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90원 소금빵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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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원 소금빵이라니. 알고 보니 이게 진짜 가격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매장 수는 전국 9000여 곳으로 전체 제과·제빵업계 매장의 절반에 달한다.
빵 100g당 평균 가격이 703원인 한국보다 32~35% 싸다.
높은 임대료와 중간 마진(이윤) 등 복합 요인이 얽힌 제과·제빵업계의 유통 구조가 유지되는 한 990원 소금빵은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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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원 소금빵이라니. 알고 보니 이게 진짜 가격 아닌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ETF 베이커리’ 앞에 줄을 선 한 대학생이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다. ETF 베이커리는 361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운영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다. 소금빵·베이글 등 기본 빵을 개당 990원에 팔아 화제가 됐다.
주변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등에서 판매하는 소금빵·베이글 가격은 2500~3000원대다. 99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으로 달아올랐다. 빵값이 왜 이리 비싸냐는 목소리와 일회성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붙기도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제과·제빵업 폐업률은 2022년 13.8%, 2023년 15.9%, 2024년 18.5%로 오르고 있다. ‘동네 빵집이 하나둘 문 닫고 있다’는 말은 현실이다.
제과·제빵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빵값이 갖는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매장 수는 전국 9000여 곳으로 전체 제과·제빵업계 매장의 절반에 달한다. 매출 기준으로는 60%를 차지한다.
양산빵 시장까지 합치면 빵 시장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SPC삼립 한 곳이 전체 양산빵 시장 점유율의 65~70%를 차지한다는 업계 추산이 있을 정도다. 결국 국내 빵값은 소수의 프랜차이즈 대기업 본사와 편의점 등 유통망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일본의 사례다. 일본의 빵 100g당 평균 가격은 51~53엔(약 460~480원) 수준으로, 생활필수품 가격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빵 100g당 평균 가격이 703원인 한국보다 32~35% 싸다.
일본은 편의점 문화가 발달했지만, 동시에 ‘테이케이(Teikei)’라고 불리는 지역 기반 협동조합 유통망이 존재한다. 이 유통망의 핵심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격과 거래 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중간 유통 과정을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밀·버터·우유·달걀 등 원재료 공급을 안정화하는 셈이다.
테이케이는 농산물 중심의 네트워크지만 다층적 유통 구조의 한 축이다. 특정 기업에 의해 가격 결정 구조가 쏠리지 않도록 제도화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상 빵값 결정 기준을 독과점하는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편의점 본사 중심의 유통망과 다른 점이다.
테이케이 같은 ‘대안적 유통망’을 고민해야 할 때다. 높은 임대료와 중간 마진(이윤) 등 복합 요인이 얽힌 제과·제빵업계의 유통 구조가 유지되는 한 990원 소금빵은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원재료비·유통비·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도록 임대료·수수료 제도를 개편하는 등 구조적 압박에서 벗어나야만 990원 빵이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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