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소집권 있는 공무원 신분···특검이 겨눈 추경호의 또 다른 혐의는 ‘직권남용’

김희진·이보라 기자 2025. 9.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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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2·3 불법계엄 당일 원내 대응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을 정조준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뿐 아니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공무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것을 입증해야 하는 복잡한 법리지만, 고위 정무직 공무원이자 교섭단체 대표인 원내대표의 특수한 공적 지위와 권한을 따지고 나섰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상급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하급자)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다. 법원 판례들을 보면 행위자의 신분이 ‘공무원’이고 남용 행위가 ‘직무권한 범위’에 해당하며, 하급자가 의무 없는 일을 했거나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결과’가 발생해야 죄가 성립한다.

특검은 우선 추 전 원내대표를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봤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윤리법 등에 ‘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돼 있는데,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상급자인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서 공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국회법과 정당법에 명시된 ‘국회의장과 의석 배정 및 국회운영 일정 협의’ 등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역할만 봐도 그 공적 지위와 권한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또 특검은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근거한 ‘의원총회 소집권’이 추 전 원내대표의 ‘직무권한 범위’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직권을 ‘일반적 직무권한’으로 정의한다. 법령에 정해진 직권이 아니라고 해도 실무적·종합적 평가를 통해 직권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검은 이런 점을 검토해 법령엔 없지만 당헌·당규에 규정된 의원총회 소집권이 그의 ‘직무권한’이라고 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3~4일 불법계엄 때 의원총회 장소를 네 차례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권 행사를 방해한 것은 이 때문에 직권남용 행위라는 논리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논리 구조와 닮은꼴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는 국무회의 의장인 그가 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 및 주재 권한을 남용해 국무위원들의 심의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특검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계엄 당일 의원들의 동선을 따져보고,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한 것이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에 흩어져 108명 중 18명만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3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특검이 이와 더불어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도 적용한 건 그의 직권남용 행위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에 가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앞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구성하는 구체적 폭동 행위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의결 저지(방해)’를 들었다.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면 폭동 행위에 가담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3월쯤부터 계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쯤부터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등과 식사하며 ‘비상대권’을 언급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같은 해 5월 원내대표로 취임한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계엄 계획에 대해 미리 접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행정국에 대해 사흘째 압수수색을 시도한 끝에, 국민의힘 측과 협의를 거쳐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국민의힘 의원 8명에 대한 수사도 할 방침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위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하려 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4일 브리핑에서 “(한 전 대표가) 와서 관련 말씀을 해주시면 누구보다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누구도 비상계엄을 사전에 몰랐다”며 “국회 출입이 통제돼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로 변경했을 뿐, 어떤 의원에게도 표결 불참을 언급·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압수수색을 막아서면서 조은석 특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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