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AI 상생 없이는 AI 강국 불가능하다[문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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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국운을 걸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AI 개발을 맡길 정예 5개 팀을 선발했다.
그런데도 AI 기업들은 뉴스 콘텐츠를 가져가기만 할 뿐 언론사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다.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긁어가는 AI 봇을 차단하되 일정액을 내면 콘텐츠 수집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프로라타란 회사는 AI 답변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 언론사의 기여도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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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국운을 걸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AI 개발을 맡길 정예 5개 팀을 선발했다. 이들 팀에 제공될 정부 지원은 파격이다. 데이터 공동구매 예산 100억 원 외에 팀별로 28억 원이 추가 지원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정부가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여 장이 할당될 예정이다.
하지만 근사하게 보이는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AI의 핵심 ‘연료’인 뉴스 콘텐츠가 정당한 대가 없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생성하는 답변의 27%가 뉴스 콘텐츠에서 나온다. ‘최근 금리 인상 소식은?’처럼 시의성 있는 질문에는 이 비율이 49%까지 치솟는다. 특히 로이터와 AP처럼 권위 있는 언론사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가치가 AI 시대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AI 기업들은 뉴스 콘텐츠를 가져가기만 할 뿐 언론사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다. 최근 거대 플랫폼이 콘텐츠를 가져간 만큼 저작자에 제대로 보상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크롤링 대비 이용자 유입 비율’이란 지표가 등장했다. 구글의 경우 콘텐츠를 14번 긁어올 때마다 이용자가 한 번꼴로 원본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러나 오픈AI는 1700번 콘텐츠를 긁어가서야 한 번 해당 사이트에 접속이 이뤄진다. 앤트로픽은 7만3000번 크롤링에 딱 한 번이다. 콘텐츠는 마음껏 가져다 쓰면서 광고 수익의 기반이 되는 트래픽은 주지 않는 일방적 착취 구조다.
사용자들은 AI가 깔끔하게 요약한 답변에 만족한다. 굳이 뉴스 사이트를 클릭할 리 없다. 이른바 ‘제로 클릭’ 현상이다. 실제로 구글이 검색 결과 상단에 AI 요약을 도입한 후, 클릭 없는 검색 비율이 56%에서 69%로 급증했다. 전 세계 상위 500개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은 전년 대비 27% 폭락했다.
언론사들에 이는 생존의 문제다. 트래픽이 줄면 광고 수익이 줄고, 구독 전환율도 떨어진다. 기자를 줄이고, 취재를 포기하고, 결국 문을 닫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검색 트래픽 기반 저널리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최신 기술을 이용한 해법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 7월 ‘크롤링당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긁어가는 AI 봇을 차단하되 일정액을 내면 콘텐츠 수집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더 혁신적인 모델도 있다. 프로라타란 회사는 AI 답변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 언론사의 기여도를 계산한다. 예컨대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AI 답변에서 A 신문이 30%, B 통신사가 20%, C 방송사가 15%를 기여했다면, 광고 수익의 50%를 이 비율대로 나눈다. 이미 포천, 파이낸셜타임스 등 500개 이상 언론사가 참여했다.
선택의 시간이다. 뉴스 생태계가 무너지면 AI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찾지 못한다. 검증되지 않은 루머, 광고성 콘텐츠, 조작된 정보만 학습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받는 답변도 ‘AI 쓰레기’가 된다. 미국의 펀드매니저 빌 그로스의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창작자들이 창작할 이유를 잃으면, 모든 것이 AI 쓰레기로 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AI 강국이 되려면, AI와 언론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 2000억 원을 투입하기 전에, 그 AI가 학습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 생태계부터 살려야 한다. AI와 저널리즘의 공정한 파트너십, 이것이 진정한 AI 주권 확립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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