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한 환자 옆 의사 어디에?…제주의료원 ‘의료과실’ 고소장 접수

김찬우 기자 2025. 9.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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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요양병원 환자 A씨, 응급실 전원 이후 패혈성 쇼크사
A씨 유족 “위중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치 없었다” 주장
제주의료원 “보호자 마음 충분히 이해…수사에 적극 협조”
제주의료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공의료기관 부속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가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제때,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아 응급실로 옮겨진 환자가 끝내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제주경찰청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 A씨의 활력징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전화로만 처방과 지시가 내려졌고 위중한 상태가 돼서야 당직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등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환자 가족인 B씨는 관련 내용을 제주도 홈페이지 내 신문고인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에 올리기도 했다. 제주의료원 부속요양병원 관리부실 및 의료업무 태만 민원이다.

A씨는 지난 3월 31일부터 제주의료원 부속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15일 오전 제주한라병원으로 옮겨진 뒤 다음날 새벽 패혈성 쇼크로 숨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간호기록지와 의사지시기록지, 활력징후 측정기록지 등 의무기록을 토대로 요양병원 측이 환자에게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가 확보한 의무기록에 따르면 15일 오전 7시, 환자 A씨의 혈압은 110/90, 심박동수 1분당 132, 호흡 횟수 1분당 33회, 산소포화도 77%로 의식 상태가 저하됐다. 

여기서 각 활력징후 정상범위는 △혈압 120/80 △심박동수 1분당 60~80회 △호흡 횟수 1분당 12~20회 △산소포화도 95~100% 등이다. A씨의 경우 모든 활력징후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중증으로도 분류될 수 있는 경우다. 

이에 병원 측은 당직의사의 전화처방으로 고농도 산소를 공급했으며, 오전 8시 30분쯤 혈압이 떨어져 측정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전화처방으로 수액과 승압제 사용을 시작했다. 이후 오전 9시쯤 당직의사가 병실을 찾았으며, 가족에게 환자가 위중하다는 연락이 취해졌다. 

이후 A씨는 한라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16일 밤 0시 23분쯤 숨을 거뒀다. 이에 각종 의무기록지를 확인한 B씨는 '의료기관인증평가제도' 인증을 받은 병원임에도 인증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고 환자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간호기록지와 의사 처방기록지, 활력징후 측정기록지를 바탕으로 요약한 15일 처치 내용.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B씨가 설명 및 조사를 요구한 부분이다.

B씨는 "15일 오전 5시 혈압이 정상치를 벗어난 60/40 정도로 떨어졌지만, 의사 지시 없이 다리만 올리고 지켜보는 행위가 다였다"라며 "활력징후 이상을 발견하면 의사에게 즉시 보고하고 처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피력했다. 

또 "15일 당직의사는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병실을 찾지 않고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구두로 승압제를 처방했을 뿐"이라며 "이후 30분 뒤 나타났다. 혈압이 체크되지 않는 매우 위급한 응급상황에서 30분이나 걸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활력징후에 이상이 생긴 뒤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며 "이게 의료기관인증평가제도 인증을 받은, 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신속한 전문진료라고 볼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B씨는 "원내 대기해야 할 당직의사가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으면 사회통념상 직접 가서 진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2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혹시 원내 없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의사지시기록지에 나타난 처방 의사 이름이 당직의사 C씨가 아닌 담당의 D씨로 기재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처방을 C씨가 했으면 C씨 이름이 적혀야 하는데 D씨 이름이 적혔다는 것. 

이에 대해 B씨는 간호진이 D씨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지고 접속한 뒤 처방을 입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D씨는 병원에 없었고 기존 예정된 처방 외 지시는 모두 C씨가 했기 때문이다. 

또 B씨는 "환자 상태가 나빠진 상황에서도 의료원 측 연락을 늦게 받았다"며 "위중한 환자 상태를 미리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설명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의료원 부속요양병원 소개 내용. 사진=제주의료원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 민원이 접수되자 제주보건소 측은 현장 조사에 나섰으며, 전산 및 내부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병원 측 주장이 대부분 소명돼 의료법 위반 조치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활력징후 이상에 대한 의료진 조치 적절성과 현장에 오지 않은 당직의사의 전화처방 적정성 여부 등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적절성 여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을 통해 위법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보건소 조사에 따르면 B씨 주장 중 '당직의사 원내 근무' 여부와 관련해 CCTV 확인 결과 오전 8시 32분쯤 당직실에서 나가는 장면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전 시간대 계속 당직실에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계속해 원내 있었는지 여부는 미확인 상태인 것이다.

이에 보건소 측은 "최근 CCTV 녹화 영상을 모두 백업해 보관 중으로 정확한 내용은 추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라며 "의료원 측이 제공한 CCTV로만 판단하면 원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의사지시기록지에 실제 처방 의사와 기재된 의사 이름이 다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기록지에는 주치의 이름이 나타나게 돼 있다. 다른 의무기록지와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C씨가 처방한 사실이 정상적으로 나타나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보호자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이별에 당황스럽고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 그렇지만 의료행위에 대한 위법·적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수사 의뢰를 통해 풀어가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의료원 측은 "보건소 측에 소명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전달했고 당시 당직의가 원내 있었는지 여부는 관련 자료를 보관해뒀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의사지시기록지 대리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호사들이 대신 입력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불법 행위 등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의료 행위의 적절성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살펴봐야겠다"며 "수사가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안타까운 일에 보호자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