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겐 암보다 무서운 폐렴…예방접종은 ‘생사 갈림길’

윤은숙 기자 2025. 9. 5. 0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예방접종 제대로 알아야 3 암보다 무서운 ‘노인 폐렴’
한 연구자가 폐 엑스선 사진 앞에서 폐렴 백신 병을 들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만성질환자는 65~84%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미접종자에 비해 치사율이나 중환자실 입원율이 최대 4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에게 폐렴은 암보다 무섭다. 폐렴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57.5명으로,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특히 65살 이상 폐렴 입원 환자 5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며,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의 중증 폐렴은 사망률이 35~50%에 달한다. 특히 당뇨, 심부전, 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위험하다.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코와 목 점막에도 존재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 뇌, 혈관, 귀까지 침투해 폐렴이나 수막염 등 침습성 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독감에 걸린 뒤 폐 점막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감염 위험이 커지고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폐렴의 초기 증상은 발열, 기침, 가래 등 감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폐렴구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고열,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숨이 가빠지면 분당 호흡수가 20회를 넘기도 하고, 가래 색이 적갈색으로 진하게 변하기도 한다. 폐가 손상되면 산소 교환 기능이 저하되며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낮아져 입술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흉부 엑스(X)선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염증 모양과 범위,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려면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도 한다. 원인균 확인을 위해 객담 배양검사와 혈액, 소변의 혈청 검사도 병행한다. 하지만 원인균을 확인하기까지 3일 이상이 소요되므로, 폐렴이 의심될 경우 우선적으로 항생제 요법을 시작한다. 물론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치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노인은 다르다. 폐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민진수 교수는 “폐렴이 심하게 진행되면 인공호흡기 치료나 패혈증에 따른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항생제 치료가 가능하지만,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에 감염된 사례가 늘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의 예방법은 백신 접종…성인은 접종률이 매우 낮아

전문가들은 폐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꼽는다. 백신을 맞으면 만성질환자는 65~84%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미접종자에 비해 치사율이나 중환자실 입원율이 최대 4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한 번 접종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며, 65살 이상이나 만성질환자는 반드시 접종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다당질 백신(PPSV23)과 단백결합 백신(PCV) 두 계열로 나뉜다. 국내 성인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는 △프로디악스23(PPSV23) △프리베나13(PCV13) △박스뉴반스(PCV15) △프리베나20(PCV20)이 사용 중이다.

지난달 말 다국적 제약회사 엠에스디(MSD)의 성인 전용 21가 단백결합 백신 ‘캡박시브’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캡박시브는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8개 혈청형을 추가해 총 21개 혈청형을 예방하며, 성인 전용으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단백결합 백신이다.

PPSV23은 세균 다당체를 직접 사용해 23개 혈청형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면역 기억 유도가 약해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PCV는 다당체를 단백질에 결합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보균율 감소로 인한 집단면역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숫자가 다르듯 포함 혈청형은 백신마다 다르다. 넓은 범위를 원하면 PPSV23이, 장기간의 면역 효과를 원하면 PCV가 유리하다.

이런 차이 때문에 PCV15 접종 후 PPSV23 순차 접종 또는 PCV20 단독 접종이 권장된다. 대한감염학회는 2025년 개정 권고안에서 65살 이상 전 연령층과 19~64살 고위험군에게 PCV15 후 PPSV23 순차 접종이나 PCV20 단독 접종을 권장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65살 이상 성인에게는 PPSV23, 소아에게는 PCV를 국가예방접종(NIP)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아의 PCV 접종률은 97%로 높은 반면, 65살 이상 성인의 PPSV23 접종률은 54.5%에 불과하다.

국내 연구진이 2018~2021년 국내 5개 대학병원에 입원한 성인 환자 5009명을 분석한 결과,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PPSV23 백신은 면역 유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PPSV23 접종자는 비접종자보다 30일 이내 사망 위험이 약 50% 낮았다.

그러나 소아 대상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95%를 넘어도 성인의 감염률은 여전히 높았다. 소아 접종만으로는 성인 감염을 충분히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혈청형 3번과 19A는 PCV13에 포함돼 있음에도 여전히 성인 폐렴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성인 예방은 소아 접종에 기대서는 안 되며, 성인 대상 직접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 환자들의 백신 접종률은 PPSV23 44.4%, PCV13 7.7%로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비백신 혈청형(NVT) 감염도 점차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폐렴이 노인에게 치명적인 것은 분명하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질병관리청과 전문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성질환이나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성인은 연령과 관계없이 접종 대상이다. 우선 만성질환자는 모두 대상이다.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천식 같은 호흡기질환, 당뇨병, 만성 간질환(간경변 포함), 만성 신질환 환자 등이 포함된다. 면역이 약해진 암 치료 중인 환자, 장기이식 환자,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도 맞아야 한다. 이 밖에 겸상적혈구병 환자, 비장 절제 환자, 뇌척수액(CSF) 누출 환자,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자 같은 특수 위험군 역시 접종을 권장받는다.

여기에 흡연자, 알코올 의존 환자도 접종이 필요하다. 면역 방어력이 떨어져 있어 폐렴구균 감염 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크다. 특히 젊은 흡연자라도 폐렴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4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