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비핵화…북·중 정상회담이 던진 3가지 물음

박민희 기자 2025. 9.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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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 당’에서 국가 간 외교로?
시진핑 과연 10월 방북할까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4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매우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6년 만의 방중과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북·중, 북·러 정상회담 등의 파장은 향후 지역·국제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비핵화

4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과 만찬 뒤 두 나라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과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빠짐없이 언급됐던 ‘비핵화’가 이번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 결과를 전한 4일 중국 신화통신과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시 주석은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북한)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부단히 개척해 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계속해서 북측과 조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함께 반드시 언급되던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히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2018∼2019년 열렸던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1∼4차 북중 정상회담 때는 북미 간 비핵화 정상회담이 진행중이었고, 북한과 중국은 비핵화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비핵화 회담은 절대 불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초청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 중심에 섰고, 북한이 걷는 “발전의 길”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중이 모든 단계에서 밀접하게 왕래하고, 당의 건설·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하고,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건설사업 발전을 돕기를 바란다”며 중국과의 경제무역 협력을 희망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취한 대북제재는 중국이 제대로 이행해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서는 추진되기 어려운 부분인데, 북중 경제 협력이 진전된다면 사실상 중국이 대북제재나 비핵화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국이 ‘비핵화’를 완전히 포기했는지, 이에 대해 한중이 협조할 공간이 사라진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중국은 최근 대통령 특사단 방중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지속 확인해 왔다”며 “우리 정부는 한중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중측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로서,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 후 전용열차로 베이징을 출발하고 있다. 맨 왼쪽에 왕이 외교부장이 환송하러 나와 있다.

당 대 당 관계에서 국가간 외교로

김 위원장이 2일 베이징역에 도착했을 때와 4일 밤 베이징 역을 떠날 때 김 위원장을 영접한 것은 중국 당 서열 5위의 정치국상무위원인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장관) 겸 정치국위원이었다. 4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도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전통적으로 북중 관계는 사회주의 당대당 관계여서 외교부가 아닌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담당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이 아닌 왕이 외교부장이 전면에 나섰다. 이를 놓고 북중관계가 전통적인 ‘당 대 당’ 외교에서 ‘국가 대 국가’ 외교로 변화하는 새로운 전환점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중앙 대외연락부 류젠차오 부장이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어서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중국 외교부가 나섰을 수 있다”면서도 “왕이의 외교부가 김정은을 의전한 것은 중국 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당 대 당으로 계속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정상국가화하여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조정할 것인가 하는 내부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하는 동안 시 주석의 옆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맨 왼쪽)과 차이치 서기(왼쪽에서 두번째)가 배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시진핑 10월 방북할까

북중의 이번 정상회담 결과 보도에는 양국이 ‘전략적 의사소통’과 ‘고위급 왕래’를 강화한다는 표현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북중은 운명을 같이한다”면서 “북한과 고위급 왕래 및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와 우의를 심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도 두 정상이 “고위급 래왕(왕래)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당 창건 80주년인 10월10일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월31일∼11월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전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경주 아펙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다음달 10일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외교전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시 주석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북한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미중, 한중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높이는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양갑용 수석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북한 노동당 창당 80주년을 기념하여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문제에는 10월 중국 공산당 4중전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는 변수가 있다”며 “특히 경주에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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