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 덤벨 운동·보폭 오차 1㎝...중국 열병식 뒤에 군인들 혹사

이혜미 2025. 9. 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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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깨고 올해 열병식 총지휘
별 2개 중부전구 부사령관 맡아
군 수뇌부 불확실성 노출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지난 3일 열린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은 '서방에 대한 시진핑의 완벽한 도전장'이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압도적인 퍼레이드 연출력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행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군사력을 과시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 통치 체제의 건재함을 뽐내는 대내외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면에는 여러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이번 열병식에 참석한 의장대 등 군인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국가 연주가 시작될 때 오성홍기를 게양하며 열병식의 시작을 알린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장웨이였다. 깃대와 오성홍기의 무게는 모두 17.5㎏인데, 박자에 맞춰 절도 있게 깃발을 펼치는 동작을 위해 그는 매일 밤 오른손에 5㎏ 덤벨을 들고 300회 이상 오른팔을 펼치는 연습을 했다.

의장대는 거울을 보며 75㎝를 보폭을 유지하면서도 오차가 1㎝ 넘지 않도록 연습해야 했다. 고개를 돌리는 속도와 각도까지 같은 모습 이면에는, 수개월간 장병들의 끝없는 훈련과 혹사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두고 "높은 기준과 정밀성 뒤에는 훈련에 대한 헌신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열병식 중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방식의 '거위걸음'은 과거 나치와 소련 등 권위주의 체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도 빈축을 샀다. 미국 CNN은 "거위걸음이 역사적으로 논쟁의 대상이었다"며 "나치 독일과 소련이 거위걸음을 받아들여 대중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고 지금도 거부감을 산다"고 설명했다.


전통 깬 열병식 총사령관? 군부 불안정성 노출

시진핑(오른쪽 두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3일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열병식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군부의 동향을 노출하기도 했다. 본래 중국군은 고위 인사의 동향을 공식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군의 최대 행사인 열병식을 통해 주요 인사의 거취를 살필 수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반중 인사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시진핑 실각설'의 경우, 중국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시 주석을 제치고 군 권력을 장악했다는 소문에서 확산되기 시작된 만큼 군 내부 동향에 시선이 쏠렸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열병식 총사령관이 누구인가였다. 전통적으로 열병식의 총지휘는 열병 현장부대의 최고 군사 장교인 별 3개 상장(한국군의 대장) 계급인 베이징군구 사령관이나 중부전구 사령관이 맡아왔다. 올해 총지휘는 전통을 깨고 중장(별 2개)인 한성옌 중부전구 부사령관이 맡았다. 이에 상장 계급 장군 등 군 수뇌부에 여전히 혼란과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인민해방군이 여전히 부패 단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관행을 깨고 중부전구 부사령관이 맡았다는 것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 화려한 최첨단 무기를 선보였지만, 군부 내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것이 전투력으로 얼마나 전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도 짚었다.


'경기 침체'인데... 열병식에 들인 돈만 7조 원

화물선 선적 전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지난달 29일 중국 톈진의 한 항구에 선적돼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대한 열병식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기원시보 등 반중매체가 대만 대륙위원회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 중국은 360억 위안(약 7조280억 원)을 사용했다.

우선 군사 퍼레이드 참가 병력과 인원의 훈련에 8억 위안(약 1,560억 원)을 썼다. 또 베이징 일대에 임시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경비와 치안을 유지하는 비용에만 50억 위안(약 9,754억 원)을 들였다. 열병식 당일 맑은 날씨를 확보하기 위해 대기 오염을 줄이려 공장에 지불한 조업 중단·단축 조치 보조금은 300억 위안(약 5조8,000억 원)에 달했다. 대만의 한 당국자는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실시한 건 '국내 안정'을 과시하고 공산당 정권에 대한 구심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 짚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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