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품종] 아삭하면서 쫄깃한 식감의 황도…고온에도 강해 | 디지털농업

김산들 2025. 9.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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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국산 품종 ‘골드로망’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9월호 기사입니다.

복숭아는 식감을 기준으로 아삭한 종류와 부드러운 종류로 나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삭한 복숭아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재배하는 종류는 대부분 백도다. 이런 가운데 식감이 아삭하고 쫄깃하면서 당도 높은 황도 품종이 나와 화제다. 고온에 잘 견뎌 산지에서도 주목하는 <골드로망>이다.
고온이 복숭아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기온이 30℃를 넘어가면 잎이 광합성을 멈추면서 양분을 만들지 않아 복숭아 비대가 더뎌진다. 올해처럼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 낙과가 급증한다. 비대기에는 신초가 덜 자라야 하는데, 강우량이 많고 늦더위가 심하면 신초가 심하게 웃자라며 스스로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삭하고 당도가 높은 황도 국산 품종 ‘골드로망’.

또한 일반적으로 비가 자주 내릴 땐 병이 심해지고 고온이 심하면 해충이 많이 발생한다. 착과량이 줄고 열매 크기가 작아지며 병해충이 창궐하는 총체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7~8월은 이듬해에 열매가 될 꽃눈의 형성기로, 이때 너무 더우면 꽃눈이 될 것이 잎눈으로 바뀌고 결국 착과량이 감소한다. 고온 피해가 이듬해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복숭아 종류에 따라서도 고온 피해가 다르다. 부드러운 품종은 과육에 갈변이 오고 떫은맛이 심해지며 품질이 떨어진다. 수확 적기를 하루 이틀만 놓쳐도 흠과가 많이 늘어난다. 유통 중 물러짐 현상도 심하다. 소비시장에서 아무리 선호한다 해도 농가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지에서는 조직이 치밀해 고온에 좀 더 견디는 아삭한 품종으로 바꾸고 싶지만, 백도에서 이런 품종은 이미 포화상태. 농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산지와 소비지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품종이 있다. 아삭한 황도 국산 품종 <골드로망>이다.

기존 품종에서 아삭한 황도 발견해 2019년 등록
골드로망은 과수 묘목 특구인 충북 옥천에서 처음 발견됐다. 10여 년 전 황도 외국 품종인 <극찬금>과 <마도카>를 혼합 식재해 재배하던 이호영 신수농원 대표가 아삭한 황도를 본 것이 그 시작. 이 대표는 자연교잡을 통해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품종을 선발했고, 우량 실생 묘목을 만들었다.

2016~2018년 충북 영동의 농가에 심어 신규성(기존에 없는 품종일 것), 구별성(기존 품종과 확실한 특성 차이가 있을 것), 고정성(고유의 성질이 대를 이어 변함없이 발현될 것) 등 자체 형질 평가를 진행한 뒤 2019년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했다. 이후 종자원의 재배시험을 거쳐 골드로망 품종으로 등록해 보급하고 있다.

‘골드로망’은 팔메트 같은 시설 투자를 많이 한 과원에 심어 다수확 직거래하기 적당한 품종이다.

골드로망은 평균 과일 무게가 350~400g, 최대 700g에 이르는 중대과종이다. 당도는 11.5브릭스 내외로 실제 재배에선 13브릭스 이상 나오기도 한다. 산미가 평균 0.5%라 단맛이 강하다. 과육 조직이 상당히 치밀해 황도에선 드물게 쫄깃한 식감이 난다. 과일 모양은 원형에 가깝고 전체적으로 껍질이 노란빛을 띠면서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붉은색이 섞이기도 한다.

수세는 중간 정도이고 꽃가루 양이 많아 착과가 잘되는 풍산성이다. 수확 시기는 중부 지역을 기준으로 7월 말~8월 초. 핵할(씨방 쪼개짐)이 덜하나 수확 전에 낙과가 다소 발생한다. 품종이 개발된 당시엔 황도가 백도보다 인기가 좋았으나 모두 부드러운 종류였고 아삭한 황도는 수요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골드로망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성이 있겠다 전망했고 3~4년 전부터 농가 재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과육 조직 치밀해 고온에도 잘 견뎌
골드로망은 복숭아 신품종에 관심 많던 일부 농가에 먼저 알려졌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김희덕 씨(68)도 그중 하나다. 복숭아 부문 농업마이스터인 그는 올해로 44년째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수많은 품종을 재배했다. 복숭아는 농가당 7~8개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12~15년 주기로 품종을 갱신하는 까닭에 그가 좋다고 하는 품종을 거의 다 심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는 “순흥면에서는 영주 지역 복숭아의 90%를 생산하며 지금도 150여 농가가 복숭아를 재배한다”며 “지역에선 처음으로 팔메트 재배를 시작하는 등 고품질 복숭아 생산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황도와 백도의 비율을 비슷하게 구성하면서 맛이 좋고 수확 시기가 겹치지 않는 품종을 찾았는데, 아삭한 황도도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해 2019년 골드로망이 품종 출원되던 해에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고 말했다.

묘목 단계에서 황화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해마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골드로망의 재배 관리는 딱히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꽃이 많이 피고 열매가 많이 달리는 품종이라 원하는 열매 크기와 그해의 날씨 등을 고려해 열매솎기하며 생산했다. 팔메트 재배의 특징인 순 관리는 부담이지만 봉지 씌우기와 열매솎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의 1320㎡(400평) 규모 과원에는 골드로망 25그루가 심겨 있다. 6년생 나무 기준 열매 수는 300개 안팎이다.

김씨가 이를 재배하면서 알게 된 점도 있다. 과육이 단단하니 확실히 여름 고온에 잘 견뎠고 기후가 불량해도 착과량과 품질이 어느 정도 유지됐다. 그는 “처음엔 과육이 전체적으로 노란색이다가 나중엔 쇠고기처럼 붉은색이 섞이는 점도 골드로망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은 묘목 단계에서 황화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가 일부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잎에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나무들은 착과와 수세가 약한 편이라고 한다.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에 소비자 구매 계속 늘어
김씨가 골드로망 판매를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그는 “날씨가 좋은 해에는 당도가 14브릭스까지 나왔다”며 “올해도 12~13브릭스 수준의 당도가 나오고 있으며, 수확 후 실온에서 1~2일 후숙하면 당도가 1브릭스 정도 더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팔메트 시설에서 타이벡을 깔아주는 등 과일이 고루 익고 착색되도록 애썼음에도 올해 수확은 평년보다 4일 정도 늦었다”며 “올여름 날씨가 가혹해서 특대과가 크게 줄었고 대과 비율도 평년보다 낮지만, 다른 품종과 비교하면 크기가 고르고 모양과 당도가 일정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생산한 골드로망을 전량 직거래한다. 아직 물량이 적고 대중적인 품종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아 직거래 주문량을 감당하기도 벅차서다. 골드로망을 맛본 소비자들은 모두 호평 일색이었다고 한다. ‘황도인데 아삭하고 쫀득한 식감이 신기하다’ ‘아삭한 복숭아인데도 당도가 높다’며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준 3㎏들이 상자 2000개 분량을 모두 직거래했다. 올해는 출하량을 좀 더 늘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3㎏들이 상자 4000개까지 물량을 늘려 안정적으로 생산·출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골드로망이 아삭한 품종이라 직거래에 유리하며, 직거래에서는 가격보다 크기 등이 중요하므로 적당량을 착과시켜 좋은 값을 받는 게 낫다”며 “고온다습이 심화하는 재배 환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 복숭아는 골드로망처럼 아삭한 고당도 품종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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