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돼지 바비큐에 감자크림라테 한잔…자연과 추억이 공존하는 곳

박자원 기자 2025. 9.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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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탄생] (30) 강원 홍천 ‘퀸즈포크X철정초록’
자연에 둘러싸인 부지에 반해 매입
감각적 카페와 야외 바비큐장 설계
기차 모형·오두막…체험·휴식 동시에
옛 소품 가득 교실, 추억이 모락모락
홍천 특산물로 만든 음료·식사 ‘인기’
주민들과 소통·행사에는 언제든 개방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
폐교된 강원 홍천 철정초등학교의 옛 교실. 칠판과 교탁, 나무 책상 등 추억의 소품들이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홍천=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날 때 더욱 배가된다. 강원 홍천에도 그런 특별한 장소가 있다. 44번 국도를 달리다 운전대를 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 속 힐링 공간 ‘퀸즈포크X철정초록’이 모습을 드러낸다. 2014년 폐교된 홍천군 두촌면 철정리의 철정초등학교가 싱그러운 초록을 품은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폐교를 활용해 조성한 야외 바비큐장 ‘퀸즈포크’와 카페 ‘철정초록’을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강원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옛 교문을 그대로 살린 출입문을 지나면, 양옆으로 도열한 키 큰 소나무들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어지는 길 너머로 드넓은 잔디와 옛 학교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정원이 펼쳐진다. 빨간 기차 모형, 천진난만한 표정의 어린이 조형물, 아담한 분수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하다. 한편에 한적하게 나 있는 소나무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카페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

정수인 대표가 폐교와 인연을 맺은 건 그의 아버지 덕분이다. 은퇴 후 강원 횡성에 돼지농장을 열고 제2의 인생을 살던 정 대표 아버지는 한편으론 전원생활을 꿈꿨다. 틈날 때마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그에게 2015년 철정초가 눈에 들어왔다. 정 대표 부친은 자연에 둘러싸인 아늑한 분위기에 매료돼 바로 부지를 매입했다고 한다.

당시 정 대표는 아버지가 농장에서 키운 돼지로 ‘퀸즈포크’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손님들이 오붓한 분위기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전원 공간을 찾고 있던 터였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재료를 활용한 바비큐 등 요리 체험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었다. 아버지가 찾은 학교 터를 본 그는 마음속에 그리던 장소가 ‘바로 여기다!’ 싶었다.

정 대표는 “단순히 고기만 파는 게 아니라 휴식과 체험을 함께 제공하고자 했다”며 “넓은 교정과 소나무 숲, 고즈넉함이 있는 학교 부지는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대표는 오랜 시간 공들여 3만3058㎡(1만평)에 이르는 부지를 개간하고 낡은 학교 시설을 정비했다. 2023년, 정비를 마친 부지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바비큐장이 들어서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넓은 운동장엔 잔디밭을 조성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했고, 흙이 드러나 있던 울퉁불퉁한 땅은 편평하게 고른 뒤 보도블록을 깔아 깔끔하게 정리했다.

야외에서는 초록빛 풍광을 감상하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바비큐장에서 손님들이 지역 농특산물로 만들어 뷔페식으로 차린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학교 건물은 외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페인트칠이 벗겨진 외벽만 보수했다. 옛 교실은 손님들을 위한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그는 칠판, 교탁, 나무 책상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품들을 채워 따뜻한 교실 풍경을 완성했다. 야외 바비큐장은 개별 공간 중심으로 설계해 방문객들이 서로 간섭 없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지역주민들이 간직한 추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외부 방문객들에게 휴식을 주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며 자연과 추억이 공존하는 곳으로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야외 정원의 오두막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기 좋아 손님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오두막.

카페는 옛 관리실 터에 들어섰다. 기존 단층 건물을 증축해 2층 구조로 변경하고, 전체 외벽을 유리로 마감해 개방감을 한껏 살렸다. 어느 곳에 앉아도 바깥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경기 고양에서 방문한 오현필(76)·박지영씨(46) 모녀는 “옛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 정겹고,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 덕분에 마음이 푸근해진다”며 “여행 중 우연히 들렀는데, 또 찾아오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곳”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정수인 대표가 카페 대표 메뉴인 단호박크림라테를 만들고 있다.

철정초록 카페에선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음료와 간단한 식사,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특산품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홍천 감자와 단호박으로 만든 ‘감자크림라테’와 ‘단호박크림라테’는 이곳의 대표 메뉴다. 매장에 방문하면 감자·단호박·옥수수 등 지역의 특산품도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홍천 사과가 인기리에 판매된다고 귀띔했다.

퀸즈포크X철정초록은 지역민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는다. 정 대표는 “폐교 공간이 다시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마을 행사 등 주민 요구가 있을 땐 언제라도 공간을 개방해 주민들과 소통한다고 했다.

그는 “이 공간은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며 “지역농가와 주민들의 참여, 도움을 받아 체험형 농업 모델로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홍천=박자원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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