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의 〈추적〉 17년 “4대강 이제 되돌릴 때가 됐다”

17년이 99분에 담겼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기억하는 줄 알았지만 잊었던 17년이 99분짜리 영화로 되살아왔다. 이명박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정권이 다섯 번 바뀐 17년 동안 기록한 우리 강의 모습이 참혹한 형상으로, 혹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스크린에 흘렀다. 무지와 망각 사이, 몰랐거나 잊었던 것을 깨달은 관객들은 극장에서 자주 탄식을 터뜨렸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만든 4대강 다큐 영화 〈추적〉의 이야기다. 8월6일 개봉해 8월20일 기준 약 1만4000명이 관람했다. 상영관 수와 횟수에 비하면 다큐 영화로서 관람객 수는 적지 않다.
모두 알다시피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사업이다. 시민사회가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정부는 홍수 조절과 가뭄 예방을 위해 물을 가두고 모래를 파내야 한다며 사업을 강행했다.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 첫 삽을 떴고 유례없는 속도전 끝에 임기 내인 2012년 완공했다. 사업비 약 22조원을 들여 4대강에 보 16개를 만들어 물을 가뒀고, 4억5900만㎥의 모래를 파냈다. 공사는 끝난 지 오래이지만,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 〈추적〉은 최승호 PD의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나는 17년째 그를 추적하고 있다. 그가 만든 강을, 그가 만든 침묵을.”
최승호 PD는 2010년 8월 MBC 〈PD수첩〉 ‘수심 6m의 비밀’ 편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알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의 본질이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대운하 사업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MBC 경영진이 방송을 한 차례 불방시켰고 MBC 노조와 시민단체가 “김재철 MBC 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방송을 사전검열했다”라며 반발해 사회적 파장이 컸다. 2012년에는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MBC에서 해직되는 고초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MBC 사장으로 선임되며 복직했고, 2020년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다시 현장 언론인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동년배들은 거의 은퇴한 60대의 나이. 언론인으로서 일가를 이룬 그는 왜 4대강 문제를 ‘추적’하며 현장을 누비고 있을까. 그는 〈추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8월18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그를 만났다. ※스포일러 있음
극장에서 관객의 탄식이 자주 들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반응이 그렇다. (강물로 재배한) 쌀에서 녹조 독소가 나온다니까 걱정이 큰 것 같다. 타 지역의 경우 녹조 문제는 체감이 잘 안 되지만, 쌀은 전국으로 유통되는 문제니까.
낙동강에 연꽃이 핀 장면도 충격적이었다.
연꽃이 피는 곳을 강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이건 호소(湖沼)다. 낙동호. 낙동강 하류 쪽에는 아예 대단위로 연꽃을 재배하는 곳도 있다. 우리 강이 연꽃이 자라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 물고기를 발견한 곳은 어디인가.
금강이다. (문재인 정부 때) 보의 문을 열고 물이 흘러 모래가 깨끗해지니까 모래 속에 사는 흰수마자가 한 번에 세 마리나 발견됐다.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을 막고 생태계를 살리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보는 댐처럼 물을 많이 담아놓을 수 없다. 큰비가 오면 수문을 열 수밖에 없다. 수문을 닫아놓으면 물이 넘쳐서 홍수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2021년 환경부의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 실증 평가’ 보고서는 4대강 보가 홍수조절 능력이 미흡하거나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가뭄 때 농업용수로 쓴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물이 흐르는 강 주변은 당연히 가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가뭄 피해를 겪는 곳은 산간지역이나 해안지역이다. 강에 물을 가둬도 극한 가뭄에 그 물을 쓰려면 물을 보낼 관로를 설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관로는 없었다. 4대강 사업 완공 무렵인 2012년에 엄청난 가뭄이 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에 관로를 깔아서 물을 활용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 관로 없이는 4대강 물을 가뭄 때 활용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업을 강행했다는 이야기다.

