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나온 댄스 버스킹, 알고 보니 불법 공연?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야외 무대. 근처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 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OST가 울려 퍼졌다. 이곳은 케데헌에 등장하는 악마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즈’가 댄스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며 인간 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곳으로, 외국인들의 ‘케데헌 성지순례’ 장소 중 하나다. 한국 여행 중인 미국인 로렌(28)씨는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3일째 관광하고 있다”며 “명동은 사자 보이즈가 처음 춤을 추며 등장한 장소라서 꼭 와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하지만 5인조인 사자 보이즈가 실제로 이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는 없다. 명동예술극장 앞 야외 공연장은 한 번에 최대 2명까지만 공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중구청이 명동 인근에서 유일하게 버스킹을 허가한 장소다. 하지만 평일 오전 11시~오후 4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2시로 공연 시간이 제한돼 있다. 한 팀이 최대 1시간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공연 음량 역시 70데시벨을 넘을 수 없다.
최근 수년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다 케데헌 열풍까지 겹치며 서울이 ‘문화 도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버스킹 등 문화 인프라는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구청이 매달 시민들의 공연 신청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서 공연을 허가하는 식으로 운영되지만, 장소도 많지 않은 데다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으로 공연이 제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버스킹 활성화를 위해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이나 ‘구석구석 라이브’ 등의 공연단을 후원하고 있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소속 가수들은 서울시설공단과 협약을 맺고 청계천변 버스킹을 자유롭게 예약할 수 있고, 구석구석 라이브 공연단에 선발되면 1년간 서울 시내 50곳에서 길거리 버스킹이 가능하다. 각각 매년 50팀, 150팀 정도를 선발한다.
하지만 이들 공연단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 서울 시내에서 버스킹을 하려면 예약에만 두세 달이 걸린다는 게 아마추어 가수들의 설명이다. 우선 공연이 가능한 장소 자체가 많지 않다. 홍대입구·청계천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번화가지만 이곳에서 버스킹을 할 수 있는 장소는 각각 5곳에 불과하다.
이외 인사동·대학로에는 각각 2곳, 한강공원에선 21곳이 버스킹 장소로 지정돼 있다. 한강공원에선 국가나 지자체 등의 주요 행사와 겹치는 경우 버스킹의 우선순위가 밀려 공연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있던 버스킹 장소들도 사라지거나 축소되기 일쑤다. 홍대입구의 대표적 버스킹 장소이자 관광지인 ‘레드로드’에는 대장홍대선 전철역 건설이 예정돼 있어 마포구 차원에서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청계천에서도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 탓에 버스킹 장소가 지난 7월 한 곳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5곳으로 복구됐다.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 야외 공연장도 코로나 이전까지는 버스킹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인 최나겸씨는 “옛날엔 덕수궁 미술관 뒤편도 버스킹 명소였지만 현재는 허용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버스킹을 하려는 아마추어 가수들은 명동역 6번 출구 앞 등 다른 장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장소가 아닌 데다, 자리 다툼과 주위의 소음 민원 때문에 공연을 하기도 쉽지 않다.
아마추어 가수 이원희(29)씨는 “명동의 경우 외국인이 많아 버스커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불법인 데다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나 버스커들 간 자리 싸움으로 공연이 중단될 때가 적지 않다”며 “오히려 집회는 버스킹보다 제약을 덜 받다 보니, 아예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공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2017년부터 8년째 버스킹을 하고 있는 자작 가수 김시도(33)씨는 “특히 서울은 버스킹 장소는 부족하고, 경쟁은 치열하며 관련 정보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유럽 등 해외에선 버스킹을 장려하며 관련 원칙도 명확하게 제시하는 사례가 많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체 기준을 통과한 아마추어 음악가들에게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버스킹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이를 발급받은 음악가들은 시내 일부 구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버스킹이 가능하다.
일본 역시 버스킹 문화가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도쿄도는 2002년부터 ‘헤븐 아티스트’라는 버스커 라이선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발급받으면 공공시설 55곳과 야외 공연 장소 75곳에서 버스킹을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댄스 등 퍼포먼스 공연 396팀, 음악 공연 99팀이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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