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렌드 따르는 건 나쁜 결과될 수도...한 분야에 집중해야"

김상희 기자 2025. 9.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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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인사이츠-머니투데이,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서 "기업문화 변화, 리더의 솔선수범 필수"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오른쪽)과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4일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GK인사이츠와 머니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에서 '기업문화의 글로벌화'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인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문화가 시장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자가 회사 설립 당시 수립한 비전과 철학에 바탕을 둔 기업 문화로는 빠른 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시그니엄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컨설팅 회사다.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에서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과의 대담에 나선 로젠버그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문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한국 기업, 사람이 큰 강점…글로벌화는 부족"

백용호 이사장(이하 '백') - 앞선 발표에서 한국 기업 문화는 국가 문화와 동조돼 있지만 미국은 독립적이라 했다. 이처럼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로젠버그 대표(이하 '로') - 가장 큰 차이는 아시아는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보다 다층적인 접근법이 경영 스타일에 묻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이런 점을 찾을 수 있다. 동양은 유교 사상에 근본을 두다 보니 가부장제와 황제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고, 이로 인해 현대에도 CEO(최고경영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미국은 멜팅팟(인종의 용광로)이다. 다양한 국적 인종이 모여 산다. 그리고 대부분이 유대교, 기독교를 근간에 두고 있는데 이러한 점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과 문화적 차이가 생긴다.

백 -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경제 성장을 했고, 그 중심에 기업이 있다. 한국 기업의 장점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근로자의 근면성, 변화의 흐름에 대한 빠른 적응 등이다. 물론 약점도 있는데, 의사 결정의 중심이 개인 또는 소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따른다. 그 사람이 잘하면 기업이 성장하지만 잘못하면 기업이 어려워지는 취약점이 있다. 추가로 생각하는 한국 기업이 지닌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 있나.

로 - 가장 큰 강점은 사람이다. 한국 경영진을 보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성과를 위해 해내겠다는 의지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국제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숙하지는 못했다. 1990년대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이 뉴욕으로 이주를 했다. 소니가 글로벌 기업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국제적인 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다르다. 한국 기업도 국제적으로 활동하느냐와 글로벌 기업으로서 활동을 하냐는 다른 문제다.

백 -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사진부터 바뀌어야 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반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이 기업 문화를 충분히 공감하고 아래에서부터 실천하는 바텀업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달라.

로 - 기업 문화는 일선의 모든 사람들이 다 연결돼 있다. 기업 문화를 간단히 정의 내리면 회사 활동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영업하는 사람, 마케팅하는 사람 등 모두가 새로운 기업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보면, 제 경험상 임원이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하고 교육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것은 외부 컨설팅 회사가 할 수 없고 내부 임원이 해야 한다.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오른쪽)과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4일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GK인사이츠와 머니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에서 '기업문화의 글로벌화'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해외 진출 시 지역 사회와의 유대 중요"

백 - 많은 기업이 해외 투자·합병 등을 했을 때 문화 충돌이 생기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전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실제 재무적으로도 차이가 있나? 즉 기업문화 개선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인가?

로- 당연하다. 한국 경영진이 사업 대상지에 갔을 때 현지에서 만찬만 즐기고 떠나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를 돌아다니며 이해를 해야 한다. 우리가 들어갈 새로운 사회가 어떤 곳인가 직접 경험해야 한다.

백 - 기업 문화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충격 등으로 급격히 변하기도 한다. 또 최근 MZ세대로 불리는 인식이 다른 젊은 세대가 회사로 들어옴에 따라 근무 형식이 바뀌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런 외부 변화와 근무 형태의 변화도 기업 문화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된다.

