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주택, 무엇이 문제일까[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2025. 9. 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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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지역주택조합을 통한 내집 마련은 “원수에게 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민의 피눈물을 짜내는 투자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지주택은 무주택자나 일정 규모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조합을 구성해 직접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라 하겠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경우 그 지역의 토지(주택 포함)를 소유한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지주택은 토지는 소유하지 않지만 그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건립하는 사업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무주택 서민들이 돈을 모아 특정 지역의 땅을 매입한 후 시공사를 모집하여 도급 계약을 체결하여 아파트를 건립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일반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시행사에 돌아갈 이익을 지주택 조합원이 나누어 갖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아파트를 일반 분양 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내집 마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투자 방법의 저변에는 “분양가가 비싸고”, 그 이유로 “건설사 또는 시행사가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다”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 그러니 “같은 처지의 서민끼리 모여 정직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지어보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주택 성공확률 20%, 문제는 ‘땅’에 있다

하지만 지주택의 경우 성공 확률이 20%도 안 된다는 통계가 많다. 다시 말해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 다섯 개 중 하나 정도는 성공리에 입주를 마치지만 나머지 네 개는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이 계속 들어가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택에 투자한 사람은 원금이라도 회수하려 하지만 조합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수가 좋아 몇 년 후에 원금을 돌려받는다고 하여도 그사이에 다른 집값은 저만치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소위 기회비용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지주택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지주택을 주관하던 사람 중 문제가 발생하는 사람을 일벌백계하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지주택은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핵심은 ‘땅’이다.

아파트를 지을 땅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재건축이나 재개발과는 달리 지주택은 남의 땅을 사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개발 주체가 대기업이나 LH와 같은 자금력을 갖춘 정부기관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기 때문에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 조합이 설립돼야 조합원들에게 토지 매입 자금을 갹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조합설립 요건이 문제가 된다. 지주택을 추진하려는 측의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조합이 설립되어야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된다. 쉽게 말해 땅을 살 자금을 조합원에게 걷어야 땅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에서 용인해 줄 경우 사기가 횡행할 것이다. 

“강남의 요지에 우리끼리 아파트를 지어 현 시세의 10분의 1의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다”는 광고로 사람들의 자금을 모아 다른 나라로 도망 가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정 토지를 확보해야만, 다시 말해 진짜로 사업 추진의 의지를 보여야 지주택 조합 설립이 인가된다. 예전에는 50% 이상 토지 확보만으로 조합 설립이 가능했지만 2020년 이후에는 요건이 강화되어 80% 이상 확보 후에만 조합 설립 인가가 가능하게 됐다. 

그만큼 사고의 가능성은 줄었지만 조합 설립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도 된다. 초기 투자자나 지주택 조합설립 추진 주체의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80%의 토지를 확보해 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되었다고 하자. 그다음이 문제이다. 나머지 20%의 토지 소유주들이 본인의 땅을 팔지 않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막무가내로 땅을 팔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아파트를 지으려면 그 지역의 대지를 모두 확보해야 공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땅을 팔지 않으면 지주택 사업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고, 그사이의 금융비용이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자기네 땅을 요구하는 가격대로 사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위 ‘알박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토지사용권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주택법 제11조 2항에 근거해 나머지 5% 이하의 토지소유주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95%의 토지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역주택조합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소위 ‘알박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매도(매수)청구권을 더 쉽도록 법을 개정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20% 가능성 뚫어도 이익은 최대 10%

소위 ‘알박기’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욕심쟁이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 영화를 보면 가끔 노인과 손주만 사는 산동네 허름한 집에 용역 깡패(?)들이 들이닥쳐서 집기를 때려 부수면서 행패를 부리고 뺀질뺀질하게 생긴 건달 같은 사람이 서류를 들이대면서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도장을 찍으시지. 이게 무슨 꼴이에요”라고 비아냥대는 장면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영화 장면을 보면서 “이 나라는 어찌 돈 있는 사람만 우대하고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을 저리 짓밟을 수 있나”라고 분노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놈들아, 너희는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에서 나가라고 하니 말이 되느냐 말이다”라고 울부짖는 할아버지가 사실은 ‘알박기’를 한 사람이고 그 뺀질뺀질하게 생긴 사람이 지주택을 추진하는 측의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토지사용권의 80%를 확보한 조합 측에서 나머지 15%의 토지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다 벌어진 일을 전후 사정 설명 없이 영화로 내보낸 것이다. 

그러면 알박기를 한 할아버지는 욕심쟁이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높다. 대지면적이 작은 경우 보상 금액이 적기 때문에 그 돈으로는 본인들이 살던 지역에서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집값이 더 싼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 속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낡았지만 본인이 작년에도 살고, 지난달에도 계속 살아왔던 집에서 계속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 지역이 아파트촌으로 바뀐다고 해도 추가 부담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지주택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도 서민이고 알박기라는 오명을 쓰면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도 서민이다. 서민과 서민의 싸움이라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라도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지주택을 통해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지주택이 성공하기에는 난관이 상당히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래서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하는 방법이라는 속설도 나온 것이다. 

그래도 지주택을 추진하는 분을 정직한 사람으로 만나면 본인은 성공할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지주택이 좌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조합장의 부도덕 때문이 아니라 토지 매입 과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주택 사업이 부진하면 거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조합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자금은 일부 토지를 매입하는 데 이미 써버렸기 때문에 돌려줄 돈이 없다. 이 때문에 “내 돈을 돌려달라”는 압력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조합장도 있다.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 지주택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민끼리 힘을 합해 추진하면 건설사나 시행사가 취할 이익을 절약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지주택 사업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사 중 상장기업의 경우 원가율은 90%이나 되고 영업이익률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주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분양가에 비해 5~10% 정도밖에 싸게 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성공확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20%도 되지 않는 가능성을 뚫고 지주택 사업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은 5~10%이고 만약 나머지 실패한 80%에 속하게 된다면 손실률은 그보다 훨씬 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값이 비싸다고 부품을 사다가 직접 조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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