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엔비디아 승부' 선점 쐐기…HBM4 마지막 관문도 앞섰다

강민경 2025. 9. 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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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최종 테스트…하닉 공급 계약 목전
초기 물량 주도권 유리…"HBM 시장 우위 지속"
증권가 "단기 우위 하닉, 중장기 변수는 삼성"
/그래픽=비즈워치

30여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친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에 들어갈 HBM4 테스트에서 가장 앞서 나간 데다 D램 점유율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2개 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초고가 장비까지 메모리 업계 최초로 도입, 초격차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뒤늦게 발열·수율 문제를 진정시키고도 일정 지연 탓에 협상력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다.

"이르면 이달 계약 마무리" 전망도

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달 중 엔비디아에 HBM4 12단 커스터머 샘플(CS)을 제출한다. 이는 제품 양산 전 마지막 검증 단계로 내년 상반기 공급 계약 체결이 유력하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설비 투자와 양산 일정을 고려, 적기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최종 인증에 앞서 계약이 먼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달 중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간 내년 상반기 HBM4 공급 물량 계약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이미 HBM3E 12단 초도 물량을 독점 공급한 만큼 HBM4에서도 초기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내년 1분기까지 HBM4 최종 퀄리피케이션 테스트를 마치고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AI GPU '루빈 시리즈'에 채택할 공급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 시점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4 경쟁 구도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더라도 초기 물량은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고, 삼성전자는 최종 테스트 이후에야 공급사 명단에 합류할 수 있을지 판가름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일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계 최초로 양산용 'High NA EUV' 장비를 이천 M16팹에 반입하고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왼쪽 다섯 번째부터) 김병찬ASML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김성한 SK하이닉스 구매 담당 부사장,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 이병기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사진=SK하이닉스

최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공장에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 NA EUV'를 들여오며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장비로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정밀하게 그릴 수 있다. 그간 반도체 미세공정 진전은 EUV 장비의 성능과 직결돼 왔다.

하이 NA EUV는 기존 EUV 대비 광학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최신 모델이다. 해상도가 40% 높아져 이전보다 1.7배 정밀한 회로를 형성할 수 있고 집적도는 2.9배 향상된다. 쉽게 말해 같은 웨이퍼 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안정적으로 심어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당 가격이 5000억원을 웃도는 이 장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인텔·TSMC·삼성전자 정도만 제한적으로 확보해 왔다. 특히 CPU·AP 등 시스템 반도체 개발용으로 주로 활용돼 왔는데, 순수 메모리 전용으로 도입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차세대 D램과 HBM 기술 경쟁에서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지의 행보로 해석된다.

2개 분기 연속 1위…격차 더 벌린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실적과 점유율 모두에서 삼성전자를 뚜렷하게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122억2600만달러(약 17조원)·점유율 39.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매출 103억달러, 점유율 33.3%에 그쳤다. 양사 간 격차는 6.2%포인트로 확대됐다.

트렌드포스 역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점유율을 38.7%, 삼성전자는 32.7%로 산정했다. 지난 1분기 30여 년 만에 탈환한 세계 1위 자리를 2분기에도 지켜낸 셈이다. 특히 1분기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2~3%p 앞서는 수준이었으나 2분기 들어 격차가 6%p 이상으로 벌어졌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는 HBM4 최종 테스트 일정에서 두 달가량 뒤처진 상태다. 엔비디아와의 협상 시점이 뒤로 밀리면 공급 물량과 가격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삼성은 '성능'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만회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최신 4나노 공정을 적용,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D램도 가장 앞선 6세대(1c) 제품을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한 세대 전인 12나노 공정과 5세대(1b) D램을 쓰는 것과 달리 삼성은 더 앞선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발열과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상당 부분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비록 일정에서는 뒤처졌으나 기술 우위를 무기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증권가 내에선 HBM4 시장을 두고 단기 및 중장기에 따른 시각차가 엿보인다.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초기 물량과 가격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증설과 기술 개선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산업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증설과 HBM4 시장 진입, 마이크론과의 수율 개선 효과로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며 "수요 증가율보다 공급 증가율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HBM3E 가격은 30% 가까이 하락하고 HBM4 가격 협상도 원가 인상분 반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또 "신규 공급이 시작되는 HBM4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SK하이닉스가 약 50%, 삼성전자가 30%, 마이크론이 20%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1c 공정 품질 개선과 후공정 수율 안정 및 공격적 증설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방향성만큼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간 내년 상반기 공급 물량 계약이 9월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HBM4에서도 3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CS 샘플 출하가 시작되면 4~6개월간 품질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SK하이닉스가 높은 초기 점유율을 가져가고 본격적인 3사 경쟁 구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시장 재편에서 우위를 지속, 가격 협상에서도 높은 초기 점유율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기술력 측면에서 차별화 요소를 갖췄지만 일정과 협상력에서 불리함을 얼마나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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