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마른 오봉저수지… 근처에 ‘자이언트 물탱크’ 도암호있는데도 활용은 ‘난망’

윤희훈 기자 2025. 9. 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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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 옆 도로에서 급수차량이 저수지로 살수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지난 2일 오전 10시 강릉지역 수원지인 오봉저수지로 들어가는 성산사거리에는 저수지로 물을 옮기려는 급수차량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5분여동안 지켜보니 차량 10대 이상이 오봉저수지로 향했다. 덩치가 큰 급수차량이 저수지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강릉시에선 해당 도로 내 일반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저수지 인근에 도착한 급수차량은 미리 설치된 물 공급용 파이프에 호스를 연결하거나,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맨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물을 채웠다.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1450만톤에 달한다. 2일 오전 현재 저수량은 200만톤가량으로 저수율이 14%에 불과했다.

급수차 한대의 평균 물 저장량은 10톤 수준. 전날 하루동안 급수차량으로 채운 물이 3000톤 정도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5일동안 물을 채워야 저수량의 0.1%를 채우는 셈이다. 오봉저수지 관계자는 “저수량과 비교하면 급수차량을 활용해 물을 채우는 게 ‘새발의 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 마음으로 채우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 강릉시는 급수차량을 활용해 1차로 상수도와 바로 연결되는 홍제정수장을 채우고, 남는 물로 오봉저수지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2일 오봉저수지의 모습. 오랜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났다. 이날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 수준에 그쳤다. /윤희훈 기자

이어 찾은 홍제정수장에선 소방차들이 수조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경북과 충남 등 다른 광역지자체에서 온 소방차들이었다. 호스를 연결하던 한 소방관은 “주문진이나 양양에 가서 물을 퍼와 이 곳을 채우고 있다”라면서 “물을 한 차례 채우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동에 40분, 물을 옮기는데 20분 소요된다. 하루에 8번 정도 물을 옮긴다”라고 말했다.

강릉은 과거에도 여름철이 되면 종종 가뭄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가뭄은 처음이라고 한다. 한 시민은 “비가 이렇게 안 오는 건 처음 본다”라면서 “지역 주민이 쓸 물도 부족한데,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면서 물 소비량이 증가한 것도 물 부족에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제정수장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강릉시 상수도관리과에 들어서니 계속 민원성 전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기자가 담당과장에게 가뭄 실태에 대해 듣는 중에도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한 시민은 ‘도암댐 물이라도 돌리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고, 전화를 받은 직원은 “도암댐은 환경과가 담당한다”라며 민원 전화를 돌렸다.

◇ 오봉저수지서 15㎞ 떨어진 도암댐엔 물 가득

현재 강릉 지역에서는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도암댐 활용이 거론되고 있다. 도암댐은 강릉 옆 평창군 대관령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다. 강릉 시내에서 출발해 고랭지 농업으로 유명한 안반데기 지역을 지나면 나온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로 달려 30~40분가량 걸리지만, 직선 거리로는 오봉저수지에서 도암댐까지 15㎞밖에 되지 않는다.

평창 대관령 도암댐의 모습. 현재 이곳에는 3000만톤의 물이 저장돼 있다. /윤희훈 기자

현재 이곳에는 3000만톤 가량의 물이 저장돼 있다. 맨바닥을 드러낸 오봉저수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도암댐의 최대 물 저장량은 5100만톤. 오봉저수지의 3배에 달한다. 현재는 댐 수문을 열고 있어 3분의 2 수준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한수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한강 최상류인 도암호의 물은 강원 충북 지역을 지나 팔당호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물길을 돌려 동해로 빠져나가도록 하기 위해 1990년 도암댐을 완공했다. 물이 부족한 강릉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이 과정에서 유역변경식 발전(강릉수력발전소)도 할 수 있도록 건설했다. 영동지역에 물과 함께 전기를 공급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강릉수력발전소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운영하다 중단됐다. 강릉지역 주민들이 수질과 수온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관령 축산농가의 축산폐수와 고랭지농지의 비료·토사 등이 들어와 수질 문제가 불거졌다. 고지대의 찬물이 수로를 타고 강릉의 남대천으로 들어와 농작물 냉해를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 김홍규 강릉시장은 당시 도암댐 물의 강릉 유입을 반대한 ‘남대천 살리기 운동’을 진두지휘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릉수력발전소와 도암댐을 관리하는 한수원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용해 수질 개선 활동과 함께 수온 조절을 위한 설비를 도암댐에 설치했다. 그 결과, 현재 도암댐의 수질은 서울시민의 수원지인 팔당댐 물보다 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수온의 경우 취수탑을 설치해 깊은 수심의 물이 바로 나가지 않고, 표층부의 물이 수로에 유입되도록 구조를 개선했다.

오봉저수지 옆에 위치한 강릉수력발전소의 현판.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가동됐던 강릉수력발전소는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윤희훈 기자

◇ 도암댐 물 댈려면… 발전기 재설치·정선지역 합의 필요

하지만 이러한 개선 작업 후에도 도암댐 물이 강릉 지역으로 공급된 적은 없어, ‘도암댐 물=안 좋은 물’이라는 지역주민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뭄이 심각한 지금, 바로 수로를 개방해 도암댐물을 강릉으로 공급할 수는 없을까. 이를 위해선 2개의 숙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현재 제거돼 있는 발전시설을 재설치해야 한다. 수로터널을 개방하면 고압의 물이 방출된다. 수력발전기는 이 압력을 떨어뜨리는 저항기 역할을 한다. 만약 발전기를 재설치하지 않고 물이 방출되면 고압의 물이 발전소 건물 벽을 때리게 돼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기를 재설치하지 않고 수로를 개방하는 건 고전압의 전력을 변압하지 않고 가정에 바로 공급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물길이 흐르는 정선지역에선 강릉수력발전소 가동 재개를 반대한다. 수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댐의 수위를 높일 것이고, 동강을 타고 정선지역에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동강을 중심으로 조성된 지역 레저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도암댐에서 정선지역에 공급되는 물은 정선지역 전체 물 공급량의 8%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라면서 “강릉발전소 운영을 재개하면 정선 지역에선 이 공급량이 ‘0’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데, 수위 조정 과정에서 4~5%정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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