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240> 야구·축구 전문가 영입한‘미래경쟁위원회’] “다 바꾸겠다”…PGA의 깜짝 외부 인사 영입

8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롤랩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중대한 변화를 준비한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설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타이거 우즈를 위원장으로 한 ‘미래경쟁위원회(Future Competition Committee)’ 출범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우즈와 함께 선수 위원 5명(패트릭 캔틀레이, 애덤 스콧, 카밀로 비예가스, 매버릭 맥닐리, 키스 미첼)과 외부 전문가 3명(존 헨리, 테오 엡스타인, 조 고더)이 합류했다. 이들의 임무는 PGA투어 대회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롤랩은 기자회견에서 투어 운영의 세 가지 핵심 원칙으로 공정성(parity), 희소성(scarcity), 단순화(simplicity)를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엇도 배제하지 않는다(Nothing is off the table)” 는 롤랩의 발언을 인용하며, PGA투어 개혁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경기 수를 줄여 일정을 압축하고, 필드 규모를 줄여 경기의 긴장감과 질을 높이며, 톱 랭커들이 더 자주 맞붙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8개인 ‘시그니처 이벤트(특급 대회)’ 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았다. 이럴 경우 중하위권 선수 출전 기회가 줄게 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PGA투어는 오랫동안 세계 프로골프의 중심 무대였지만, 최근 위기를 맞았다. 가장 큰 도전은 LIV 골프의 부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을 등에 업은 LIV는파격적인 상금과 짧은 경기 방식으로 스타 선수를 끌어모았다. 이는 곧 PGA투어의 스타 파워 하락과 스폰서 이탈 우려로 이어졌다.
미국 스포츠 시장 전체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NFL(미식축구), NBA(농구), MLB(야구), NHL(아이스하키) 등 미국의 ‘4대 빅리그’는 방송 중계권과 관중 동원력에서 골프를 크게 앞선다. NFL은 연간 약 100억달러(약 13조8550억원)의 중계권료를 벌어들이고, MLB는 한 시즌 7000만 명 이상의 관중을 모은다. 반면 PGA투어의 중계권 수익은 연간 7억달러(약 9698억5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정규 투어 일요일 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20만 명에 불과하다.
1│브라이언 롤랩 ‘보여주는 법’을 아는 CEO
롤랩은 골프계 출신이 아니다. 그는 NFL 미디어와 NFL 네트워크 CEO를 지내며 경기 중계 방식을 혁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목요일 밤 풋볼(Thursday Night Football)’을 아마존 프라임 독점 스트리밍으로 전환한 것이다. 당시 TV 시청자 감소 우려가 있었지만, 롤랩은 이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바꾸었다. 방송권을 세분화해 판매하고, 하이라이트와 모바일 중계를 별도 상품화하여 권리료를 극대화했다.
PGA투어가 그를 영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콘텐츠를 패키지로 재구성하는 전문가다. 주간 대회가 산발적으로 열리는 투어를 ‘반드시 봐야 하는 주말’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이를 방송사, 스폰서, 디지털 플랫폼에 묶어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가 내세운 세 가지 원칙(공정성· 희소성·단순화)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언어다.
2│존 헨리 구단을 '브랜드'로 키운 전략가
존 헨리는 금융 투자자로 출발해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을 세웠다. 현재 그는 MLB의 보스턴 레드삭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FC, NHL의 피츠버그 펭귄스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구단을 단순한 스포츠 팀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레드삭스 시절에는 ‘밤비노의 저주’라는서사를 스토리텔링 자산으로 활용해 팬덤을 강화했고, 펜웨이 파크 리노베이션으로 구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바꿨다. 리버풀 FC에서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PGA투어가 헨리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단순한 경기 나열이 아닌 브랜드가 있는 이벤트로 골프 대회를 성장시키는 일.
현재 8개에 불과한 시그니처 이벤트를 확대해, 팬이 이름만 들어도 보고 싶어지는 브랜드 대회로 만드는 것이다.

3│테오 엡스타인 '저주'를 깬 데이터 혁신가
테오 엡스타인은 예일대에서 미국학을 전공하고 샌디에이고대 로스쿨을 졸업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구단에 직접 편지를 보내 인턴십 기회를 얻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28세에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에 올라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이후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108년간 이어진 ‘염소의 저주’를 끝냈다.
엡스타인의 강점은 두 가지다. 첫째, 데이터 기반 운영, 선수 기용과 경기 전략을 통계로 분석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 둘째, 문화 혁신. 그는 구단 내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고, 선수와 팬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최근에는 MLB 사무국 자문으로 피치 클록 제도 도입을 주도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개혁을 이끌었다. 이는 팬 친화적 변화의 대표 사례다. PGA투어는 엡스타인의 경험을 통해 컷 제도 개편, 경기 수 축소, 보상 구조 단순화 같은 민감한 개혁을 데이터와 문화의 언어로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조 고더 혁신을 지탱하는 '안전장치'
조 고더는 발레로 에너지 전 회장 겸 CEO로, 현재는 PGA투어 엔터프라이즈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재무와 지배구조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다.
PGA투어가 추진하는 변화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상금 규모 확대, 새로운 중계권 협상, 스폰서십 재편 그리고 사우디 국부펀드와의 협상까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재정적 안정과 계약 구조의 촘촘함이 보장되지 않으면 변화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고더는 이러한 과제를 풀어내는 ‘재무적 안전판’ 역할을 맡는다.
네 명은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롤랩은 ‘경기를 어떻게 보여줄까’를 설계하고, 헨리는 ‘대회를 어떻게 브랜드로 키울까’를 고민한다. 엡스타인은 ‘룰과 문화를 어떻게 고쳐 팬과 선수가 쉽게 이해하도록 할까’를 제안하며, 고더는 ‘이 모든 변화를 돈과 계약으로 어떻게 뒷받침할까’를 책임진다.
여기에 우즈의 상징성과 리더십이 더해지면 개혁의 추진력은 더욱 커진다. 우즈는 선수와 팬, 스폰서 모두에게 신뢰받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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