낙동강의 취수구(강물을 빨아들이는 시설물) 높이가 너무 높아 수위가 낮을 때 물을 쓰지 못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로 물을 막으면 오염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자 “4대강 보는 자유자재로 열고 닫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4대강 사업은 보를 열면 용수 공급을 할 수 없도록 (취수구가 높게) 설계됐다. 강 주변 주민들이 농업용수를 쓰려면 물을 채우기 위해 보 수문을 닫아야 하고, 결국 강의 흐름이 멈춰 녹조가 창궐한다.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이미 취수구를 낮추는 공사를 완료했지만, 낙동강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사를 거부해왔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주겠다고 해도 막아섰다. 혹시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숨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4대강 사업 추진의 서사는 어떻게 바뀌어왔나?
처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때는 보수언론도 비판했다. 대운하를 통해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크루즈를 타고 떠나는 대운하 관광상품을 들고나왔다. 강을 막으면 수질이 나빠질 거라고 비판하자 이번에는 배의 스크류가 강물을 정화한다고 해명했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4대강 살리기’로 사업명을 바꿨다. 4대강의 오염이 심각하다며 마치 우리 강이 죽어가는 것처럼 선전했지만, 강을 죽인 건 결국 4대강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이 망가지는 것과 언론이 망가지는 걸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했다.
언론이 살아 있었다면 강을 그렇게 파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죽었기 때문에, 언론을 죽였기 때문에 강을 죽일 수 있었다.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5년 만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복원을 천명했다. 보 개방을 지시하고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수심 6m 준설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히는 등 적폐 청산에 나섰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임기 후반기인 2021년에서야 한강과 낙동강을 제외한 금강과 영산강 일부 보에 대한 개방 및 해체를 결정했다. 그러나 실행 시기를 못 박지 않는 등 실제 복원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윤석열 정부는 이마저 모두 뒤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왜 4대강 재자연화를 제대로 못했을까?
너무 조심스러웠다. 야당이 수십조 원을 들인 사업인데 왜 보를 해체하느냐는 주장을 할까 봐 주저한 것 같다. 금강 세종보의 경우 아주 작은 규모여서 충분히 해체할 수 있었는데도 끝내 하지 못했다. 서서히 여론을 바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합의를 이루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었다면 대국민 설득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했다.
이재명 정부도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모든 정부 부처를 동원해 사업을 추진했다. 다시 강을 복원하려면 조직이든 예산이든 그만큼의 공력이 들어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조직과 예산으로는 안 된다.
영화 〈추적〉은 무수한 조연들이 만들어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의장,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 등 현장과 정책 영역에서 최승호 PD와 함께 4대강 문제를 추적한 이들이다. 그중 한 명이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다.
김원 연구원은 4대강 사업 초기 최승호 PD에게 4대강 사업이 결국 이름만 바꾼 대운하 계획임을 제보해 〈PD수첩〉 ‘수심 6m의 비밀’ 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다. 이미 그 전에 같은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연구원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다음 아고라에 폭로했다가 징계를 당한 터였음에도 김원 연구원은 용기를 냈다. 김원 연구원은 〈시사IN〉과 통화에서 “용기를 냈다기보다는 우리 강이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라는 마음이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4대강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4대강 사업 때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범정부 조직을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깨끗한 강을 만들 수 있다.”

17년에 걸쳐 〈추적〉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김원 박사의 제보 이후 4대강 문제에 완전히 꽂혔다. 사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큰돈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사기극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자연을 파괴한 것 아닌가. 그래서 파헤쳐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 언론인들의 가장 큰 문제가 조로(早老)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나이 든 언론인이 데스크에 앉아 있지 않고 현장에 나가면 마치 무능한 사람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나는 이 직업이야말로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하우와 전문성이 쌓이고 사람도 더 많이 알게 된다. 무엇보다 어떤 사안을 단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생각이 깊어지는 면이 있다. 내 경우 영상을 다루는 데서도 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나.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중이다. 북한의 강도 보고 싶다. 새터민들 말에 따르면 엄청나게 오염된 곳도 있고, 반면 옛 모습을 간직한 곳도 있다고 하던데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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