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사·변호사가 소상공인?…노란우산공제에 전문직 8만명 가입

이주빈 기자 2025. 9. 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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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상점 임대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 공제에 의사·약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가입 건수가 8만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공제 제도에 전문직이 대거 포함되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노란우산공제 현황 자료를 보면, 의사·약사·세무사·건축사·법무사·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8개 전문직 가입 건수는 지난 7월말 기준 8만3059건으로 집계됐다. 의사 가입 건수가 4만97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사(1만7601건), 세무사(4864건), 건축사(4922건), 법무사(2591건), 변호사(2333건), 회계사(603건), 변리사(425건) 순이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일종의 퇴직금제도다. 폐업 대비 목돈 마련을 유도하기 위한 저축상품으로, 가입 기간 일정 부금(월 5만~100만원)을 내고 폐업 시 납입부금과 이자(연이율 3.3%)를 받게 된다. 납부 부금액에 대해서는 최대 600만원까지 소득공제 된다. 공제 가입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과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른 소기업·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업종별 3년 평균 매출액(10∼120억원) 기준만 맞추면, 유흥주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전문직 종사자도 가입할 수 있다.

전문직 가입 건수는 전체 가입 건수(183만36건)의 4.5% 수준이었지만, 부금액(2조5042억원) 규모는 전체 부금액(30조4725억원)의 8.2%였다. 부금액에 비례해 수령액이 결정되는 만큼, 전문직 가입자의 수령액도 크다. 이들이 올해 초부터 7월말까지 수령한 금액은 626억원이다. 이 추세가 지속하면 올해 말 이들의 수령액은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약사와 의사가 평균 약 2800~289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숙박·음식업 평균 수령액(1127만원), 서비스업 평균 수령액(1343만원) 등과 견주면 두 배 이상 높다.

한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노란우산공제에는 세제 혜택이 있어, 개원의나 개국약사들의 ‘절세 상품’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일반 소상공인보다 안정적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절세 혜택을 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부·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저축한 돈을 가져가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과 비슷하다. 전문직에 혜택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액 기준으로 고소득자는 가입할 수 없고, 전체 가입자 대비 전문직 가입 비율은 계속 감소 추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거시경제학)는 “전체 소상공인 가운데 노란우산 공제에 돈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은 상위 30%도 안 될 것”이라며 “공제에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이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어려운 소상공인을 선별해 경영안정자금 등 정부 지원금 일부를 공제에 보조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준 의원은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집중되도록 가입 문턱을 조정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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