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 상황” vs “나치 인민재판”…정청래-장동혁 정면 격돌
‘추미애-나경원의 대리전’ 전쟁터 된 법사위…‘특검 연장법’도 화약고
난감한 李 대통령, 민생 챙기려면 협치 필수인데…檢 개혁 두고 당정 갈등 ‘심각’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대한민국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대표처럼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스라 부른다"(한민수 의원), "국민의힘은 지금 입 좀 닥치고 문제에 협조하는 데 전념할 것이지 왈가왈부 말기 바란다"(이언주 의원), "국민의힘은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떼쓰기를 멈춰달라"(문진석 의원).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돼지 눈에는 모두 돼지로만 보인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정청래 대표는 야당 대표에게 직접 묻지도 못하는 '찐 하남자'"(박성훈 의원), "복수의 복수를 낳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이러라고 정권을 바꾼 게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조정훈 의원), "정부까지 장악하면서 입법과 행정이 하나의 몸뚱이로 사법부를 겁박한다. 지금의 민주당과 22대 국회 민주당 우위의 국회 운영이다"(강승규 의원).

극한 대치 속 한복·상복으로 갈라진 與野
8월2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취임 이후 여야가 서로에게 던진 말들이다. 이재명 정부의 출발부터 계속된 여야의 정면대결은 '강경파' 수장들이 들어선 뒤 이렇듯 더 격렬해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 소통과 설득은 사라지고 공격과 대립만 남은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한복'과 '상복'을 입고 참석한 장면은 극명하게 갈라진 정국 인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강성 지지층에 의해 선출된 양당 대표가 서로를 '내란 세력'과 '내란 교사범'로 규정하며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은 개혁 입법과 야당 해산을 '국가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고, 제1야당은 이를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각자의 논리와 근거가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협치 공간은 좁아지고 대립의 수단과 언어만 남은 형국이다.
눈에 띄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이들의 '악수'를 바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마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8월28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아오자마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외치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치에서도 여야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미온적인 태도의 여야 대표는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는 데만 활용했다.
이러다 보니 당정 관계도 정부 출범 초기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개혁 입법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신중을 기하려는 정부와의 균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다수당이라 강자가 너무 세게 하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취지의 당부를 건넨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거침 없는 정청래 대표와 존재감을 보여주려 하는 장동혁 대표, 국정운영 성과를 내야 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삼국지'는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주도권은 민주당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3대 특검의 칼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된다. 특검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를 중심으로 겨냥됐던 3대 특검의 수사망은 활동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최근부터는 국민의힘으로 좁혀드는 양상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특검 수사선상에 오른 현역 의원만 권성동·김선교·나경원·윤상현·윤한홍·이철규·임종득·주진우·조은희·추경호 의원 등 10명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검 출범 직후부터 '단일대오' 기조를 내세우며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은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원내대표실과 행정국 앞 복도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연좌 농성을 벌이며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를 저지하고 있다. 9월2일부터 압수수색을 시도한 특검팀은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철수했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이 비상계엄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초반부터 국민의힘 핵심부에서 인지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선 가운데 해제 표결에 불참하고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의원들에게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압수수색이 이어질 경우 지금처럼 의원과 당직자들이 총집결해 저지하는 데도 힘이 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 대상만 10명"…특검 공세에 野 여론전 맞불
국민의힘이 기댈 무기는 여론전이다. 코너에 몰린 만큼 발언은 한층 거칠어지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언어가 드러난다. 특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재개되자 장 대표는 "정치깡패들의 저질폭력이자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저급하고 비열한 정치공작"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압수수색과 관련해 조은석 특검팀에 대한 고발도 예고했다.
물론 여야의 압도적 의석 격차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친 만큼 22대 국회의 극한 대치 자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특검법 개정과 '특별재판부' 설치까지 꺼내들면서 여야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3대 특검의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재판을 일반에 중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더 센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존엔 특검이 자체 판단으로 30일간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30일씩 2차례, 최대 60일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더 큰 관심은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가 추진 중인 '내란특별법'이다. 내란특별법은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 중단, 내란 자수 및 제보자에 대한 형사상 감면, 내란 재판 전담 특별 재판부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아 박찬대 의원이 지난달 동료 의원들과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현재 정국에서 갈등의 핵심 뇌관이 되는 부분은 특별재판부 설치다. 특별재판부는 국가 사법 체계와 별개로 국회 등의 추천을 통해 별도 재판부를 만들어 특정 사건을 전담케 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1948년 광복 후 친일반민족행위자 청산을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내에 특별재판부를 뒀던 게 유일한 사례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설치가 검토됐지만 제도화되진 않았다.
