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SK하이닉스가 다시 쏘아 올린 성과급 딜레마

이경남 2025. 9.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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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생긴 성과급…우리나라 는IMF 이후 활성화
매해 노사간 주된 쟁점…SK하이닉스 계기로 더 뜨거워져
"당장의 이익 나누기" vs "미래 체력 비축" 온도차 뚜렷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 지급에 경제계가 뜨겁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결단처럼 매년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에게 더 많이 나눠달라는 목소리가 다른 기업들에서도 나오면서 성과급이 노사간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죠.

성과급에 대한 사용자(기업) 측과 노동조합(근로자) 측간의 논쟁은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는데요. 항시 각각의 입장이 첨예합니다. 기업 개별 상황이나 경기, 업황에 따라 갈등의 원인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사용자 측은 덜 주기 위해, 근로자 측은 더 받기 위해 협상을 지속하죠.

사용자 측은 당장의 이익을 나누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일정 부분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요. 근로자 측은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근로자들의 노고가 있었던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여론 대다수가 '근로자' 입장인 만큼 근로자 편에 서는 경우가 많을 듯 하지만, 반대로 사용자 편을 들어주는 여론이 더 우위일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과 근로자 간의 문제를 넘어 경제 주체 전반의 심리까지 움직인다고 볼 수 있죠. 오늘은 이 성과급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합니다. 

'보너스'의 시작

노동이 있는 곳에 임금이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이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는 문구가 성경에 있다고 할 정도니 노동과 임금의 상관관계는 꽤나 역사가 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급에 대한 기준이 세워진 건 비교적 근현대에 들어와서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노동력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성과급이란 개념은 19세기 말 미국의 공학 기술자인 프레더릭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론'이라는 경영이론을 내걸면서 처음 생겨났다고 해요.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개인에 성취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성과를 차등화 하면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성취율이 더 높은 근로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줘 동기를 부여하고요.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니 태업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요지였죠. 실제 미국의 철강회사들이 이를 도입해 효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임금의 형태가 '고정'식에서 '변동'형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성과급'의 시초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성과급이 1970~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도입이 됐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들 역시 덩치를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성과 달성 시 '보너스'라는 성과급 카드를 쓰기 시작한겁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IMF)때부터 성과급을 바탕으로 급여체제가 변화하기 시작했는데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구조조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기업들은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성과급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급은 매우 적은 수준으로 낮추면서 성과가 높을 경우 많은 급여를 약속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 거죠. 

"더 줘" vs "덜 줄게"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점에서 성과급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왜 성과급을 둘러싸고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의 논쟁이 이어지는 걸까요?

근로자가 매달 받는 임금은 정기적이며 일률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정의됩니다.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기술수당 등이 여기에 포함되고요. 사용자와 근로자가 계약 시 매월 급여의 일정 부분을 추가로 반기 혹은 연중 1회 지급하는 '고정적 상여금'이 여기에 해당하죠. 이렇게 받는 임금을 '통상임금'이라고 합니다. 이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가 속한 조직, 팀, 개인의 성과에 따라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죠. 이게 바로 오늘 이야기 하고 있는 현재의 '성과급' 입니다. 성과급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이라는 성격을 지니지 않죠. 성과라는게 매번 똑같을 순 없으니까요. 언제는 목표치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도 있지만, 반대로 적자가 날 수도 있는거죠. 상황에 따라 지급 여부, 규모 등이 달라지는 조건부 보상인 겁니다. 

'조건부 보상' 이라는 말을 바꿔 말하면 기본적인 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급 지급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성과급을 두고 노사 간에 이견이 갈렸던 네오플과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합의를 도출 하기 전 SK하이닉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쓸 것을 요청했고 사측은 기본급 상한 1000%로 한정돼 있던 성과급 지급 기준을 1700%로 높이고 초과분의 절반만 재분배 한다는 입장을 내걸었죠.

네오플의 경우는 노조 측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 한 만큼 영업이익의 수익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명문화 할 것을 요청중이죠. 성과급이 '조건부'이기 때문에 이 조건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최근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성과급을 둔 '온도차'

인센티브를 기반한 임금 체계가 보편화 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면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는게 최근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 95% 이상이 '근로자'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애초 사측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되 기본급의 1000%를 상한으로 정했었는데 지나치게 많은 수익이 나자 노조의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상에만 집착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며 (성과급 상한이)1700%가 아니라 5000%가 돼도 행복은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러한 추세에 기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죠. 

노조 한 관계자는 "연봉제, 호봉제가 점점 사라지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 규모를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회사가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지거나 인력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성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정 수준을 지급하는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는 근로자 측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 상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많은 성과급을 요구할 경우가 대부분이죠. 최근 현대자동차를 향한 여론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자동차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수준의 성과급,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까지 나섰죠.

그런데 미국 관세 여파 등으로 현대자동차의 올해 실적이 깎여 나갈 것을 우려하면 이러한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회사가 미래에 곤경에 처할 수 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올해 2분기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나 줄어들기도 했죠.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이익이 나면 이를 바탕으로 신규 투자를 하거나 업황 악화 시를 대비하기 위한 체력 비축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성과급 지급 규모를 늘리다보면 미래를 위한 대비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라며 "성과급을 통해 많이 나누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해받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온도차는 또 다른곳에서도 발생합니다. 근로자와 주주들간의 온도차죠. 주주들은 더 많은 이익이 나면 주주환원율 확대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근로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이를 들어주다 보면 주주들이 제대로 된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거든요.

일각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가 노조가 지나치게 많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확대 해석이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최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기도 하고 있죠. 

성과급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힘듭니다. 기업의 업황, 고용규모, 특수성 등이 하나하나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마련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에도 더 적게 받거나 반대로 더 적게 받아야 하는데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발생해 더 심한 갈등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때문에 성과급에 대한 문제는 노사가 합의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과급을 단순한 임금 문제라고 보기에는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 흐름을 주도하거나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등 영향력이 커지고 있거든요. 요즘 어느 때보다 '핫'한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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