을 그려나가는 작품인데, 나문희 선생과 이제훈이 주연을 맡았다.
네 번째는 바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06년작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다. 어쩌면 이 영화만큼 재개봉의 재개봉을 거듭한 영화는 별로 없지 않을까. 언제,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영상과 사운드를 담아냈기에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은 역시나 광복 기념으로 지난 8월 20일 재개봉한 ‘미드웨이’(2019)다. 2차 세계대전 중 아주 중요한 전투 중 하나인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마지막은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거나 혹은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작품들을 다시 한번 소개하는 것이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매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마니아 관객들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는 감독이기에, 그의 가장 대표작을 다시 한번 개봉하는 것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그게 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최근 일본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작품이다. ‘해피엔드’가 쏘아 올리고, 이와이 슌지가 재점화한 일본 청춘의 자화상 같은 작품들이 연이어 재개봉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굳이 비싼 관람료를 내고 검증되지 않은 작품을 보느니, 세대를 아우르며 각광받아온 클래식, 걸작, 수작, 컬트로 정의되는 작품들을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극장가에 불고 있는 재개봉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각 영화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6호(25.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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