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둘이 될 수 없어" '죽음의 수렁'에 빠졌던 동물농장 댕댕이들 뒷이야기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오늘 산책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체감온도가 38도에 육박했던 지난 7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는 뜨거운 태양만이 작열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 도착하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아무리 밖에 나가는 걸 조르는 개들이라고 하더라도, 열사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이민주 선임활동가는 뒷조사 전담팀이 건넨 말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날씨 때문이 아니어도 오늘은 산책을 할 수 없을 거예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의문은 견사 앞에 도착하자마자 풀렸습니다. 견사 앞에서 마주한 '삐약이'(수컷·2세 추정)와 '뽀짝이'(암컷·3세 추정)는 낯선 기척을 느끼자마자 긴장하며 벽으로 슬금슬금 옮겼습니다. 특히 뽀짝이는 제대로 서서 걷지도 못하고, 앉은 채 엉금엉금 움직이며 벽 구석에 몸을 기댔습니다.
견사 문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자, 뽀짝이는 짖지도 못한 채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만 했습니다. 그에 비해 삐약이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삐약이는 사람에게 다가오며 조금씩 냄새도 맡고, 간식을 꺼내들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삐약이의 등 뒤에 바짝 붙은 뽀짝이. 그 모습을 보자, 지난 1월, 삐약이와 뽀짝이가 처했던 절체절명의 상황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한번 빠지면 그대로 고립... 의지할 건 옆에 있는 동료뿐

경기 하남시의 한 신도시.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 1월 겨울, 이곳 주민들은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된 물길을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가 훌쩍 넘는 이 물길에서 1개월 넘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는 개 두 마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들 스스로 이 물길에서 벗어날 순 없었을까.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물길의 깊이가 최소 3m, 최대 4m까지는 되어 보였어요. 사람도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도저히 개들 스스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
개들은 어쩌다 물길에 갇힌 걸까요? 구조대가 현장을 확인해 보니 물길로 통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국방부 소유의 재개발 예정지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땅에서 물길로 추락하는 구멍이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고립된 건 개들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로에 들어왔다가 목숨을 잃은 채 방치된 고라니 사체도 발견됐습니다. 길을 떠돌던 동물들이 물길에 추락한 뒤 굶어 죽을 가능성이 농후한, '죽음의 수렁'이었던 겁니다.

그나마 개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건, 개들을 발견한 시민들이 매일 먹을거리를 챙겨준 덕분이었습니다. 송 팀장은 "이렇게 넓은 수로에서 고립될 경우 다른 것보다 먹이 공급이 잘되지 않는 게 제일 큰 걱정거리인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주신 덕분에 그 걱정 없이 구조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구조가 급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물길이 깊고 긴 까닭에 전문 구조팀이 구조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었습니다. 바닥이 얼어붙은 만큼 개들이 동상에 걸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구조대는 개들의 앞뒤로 펜스를 설치해 퇴로를 막은 뒤 구조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송 팀장은 "펜스 설치한 뒤부터는 마음이 좀 편해졌다"라면서 "못 잡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라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 자신감은 실제로 이어졌습니다. 펜스를 설치한 지 약 2시간 만에 구조팀은 포획에 성공해 개들을 동물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내 친구 돌려줘" 병원·보호소서도 달라붙은 '껌딱지들'
동물병원에 도착한 직후, 두 개들에게는 곧바로 이름이 생겼습니다. 건강검진을 받던 도중, 작은 바둑이가 먼저 진료대로 올라가자 큰 개가 갑자기 불안한 듯 '삐약, 삐약' 소리를 낸 일로 모두의 웃음을 자아낸 덕분이었습니다.

덩치는 산만했던 개가 자기 친구 잠깐 안 보인다고 그렇게 소리를 내는 걸 보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어요. 자연스럽게 '삐약이'라고 이름을 지어줄 수밖에 없었죠. 진료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삐약이를 찾아가는 바둑이는 '뽀짝' 달라붙는다고 '뽀짝이'가 됐어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서로를 믿고 따르는 건 안전이 보장된 보호소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단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삐약이는 항상 두리번거리며 뽀짝이를 살폈고, 뽀짝이는 항상 삐약이의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죠.
그러다보니 현재는 아직 산책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한차례 시도해 보려 했지만, 뽀짝이가 목줄을 전부 물어뜯은 까닭에 결국 산책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삐약이만이라도 산책을 하려 했지만, 뽀짝이 없이 혼자 산책을 나가려 하자 불안한 듯 다시 울음소리를 냈다고 하네요.
그만큼 삐약이, 뽀짝이 모두 사람과의 접점은 부족해 보입니다. 그나마 나아 보이는 삐약이도 목욕을 할 때면 매우 겁을 내며 발버둥 친다고 하는데요. "뽀짝이가 곁에 없을 때 그런 것 아니느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는 게 이 활동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입양을 보내는 일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잘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다"라며 "그래야 갑자기 도망치는 등 돌발적인 유실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그런 관계 맺기부터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는 가족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합니다.
둘이서 그렇게 착 달라붙으며 서로를 찾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동시에 감동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같이 이겨냈다는 게 대단해 보였거든요. 그렇게 내 곁의 존재를 돕고 살아가는 우정, 동료애 같은 게 인상 깊었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새 가족을 만날 때 둘이 같이 갈지, 따로 갈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떤 형식이 되었든, 보호자님들께서 이들의 유대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분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드는 것 같습니다.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 김정은 손목엔 2000만원 스위스 시계... 김여정은 디올백" | 한국일보
- 한국선 '패드립(가족욕)' 난무하는데···중2가 초4에게 '인터넷 윤리' 가르치는 국가 | 한국일보
- 조국, 강미정 대변인 탈당에 "후회…비당원 신분이라 할 수 있는 역할 없었다" | 한국일보
- 불붙은 '보완수사권' 논쟁... 개혁 대상 검찰도 침묵 깨고 '폐지 반대' 표명 | 한국일보
- 다시 타오른 북중 브로맨스…"김정은, 중국 통한 경제 회복 노려" | 한국일보
- '건당 2만원' 고액 알바의 덫… 2030, 마약 나르다 감옥 간다 | 한국일보
-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사망... 향년 91세 | 한국일보
- 위헌 우려에도 '특검·특판' 법사위에 태운 민주당... 쌍끌이 직진 | 한국일보
- 시진핑 "150세까지 장수 가능"… '72세 동갑' 푸틴과의 사담 포착 | 한국일보
- "유괴 시도 없었다"던 경찰… 초등학생 유인 시도 20대 긴급체포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