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글로벌 금융시장 '뇌관' 된 달러

2025. 9.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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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불과 반년 만에
달러화 가치 10% 이상 급락
2000년대 들어 처음 있는 일
안전자산으로 달러 위상 흔들
日 금리인상 땐 달러수요 약화
올 들어 헤지용 외환거래 급증
달러화 약세 신호 잘 읽어내야

우리나라에서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경제 단어를 꼽으라면 '집값'이 아닐까. 누구나 집에서 살아야 하고 집에는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쏠려 있기 때문에 모두의 슈퍼스타 관심 변수다.

두 번째로 대화에 많이 등장하는 경제 단어를 꼽으라 하면 여러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가 '달러' 아닐까 한다. 수출입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을 대외의존도라 하는데 대한민국의 대외의존도는 독보적으로 높다. 2024년 기준으로 70%가 넘는데 수출을 좀 한다는 중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는 고작 30%가 되지 않고 미국은 20%대다. 이렇게 중요한 수출과 수입에서 돈을 주고받을 때 대부분 달러화가 사용되므로 우리나라 경제에 특히 중요한 것이 달러화 가치다. 달러화 가치의 변화 때문에 같은 물건을 생산하고도 원화로는 더 받을 수도, 덜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달러값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위 그래프를 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 1월 이후 달러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는데 2000년대 들어 6개월 만에 달러화가 10% 이상 떨어진 경우는 처음이다. 지금 전 세계 정부와 언론의 관심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과 그 협상 과정에 쏠려 있지만 달러화 가치 하락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렇게 달러화가 계속 하락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국제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폭탄 못지않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미국에 수출할 때 약속대로 관세를 15% 지불하고 추가로 달러화 가치가 10% 하락한다면 현대차의 미국 내 가격은 약 25% 상승해 수요가 감소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달러화 하락에 대해 계획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미국 정부도 명확히 모르고 있는 듯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여러 차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강달러를 지지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약달러가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큰돈을 벌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며 투자자들의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5월에는 GDP의 120%가 훌쩍 넘어버린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로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Aa1 수준으로 강등시켜 글로벌 최고 인기 금융상품인 미국 정부채권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켰다. 3대 신용평가사 중 정부부채 증가를 가장 좋지 않게 보는 피치까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리게 된다면 미국 국채 수요와 달러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달러화 약세의 요인이 아시아에 있다. 바로 현재 0.5%인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하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를 안전자산으로서 더 매력적이게 해 달러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제로금리로 엔화의 안전자산 역할이 약해졌는데 조금씩 회복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국채를 무려 1조1000억달러 보유한 일본의 보험사와 시중은행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자국의 높은 이자율로 유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했던 미국 정부채권이 팔리지 않는 상황은 미국에 악몽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재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지니어스 법'으로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확산시켜 그 예치자산인 미국 정부채권의 수요를 늘리려고 서두르고 있다. 달러화 하락 국면에서 또 하나의 좋은 구경거리가 있는데, 달러 약세로 돈을 버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외환 딜러들이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환율의 변동성도 커지게 되는데 이를 헤지하기 위한 외환거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세계 최대 외환 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는 2025년 1분기 외환 거래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외환 선물 및 옵션 계약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110만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먼 훗날 교과서에는 2025년의 달러화 약세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의 시작이었다고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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