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30만이 지역으로 간다면?
마강래 교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그동안 도시계획과 지역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의제를 내놓았다. 2017년 〈지방도시 살생부〉를 통해 도시재생과 관련해 중소도시의 중심부로 기능을 집중하는 ‘압축도시’론을 주장했다. 그다음 해에는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통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지방 대도시권 ‘메가시티’론을 펼쳤다. 이는 행정 개편 논의 등에 꽤 큰 영향을 미쳤다. 마 교수는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의 귀향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 달 동안 연구팀과 함께 경남 함양에서 머물며 현장 연구를 했다. 도시계획 전문가가 왜 베이비부머에 주목할까? 함양에는 왜 갔을까. 8월18일, 마강래 교수를 만났다.

왜 베이비부머 세대에 주목하게 되었나?
공간계획을 할 때, 인구이동을 봐야 한다. 몇 년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능한 분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지역 이동을 시각화한 걸 본 적이 있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이동이 완전히 반대였다. 청년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중장년층은 인근 도시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양새였다. 나중에 전국 226개 지자체 중 89곳의 인구감소 위기지역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지자체 대여섯 곳을 제외하고, 청년층은 순유출되고 중장년층은 순유입되는 패턴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대부분 지역에서 동일 패턴이 나타난다니,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중장년층의 순유입 이동 규모가 어느 정도이기에?
1955~1963년생(9년간)이 1차 베이비부머 세대, 1968~1974년생(7년간)이 2차 베이비부머 세대다. 중간에 낀 4년을 포함하여 통칭해 베이비부머 세대로 잡았다. 이 인구가 1610만명이다. 51세부터 70세까지 인구인데, 전체 인구의 31.4%를 차지한다. 앞으로 14년간 매해 평균 86만명씩 고령자(65세)로 편입된다. 대략 청주시 인구 정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도 지역(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으로 순유입된 4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가 19만5000여 명이다. 이 중 55~64세 연령대가 10만3000여 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지자체라면, 이런 흐름에 상응하는 정책을 세울 만도 한데.
지자체는 청년층 유입 정책에 치우쳐 있다. 중장년층 유입 정책이 별로 없다. ‘은퇴·고령자’ 유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대개 청년 유입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청년이라면 향후 50년을 쇠퇴 지역에서 보낼 자신이 있나? 청년들의 이동은 되돌리기에는 너무 어려운 흐름이 되어버렸다. ‘청년층’으로 정책 세팅을 했는데, 막상 사람이 없어 예산 소진을 못하니 대상 연령을 높이는 식이다.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중장년층은 쳐다보지도 않고, 올 가능성이 적은 청년층을 잡겠다는 정책이 맞나? 그래서 베이비부머의 귀향 프로젝트를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팀과 함양에서 한 달 동안 살았는데, 뭘 했고 왜 간 건가.
심층 인터뷰를 했다. 연구를 위해 12개가량의 지역 중소기업, 함양 토박이, 예비 귀촌인 등을 인터뷰했다. 함양군 인구가 3만6000명 수준이다. 고령화율이 높고, 인구도 감소 중이다. 함양에서 성공하면 인구 10만 이상 도시에서도 가능하다고 봤다.

일종의 현장밀착형 연구인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봤나?
베이비부머, 중소도시, 중소기업 이렇게 3자의 결합 모델을 구상했다. 지역 이전을 하려면 첫 번째 문제가 주거인데, 사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논의하며 가능성을 봤다. 귀촌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가 있다.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LH 매입임대 방식, 유주택자는 이들이 갖고 있는 수도권 주택을 LH가 맡아 청년·신혼부부에게 임대하고 이를 귀촌자의 임차료로 사용하는 방식, 유주택자의 주택연금을 유동화해 신축 단지 주택 임차료로 쓰는 방식 등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정책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일자리다. 이번에 지역 중소기업 인터뷰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속 골조, 유리섬유 등 업체는 용접 등 기술직을 원하고, 농산물 식품 가공업체 등은 생산직보다는 마케팅·판매·경리 등 사무 인력을 원하더라. 최저임금,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대략 월 210만원 수준의 일자리다.
귀촌한 베이비부머가 그 정도 임금으로 생활이 가능한가?
2023년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2인 기준 최소 생활비가 251만원이다. 지역 중소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시장임금(210만원 수준)에 추가로 ‘사회적 임금’을 더하면 어떨까. 광주시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했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문화·보육 등 ‘사회적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주택·교육 바우처·고령자 고용지원금·문화이용권 등 지방 살리기 대책 가운데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시장임금과 사회적 임금을 더한 ‘농촌 버전’을 구상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의 귀촌을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는데.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디스토피아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지방의 공간 문제를 그냥 시장에만 맡겨두면, 공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 베이비부머 중에서 핵심 타깃으로 보는 층은 55세에서 64세 인구로, 대략 846만명이다. 이 중 절반(423만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추산한다. 이들에 대한 인구 유입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도 현재 가장 많이 이동하는 층이다. 지방 이주 의향을 묻는 조사를 보면, 15%가 이동 가능성이 높다. 대략 63만명인데, 그중 절반인 30만명이 실제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해 일을 할 수 있다면? 집을 팔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다면? 임대 시장에 그 물량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집값 하락 효과가 생긴다. 또 연금 재정건전성 효과, 지역 중소기업 고용효과 등이 있으리라고 본다. 적극적 정책이 결합되면, 베이비부머들의 귀촌 흐름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이 추세를 가속화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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