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분실’ 누가?…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검찰

김청윤 2025. 9. 5. 17: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늘(5일)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추궁했습니다.

청문회에는 사건 당시 압수물 접수 담당이었던 서울남부지검의 김정민·남경민 수사관과 수사팀장이었던 박건욱 부장검사, 남부지검 1차장검사였던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건 관계자들에게 관봉권 스티커와 띠지의 분실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관계자들이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띠지 분실의 진실은 미궁 속에 빠졌습니다.

■ 수사·접수·영치팀 서로 책임 떠넘겨… "원형 보존 지시 vs 띠지 보관하란 말 없어"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를 종합하면, 띠지 훼손의 가능성이 있는 주체는 아래 세 군데입니다.

① 건진법사 자택에서 관봉권을 압수한 수사팀
② 압수물 접수를 담당하는 사건과 접수팀
③ 압수물을 보관 및 관리하는 영치팀

우선 대검찰청 감찰팀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며 피의자 선상에 올린 것은 당시 압수물을 접수했던 사건과 압수계의 김정민·남경민 수사관입니다.

이 중에서도 직접 관봉권을 접수한 직원으로 지목되는 김정민 수사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시종일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김 수사관은 띠지를 해체했냐는 서영교 의원의 질문에 "압수물을 기계적으로 확인하고 접수하고 처분하는 업무를 했다"며 " 띠지가 둘러싸여 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해체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수사팀으로부터 압수물 원형을 보존하라는 지시는 구두로 받았지만, 원형 보존이라 함은 계좌에 넣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보관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저희는 검사실에서 띠지를 보관하라는 지시가 없으면 보통 보관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수사관은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띠지를 보관한 적이 있다고 답합니다. 김 수사관은 "예전에 다른 선배님께서 검사실의 지시로 보관하고 있던 사건이 하나 있다"며 "그때는 보관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관봉권의 돈을 세기는 했지만 스티커와 띠지가 붙어있는 채로 온 기억은 나지 않으며, 따로 띠지를 보관하라는 검사실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 장경태, 압수물 접수 전 띠지 훼손 의혹 제기… "수사관이 뒤집어쓸 거냐?"

반면, 압수물 접수를 요청했던 수사팀은 스티커와 띠지의 원형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 당시 수사 검사 등은 사건과 압수계에 원형 보존 지시를 했다고 한다"며 "심지어 공문, 문서 형태로 보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수사관과 남 수사관은 "구두로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 그런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장 의원은 "그러면 공문이 없는 것이고 검사가 위증한 것"이라며 접수했을 당시에 스티커와 띠지가 이미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장 의원은 "원형 보존을 하라는 구두 지시는 기억나는데, 일반인들은 볼 수가 없는 비닐에 싸인 돈다발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일반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김정민 증인의 말은 이해한다면 띠지와 스티커는 이미 훼손된 상태로 접수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다 뒤집어쓰실 거예요?"라고 물었습니다.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는 또 하나의 주체인 영치 담당자들은 보존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 의원은 "보존물 관리하는 수사관(영치담당) 자기들은 보존을 제대로 했다고 한다"며 "접수계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관봉권 등 현금 뭉치의 스티커와 띠지를 누가, 왜, 언제 폐기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 담당 직원이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이 '진상조사보고서'에?

김 수사관과 남 수사관은 지난 4월에 관련 조사를 받은 바 있냐는 김용민 소위원장의 질문에 "(정식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남 수사관은 "당시 수사팀 계장이 압수계에 와서 사실확인 하겠다며 김 수사관을 불러 얘기 들은 적은 있다"면서 " 보고서의 내용은 김 수사관의 내용과 많이 다르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수사관은 "계장님이 띠지 벗기지 말라고 돈을 그대로 두라고 지시했지 않냐고 물어서 저는 그런 말 들은 적이 없고 압수계에 1년 일하면서 그런 말은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며 "띠지를 훼손했냐는 질문은 묻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남 수사관은 "남부지검 감찰 과정에서 본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띠지와 관봉을 훼손하지 말라고 3번이나 얘기했다고 적혀있는데 저희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고, 김 수사관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실을 알고도 정식 감찰도 안했거니와 당시 진상조사 보고서를 수사팀 입장에서 허위·과장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 지검장 "수사에 집중하자"… 김용민 "'조직적으로 덮자'는 얘기"

청문회에서 띠지 분실을 인지한 서울남부지검이 대검찰청에 보고하고도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이던 이희동 검사는 김용민 법사위 1소위원장이 사건을 언제 최초 보고받았냐고 질문하자 "올해 4월 말에 보고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검사는 "당시 담당 부장이 관련 내용을 확인해서 검사장에게 보고를 했고, 검사장이 같은 날 대검에 보고를 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어 "당시 검사장이 대검을 보고를 했는데 금요일이었다"며 "직접 가서 보고를 했고 다음 주 월요일에 오셔서 대검에서 논의한 결과를 알려줬다"고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논의한 결과, 대검에 관봉권 폐기 상황을 보고했다는 것 하나, 그 다음에 (감찰은 하지 말고) 수사에 집중하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용민 소위원장은 "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덮자' 이 얘기를 하고 계신 겁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의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진실 규명은 수사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