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 몰린 '황소고시', 어떻게 대치동 집어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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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부모 사로잡은 학습 시스템,도댜체 무엇이길래\
[우먼센스] 매년 11월과 2월이 되면 서울 강남 대치동에는 수천 명이 몰리는 장관이 연출된다. '생각하는황소'라는 수학 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을 보려고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황소 고시'다. 도대체 황소수학의 비결은 무엇일까?

초등생까지 몰린 '황소 고시'
'생각하는황소'라는 학원은 약칭인 '황소수학'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황소수학은 2005년 이정헌 대표가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시작한 수학 전문 학원이다.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을 가르친다. 본관은 대치동에 있고, 지난해 말 기준 5개의 직영점과 75개의 가맹점으로 확장했다.
설립 당시에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시험을 준비하는 최상위권 초등학생이나 영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이었다. 경시대회 입상을 목적으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 초점을 맞춰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이를 위해서는 예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수학 과정을 12~18개월 안에 마무리하는 선행 학습이 필수적이었다.
학부모들이 몰려들면서 황소수학은 정원보다 입학하려는 학생이 더 많은 학원이 됐다. 그렇기에 신입생을 모집할 때 레벨 테스트라고 불리는 시험을 거쳐 성적순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후 결원이 생겼을 때 편입을 통해 추가 등록하는 구조다. 매년 예비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입학생을 받는 것이 첫 등록이다. 매년 12월, 3월로 나눠 신입생을 받는데 한 달 전인 11월과 2월 지점별로 지원한 초등학생들은 레벨 테스트에서 받은 성적에 따라 입학 순위가 주어진다.
레벨 테스트는 사실상 초등 수능
황소수학 레벨 테스트는 입학 생각이 없더라도, 볼 수 있고 비용이 무료다. 전국적으로 모두 같은 시간, 같은 문제로 테스트하고 점수와 석차가 결과로 나온다. 문제는 상당히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들어 매년 수천 명의 초등학생이 황소수학 레벨 테스트에 참가했다. 과거 전국 수능 모의고사와 유사한 구조로 사실상 초등학생에게는 초등 수능이 돼버린 셈이다.
지난해 11월 황소수학 대치 본관 2025년 레벨 테스트에는 340명 정원에 무려 약 1,800명이 응시했다. 사실상 대치동에 위치한 6개 초등학교 가운데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 초등학교 2ㆍ3학년생 거의 전부가 시험을 본 셈이다. 수천 명의 학부모가 대치동 거리를 가득 메운 모습은 지난 2월 KBS1 시사ㆍ교양 <추적 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에서 주요 장면으로 보도됐을 정도다.
심지어는 황소수학에 입학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사설 학원들도 있다. 이른바 '송아지 학원'이다. 사설 학원에 등록하기 위한 사설 학원인 셈이다.

어떤 커리큘럼이길래
황소수학은 레벨 테스트 결과에 따라 경시, 심화, 실력, 일품 순으로 배정을 받는다. 이후 각종 평가와 벌점 제도를 통해 승급과 강급이 되는 시스템이다. 하루 3교시 체제로 운영하는데 1교시는 오후 3시 15분~5시 5분, 2교시는 오후 5시 15분~7시 5분, 3교시는 7시 20분~9시 10분이다. 학생은 1교시와 2교시, 3교시 중 하나에 배정되는데 통상 성적순으로 배정되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황소수학은 수업 시간에 개념과 예제를 가르치는 것은 일반적인 학원과 같다. 하지만 이후 학생들은 자습실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문제를 다 풀 때까지 못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학생으로서는 학원 강사의 도움 없이 문제를 스스로 다 풀고 채점을 받아야 한다. 오답이 있는 경우 오답까지 다시 해결해야 집에 갈 수 있다. 황소수학은 자체 교재를 쓰는데 역시 정답만 있고 풀이 과정이 없다.
원칙대로라면 자습실에서 1시간 50분 내에 풀어야 하는데 학생이 못 풀고 밤늦게까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학부모는 학원에 못 들어가고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음식을 배달로 넣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다 못 풀고 집에 갈 경우 집에서 숙제로 해와야 한다. 그리고 벌점을 받는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학생은 학습지에 나와 있는 문제를 학원 강사의 도움은 물론, 풀이나 설명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리듯 학생을 부모나 주변의 모든 도움으로부터 차단한 다음 스스로 문제를 푸는 태도를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혼자서 수학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고 끙끙대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수학 실력이 길러진다는 황소수학 설립자 이정헌 대표의 지론 때문이다.
풀이도, 해설도 없다… 오직 자기주도 학습
수학 공부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게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학생이 해설이나 도움, 답지를 보고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실력 쌓기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황소처럼 우직하게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학원명도 '생각하는황소'라고 지었다고 한다.
황소수학이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엄격한 벌점 시스템이다. 통상 고등학교에 가서야 벌점 제도가 있지만 황소수학에 다니는 초등학생은 벌점 제도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
벌점 규정도 세세하다. 숙제를 안 하거나 노트 필기를 제대로 안 하거나 학습 태도가 좋지 않거나 하면 벌점을 받는데 벌점이 기준을 넘으면 강급되거나 학원에서 쫓겨난다. 떠들거나 컵라면, 사탕, 껌, 젤리, 과자류를 반입하거나 지정된 방법 이외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교재나 필기 노트를 미지참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심지어는 교재를 예습해 오거나 미션, 과제를 미리 푸는 것도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황소수학이 남긴 교육 풍경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황소학원은 아이들의 '엉덩이 근육' 단련에 좋은 학원이라는 평가다. 철저한 벌점 제도 역시 어린 나이부터 자기 관리 태도를 몸에 배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황소수학을 놓고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다니기는 더 힘든 학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이를 위해 부모까지 희생시키는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황소수학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 부모들을 대상으로 불안감을 조성, 원생 모집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시스템에 대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제식 정기 평가(중간·기말고사)가 폐지된 이후 학부모들이 더욱 황소수학에 매달리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황소수학 레벨 테스트를 통해서만 아이의 전국 석차와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로서는 이를 외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제공
하은정 기자 hah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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