민주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접대 논란' 등에 휘말린 상황에서 사법부의 자정 능력, 공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부가 오히려 내란 종식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특별재판부'냐 '인민재판부'냐 극한 대치
나름의 논리에도 각계의 반발이 크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 독립성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내부에도 신중론이 존재한다. 실제 법안 심사 국면에서 위헌 논란이 커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추진이 성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이는데, 입법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일정 부분 삼권을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당이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까지 특별재판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당력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총 집중되는 모습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불안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가장 관련이 많은 사람들,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불안할 정도인데 국민은 어떻겠느냐"고 설명했다. 위헌 논란에 대해서도 "2014년 세월호 사고 때 사법부 스스로 재판부 설치를 검토한 바 있다"고 일축했다.
정청래 대표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정 대표는 "지금은 흡사 해방 정국 반민특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란 척결이 반민특위처럼 좌절되고, 실패할 수는 없다. 다시는 내란의 꿈을 꿀 수 없도록 확실하게 청산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반민특위나 특별재판부처럼 사법체계를 뛰어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특별재판부 설치에 힘을 보탠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사안들을 둘러싼 여야의 진흙탕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특별재판부가 인민재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9월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서막을 알렸다. 이날 나 의원의 간사 선임 문제를 두고 "초선은 가만히 있어" "나빠루"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면서 향후 여야 공방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특히 특검법 개정과 특별재판부 설치 등 핵심 법안들이 맞붙는 만큼 법사위는 계속 결전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점은 이를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난처한 표정이다. 취임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의 관심과 과제는 자연스레 내치에 쏠려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제는 국내 현안을 풀며 국정 동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을 국회에서 무리 없이 통과시키는 일부터 정부 조직개편과 검찰 개혁, AI(인공지능), 부동산, 내수 부양 등 민생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 과제들을 무리 없이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실용주의'를 기치로 내건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드라이브다.
이런 상황에 여야가 협치의 문을 닫으면 닫을수록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대 세력의 수용 폭을 넓히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것 역시 이 대통령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가 사실상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외연 확장은 대통령에게 절실한 과제다. 장 대표 취임 직후 대통령이 여야·대통령 회동을 먼저 제안하며 손을 내민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민생? 개혁? 국정 1순위가 다른 이재명과 정청래
하지만 정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이 같은 대통령의 판단과는 일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순방 기간에 노란봉투법·방송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더해 특별재판부 추진으로 사법부로까지 전선을 확대하면서 이런 시각에 더 힘이 실렸다. 특히 여야 격돌이 해외 순방 성과나 민생경제 정책의 어젠다까지 단숨에 삼켜버리는 상황이 이 대통령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속도에 섣불리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전혀 무관심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민생경제"라고 에둘러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팀'을 외쳤던 당정 간 온도차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미 검찰 개혁은 사실상 민주당 강경파의 뜻대로 이뤄지게 됐다. 앞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소속을 두고 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산하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산하 설치를 주장하며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9월3일 진행한 정책의원총회에서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당정 균열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자 의견 조정을 위해 공개 토론도 주문했지만, 속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을 굳힌 모습이다. 9월3일 의원총회에서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을 낸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당론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도 채 안 돼 당정 간 이견이 당의 뜻으로 기울면서,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의 체면이 구겨지는 장면을 지켜보게 됐다.
이 밖에도 민주당이 언론 개혁으로 추진하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론을 펴는 모습도 나타났다. 다만 이런 당정 관계가 갈등이나 엇박자가 아니라 오히려 전략적 역할 분담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검찰 개혁을 두고 당정 갈등설이 커지자 일제히 이견이나 불협화음이 아니라며 차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삼각 구도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의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대통령은 국민 여론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상반된 이해관계 속에서 3자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삼각 구도의 미래가 야당의 변화에 달려있다는 시각도 엿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현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여당은 그것을 명분으로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협치가 일어날 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야당의 변화에 따라 여당의 기류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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