로 - 코로나19로 미국에서도 3년간 학교를 가지 않고 영상으로 수업을 듣던 세대가 생겼다. 이 학생들은 사람을 만나고 집중해서 일할 기회를 놓쳤다. 성인 대 성인으로 다른 사람과 교감할 기회가 없었다. 기업에서도 사무실을 꼭 나올 필요가 없다 보니 서로 연결되며 동료라는 인식도 없어진다. 같이 차를 마시고 대화하고 어제 야구 본 얘기를 하고 이런 게 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게 사라졌다.

백 - 쇠퇴하는 기업의 특징을 말할 때 여러가지가 지적된다. 기업이 커질수록 칸막이가 생겨 관료화되면서 소통이 줄어들기도 하고, 오너의 자만으로 잘나가던 기업이 소멸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늦추는 게 조직 문화로 가능한가?

로 - 경영진이 깨달아야 하는 건 기업 문화가 돌에 새겨진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은 계속 바뀌고 우리는 이에 맞춰 계속 적응해야 한다. 기업 문화가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 맞지 않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성공한 회사의 10년, 20년 뒤를 내다봤을 때 그때도 여전히 창업 당시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치 앞만 보도록 안대를 씌운 말처럼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오른쪽)과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4일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GK인사이츠와 머니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에서 '기업문화의 글로벌화'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백 - 최근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많이 진출하는데 어떤 측면에서는 자발적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강제적인 부분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에 따른 것이다. 이는 1980년대 중반 레이건 대통령 시절과 유사한 점이 있다. 레이건 2기 때 무역 적자가 심해지자 플라자 합의로 환율을 강제로 조정했다. 당시 환율이 1달러 당 250엔 수준이었는데 플라자 합의 이후 1달러 당 120엔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미국 무역 적자는 줄지 않았다. 그 때 이에 대해 미국의 제조업이 없어졌다고 진단됐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한국, 일본의 기업을 이전 시켜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것 같다. 이처럼 강제적인 이유에 의해 미국으로 기업을 이전 시켰을 경우, 미국 문화 관점에서 제조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미국은 이미 IT, 서비스 중심 국가로 바뀌었는데, 조선업 등 전통적 제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로 - 정부 정책에 관한건데, 기본적으로 중국이 가장 큰 규모의 군사 조직을 갖춘 국가가 됐다. 그리고 미국이 무역을 통해 거기에 굉장히 많은 자본 조달을 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돈은 결국 가치가있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홈디포, 코스트코 등의 매장을 가보면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대부분이 삼성과 LG 제품이다. 그리고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현대차, 기아차가 아마도 토요타보다 많은 것 같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냐는 이미 입증이 됐다. 이런 제조기업이 이미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고, 자동차 공장, 배터리 공장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

백 - 정치적·정책적 질문을 드린 이유는 로젠버그 대표께서 국회의원 선거도 출마했고, 중진 의원, 연방 고위간부 등과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 외에도 연방 정부 행정관료, 정치인 등도 상대해야 한다. 이들과의 유대가 굉장히 중요할 텐데 효과적으로 접촉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오른쪽)과 네이탄 로젠버그 인시그니엄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4일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GK인사이츠와 머니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포럼'에서 '기업문화의 글로벌화'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로 - 앞서 말한 대로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이 해당 지역 공무원 등과 연관돼 있다. 미국 정치계는 바텀업이다. 카운티 의원을 만나고, 시의원을 만나고, 주 의원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로 주요 관료나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하는 게 아니다.지역과 현지에 집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그 사람들이 그곳의 공무원에게 연락을 해 주기 때문이다.

백 - 정치는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좋은 말이라 생각된다. 미국에 진출할 때 소위 빅샷(유력 인사)을 만나려 하는데 지역에서부터 먼저 시작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장에는 한국의 많은 기업과 CEO들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그 외에 추가로 한국 기업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로 - 미국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이제 한국 기업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 미국 기업은 사모펀드가 소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분야에 집중하는 곳이 대기업 보다 잘 될 가능성이 많다. 대기업은 관료주의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대기업이 한 시장에만 집중하는 작은 기업으로 분사되는 형태가 많이 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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