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웰다잉’ 마지막을 존엄하게(14)오늘을 더 단단히 살기 위한 MZ세대의 선택
불안한 현실에 사는 1030세대
살아있는 순간 위해 웰다잉 고민
유언장 미리 작성하는 앱 개발
죽음 직시하며 장례지도사 도전



웰다잉 플랫폼 ‘망고하다’를 만든 서지수 대표(30)는 웰다잉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는 대학에서 실버산업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현장 실습을 통해 많은 어르신이 대부분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죽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2019년에 문을 연 ‘망고하다’는 장례 컨설팅, 웰다잉 교육, 엔딩노트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한다. 긍정적이고 품격 있는 죽음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서 대표는 “유언장은 특별한 때만 쓰는 게 아니라 매일 한 줄씩 일기처럼 적는 생활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말하면 죽음을 조장한다는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경험은 달랐다. 2021년 앱 베타테스트 과정에서 한 사용자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언을 남겼을 때, 그는 곧바로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 당시 원망을 샀지만 1년 뒤 당사자는 직접 찾아와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망고하다’가 단순히 유언을 기록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9월 유언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서비스, 인공지능(AI)으로 자살 위험도를 분석하는 기능 등을 담은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과 웰다잉이 결합하면서 ‘죽음 준비’는 개인의 기록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삶을 지켜내는 장치로 확장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르다고 말한다. 한때는 젊은 대표가 웰다잉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서 대표는 “망고하다의 고객 중 60%가 2030세대”라며 “여러 재난을 겪은 젊은 세대가 오늘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존엄사에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며 “유언장을 쓰는 게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삶이 즐거울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결국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다”며 장례지도사의 길을 선택했다. 전씨는 “죽음이 두려워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지만, 직업을 통해 담담히 받아들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장례지도사는 최근 MZ세대가 주목하는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자격증 취득자 수는 2020년 1602명, 2022년 1939명, 2023년 2357명에서 지난해 2837명으로 4년새 77%나 늘었다. 특히 2022년부터 20대 비중이 30%를 넘어서 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은퇴 없이 오래 일할 수 있고,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저출생 시대에 ‘삶을 맞이하는 일보다 죽음을 마주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현실적 이유도 젊은 세대의 선택 배경 중 하나다.
특히 MZ세대의 핵심 가치인 ‘솔직함’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기성 세대가 죽음을 회피하고 터부시했다면, 이들은 진실하고 담백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인식 변화가 장례지도사를 유망 직업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전씨는 “죽음은 여전히 쉽지 않은 주제지만, 장례지도사라는 일을 통해 남은 삶을 충만하게 살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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