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죽음, 죽음 속에 삶…공존의 미학 담은 김혜순 신작(종합)

황재하 2025. 9.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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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수 문학상을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시인 김혜순(70)이 3년 만에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미발표작 총 65편을 8부로 나눠 싣고, 김혜순의 편지와 이번 시집의 대표작인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영문 번역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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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고통도 슬픔도 유쾌한 그릇에"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표지 이미지 [난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나는 지금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 물도 없는데 / 물속에 있는 듯 // 내 코에서 돋아나온 문어 같은 조갯살 같은 코끼리의 간 같은 / 널찍한 혀 같은 / 나는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파충류도 아니야"(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에서)

해외 유수 문학상을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시인 김혜순(70)이 3년 만에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펴냈다. 1979년 등단한 김혜순의 열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미발표작 총 65편을 8부로 나눠 싣고, 김혜순의 편지와 이번 시집의 대표작인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영문 번역본을 수록했다.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의 화자는 물도 없는데 물 안에 있는 듯하다며 자신이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파충류도 아니라며 세상이 구분 지은 카테고리를 거부한다. 이로써 세계와 자아를 동일시한다.

"네게 노래 불러주면 나는 성별이 달라져 / 여자가 되었다가 /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자가생식의 성 // 너와 뒤척이면서 나는 인종이 달라져 / 레드 인종 블루 인종 핑크 인종"('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에서)

김혜순 시인 [대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록작들은 이처럼 죽음과 삶, 시작과 끝, 안과 밖 등을 서로 대립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재 속 존재, 없음 속 생명 등 공존을 추구한다.

김혜순이 천착해온 몸의 감각과 이미지는 이번 시집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시가 몸과 밀접하다는 것은 여러 비평가에 의해 언급된 것은 물론 시인 자신도 "몸뚱이의 내밀성으로 시를 감지한다"고 쓴 바 있다.

"너를 들여 어둠 속에서 홀로 일하는 / 내 간과 콩팥과 방광과 무의식 // 나는 너를 안지는 못하지만 / 내 손바닥에 생기는 자주색 물집"(시 '너에게서 깨끗해지는 법을 가르쳐줄래?'에서)

"엄마가 우주선에 탑승할 때 / 내가 엄마를 향해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를 때, 그때 // 내 목에서 가는 철사가 튀어나왔어 / 그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가는 철사가 // 목구멍에서 철분 냄새가 났어"(시 '비명 철사 매미'에서)

종반부에 실린 '김혜순의 편지'는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엿볼 수 있는 산문이다.

김혜순은 이 글에서 "이 시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죽음이 얼굴에 드리운 험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또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올해 독일 세계 문화의 집 국제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AAS) 외국 명예회원으로도 선출됐다.

신작 시집은 출판사 난다의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의 첫 책이다. 시리즈 제목은 시를 모아 묶은 책이란 뜻의 시편(詩篇)에서 따 왔으며 '시인의 편지'로 책을 마무리한다는 뜻도 있다.

316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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