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시대] 농약 아닌 데이터로 경작…공기 속 곰팡이까지 ‘핀셋 방제’

박준하 기자 2025. 9.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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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남극에서 몇해 전 곰팡이병에 걸린 식물이 처음 발견됐다.

곰팡이병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대표적인 병해다.

특히 곰팡이 포자는 바람을 타고 수십㎞까지 퍼질 수 있어 한 농장에서 시작한 병해가 순식간에 지역 전체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농업기술 스타트업 '바이오스카우트'는 정밀농업 기술을 활용한 곰팡이병 조기 경보 장치인 '스포어스카우트(SporeScout)'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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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시대-3부] 기후변화 극복 현장을 가다 (3) 호주 농업기술 스타트업 ‘바이오스카우트’
공기 흡입해 병원균 포자 포착
곰팡이병 조기 경보 장치 개발
예방 차원 농약 살포 피하고
특정 질병에 선택적 약제 사용
정밀농업으로 질병 사전 예방
바이러스·산불연기 탐지도 가능
농장에 설치된 바이오스카우트의 기기 ‘스포어스카우트’. 노즐을 통해 곰팡이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한다. 바이오스카우트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남극에서 몇해 전 곰팡이병에 걸린 식물이 처음 발견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곳마저 고온 현상과 환경 변화로 병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업이 과연 곰팡이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극한기후시대, 곰팡이병과 싸우는 호주의 대응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곰팡이병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대표적인 병해다. 따뜻한 겨울과 길어진 고온다습한 기후는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곰팡이 포자는 바람을 타고 수십㎞까지 퍼질 수 있어 한 농장에서 시작한 병해가 순식간에 지역 전체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문제는 곰팡이병이 이미 퍼진 뒤에는 효과적인 방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세계 식물 질병의 85%가 곰팡이병이라는 사실은 그 위협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농업기술 스타트업 ‘바이오스카우트’는 정밀농업 기술을 활용한 곰팡이병 조기 경보 장치인 ‘스포어스카우트(SporeScout)’를 개발했다. 정밀농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장치는 농장 공기를 흡입해 공중에 떠다니는 곰팡이성 병원균의 포자를 포착한다. 포자가 내부에 설치된 끈끈이 테이프(1회 포착 시 2㎜×8㎜)에 달라붙으면,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400배까지 확대해 촬영한 뒤 이미지를 220개 조각으로 나눠 인공지능(AI)이 분석한다. 이를 통해 병원균의 종류와 개체수를 자동으로 식별하며, 모든 과정은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처리된다.

곰팡이병 조기 경보 장치인 스포어스카우트가 촬영한 사진. 현미경이 촬영한 이미지를 220개로 나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곰팡이 포자가 몇개 있는지 나타낸다.

스포어스카우트로 곡물에 발생하는 녹병, 배나 생강·무에 나타나는 흰별무늬병, 맥류에서 볼 수 있는 그물무늬병을 비롯해 엽채류의 무름병, 포도의 흰가루병·노균병, 채소류의 조기잎마름병을 일으키는 알터나리아, 회색곰팡이병을 유발하는 보트리티스균까지 감지할 수 있다. 농민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경고 알림을 받아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김세진 바이오스카우트 데이터엔지니어는 “AI를 활용하면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실시간 정보 수집이 가능하고, 빠르면 발생 몇주 전에도 곰팡이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치의 가장 큰 장점은 무분별한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병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농약을 살포했다. 하지만 스포어스카우트를 활용하면 특정 질병에만 필요한 만큼 약제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농지 1㏊당 농약 사용량은 12.7㎏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현재 이 장치는 호주뿐 아니라 뉴질랜드·캐나다·브라질은 물론 최근에는 유럽까지 공급되고 있다. 주로 밀과 포도를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에서 활용된다.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당 1대를 설치한다. 현재 연 매출은 약 200만 호주달러(약 18억원)이며, 18개월 안에 500만 호주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용 범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은 현미경의 한계로 곰팡이병만 감지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코로나19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 꽃가루 알레르기 예측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산불 발생 지역의 연기를 탐지하는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다.

루이스 콜린스 바이오스카우트 대표는 “이제는 ‘이맘때쯤 이 질병이 오겠다’는 농민의 경험과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작할 수 있는 시대”라며 “정밀농업을 통해 질병을 미리 막고 농사 비용은 줄이면서 수확량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드니=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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