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車 관세 인하 얻고 767조원 내줬다... 트럼프, 美·日 무역협정 행정명령 서명
767조원 대미투자 약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큰 틀에서 합의한 미일 무역협정을 공식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최종 서명했다. 일본산 수입품 대부분에 15% 관세를 물리되, 일본은 770조원에 육박하는 대미 투자 보따리를 푸는 내용이 핵심이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미일 무역협정 공식 이행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지난 7월 22일 양국이 맺은 기본 합의를 구체화하고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최종 조치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행정명령 원문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거의 모든 품목에 15% 기준 관세를 적용한다. 행정명령은 관세 부과 방식을 명확히 했다. 특정 품목에 이미 부과 중인 관세율이 15%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추가 관세를 물려 15%를 채운다. 기존 관세율이 15% 이상이면 추가 관세는 없다. 블룸버그는 이를 “기존 관세에 추가 관세를 덧씌우는 ‘관세 중복 부과(stacking)’를 피했다”고 했다. 새 관세율은 양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난달 7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다만 일부 품목은 예외로 지정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항공우주 제품,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별도 관세 체계를 적용받는다. 특히 일본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자동차 관세는 기존 27.5%에서 15%로 낮아진다. 일본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일본으로서는 최악수를 피했다. 이 조치는 행정명령 발효 7일 이내에 시행된다.
일본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약 767조원) 규모 대미(對美) 투자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에서 “미국 역사상 다른 어떤 합의와도 다르다”고 강조하며 “이 투자는 수십만 개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제조업을 확장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미국의 번영을 확보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투자 대상은 미국 정부가 선정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직결될 전망이다.
일본은 농산물 시장 빗장도 더 푼다. 미국산 쌀 의무수입 물량을 75% 늘리고, 옥수수와 콩을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을 연간 80억달러(약 11조원)어치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 안전 인증을 받은 미국산 자동차는 일본에서 별도 추가 시험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미국산 상업용 항공기와 국방 장비 구매도 약속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지난 7월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그동안 세부 사항을 두고 양국 실무진 사이에선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문제를 두고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는 자국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분야 관세 인하를 위해 몇 주간 합의 최종 타결을 압박해왔다”고 보도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이 이번 주 워싱턴을 찾아 막판 협상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은 포괄적인 품목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거나 낮추는 방식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번 무역협정은 미국이 관세라는 무기를 휘둘러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이라는 당근을 얻어낸 모양새다.
이번 합의로 미일 양국은 일단 무역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덜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안전장치’를 남겨뒀다. 행정명령 6조에 따르면 상무장관이 일본의 합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언제든 행정명령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갈등의 ‘완전한 봉합’이 아닌 ‘일시적 휴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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