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은 전셋값 이렇게 받자…변호사가 말하는 ‘안전 회수 전략’

김민호 2025. 9.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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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만 보내도 변제 쉬워져
만기 2달 전엔 '계약 해지' 통보
그래도 안 주면 '임차권 등기' 필수
전세금 소송은 대부분 임차인 승소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엄정숙 법도 법률종합사무소 변호사. 법도 제공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해도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돌파구는 의외로 가까이 있습니다. 당장 내용증명 한 장만 보내도 임대인이 변제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상당하거든요.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전국을 휩쓴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임차인 권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세사기나 보증 사고 대처법을 몰라 당황하는 임차인이 적잖습니다. 보증상품도 들지 않았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부동산 분쟁 전문가인 엄 변호사에게 ‘안전 회수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전셋값은 언제 돌려받는 걸까?

먼저 전세는 임차인과 임대인이 보증금과 목적물(주택)을 서로 빌려 주는 제도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세계약 만료 시 반환 의무 역시 쌍방에 있죠. 전셋값 반환 분쟁 상당수는 양측이 이 점을 납득 못 해 발생합니다. ‘네가 먼저 내 것을 돌려주면, 나도 네 것을 돌려주겠다’며 다투는 상황입니다. 엄 변호사는 “분쟁의 대다수는 임대인에게 자금이 부족해 발생하지만 결국 양자 모두 ‘동시 이행 항변’을 무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계약 때 대항력·우선변제권부터 확보해야

그렇다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지는 않았습니다. 임차인에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거든요. 이를 ‘대항력’이라 부릅니다. 대항력은 집이 매매돼 주인이 바뀌어도 유효합니다. 등기부등본상 물권자인 새 집주인에게도 임차인이 “내게 임차권이 있으니 당신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죠.

이때 대항력만큼 중요한 권리가 ‘우선변제권’입니다. 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빌린 채권을 갚지 못하면 통상 채권자들이 경매를 신청하는데 낙찰 시 변제 순위가 높은 순서대로 돈을 돌려받거든요. 대항력은 전입신고, 우선변제권은 확정일자를 받아 확보합니다. 둘 다 입주 직후부터 주민센터 방문 등에서 신청 가능합니다.


만기 2달 전 ‘전세 계약 해지’ 통보

만반의 준비를 마쳐도 불안하다면 보증금 회수 절차를 적극적으로 밟으라고 엄 변호사는 조언합니다. 전세 계약을 해지할 테니 만기 시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임대인에게 명확히 요구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임대인이 이를 인지한 증거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내용증명이나 녹음이 가장 좋고 불가피하다면 임대인 답변이 포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도 괜찮습니다.

다만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최소한 만기 두 달 전에 전세 계약 해지를 임대인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이때가 지나면 양자가 계약을 암묵적으로 연장했다고 간주되기 때문입니다(묵시적 계약 갱신). 임차인은 묵시적 계약 갱신 후에도 계약 해지가 가능하지만 이때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통보일부터 세 달 뒤에 생기니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사고 터졌다면 임차권등기 필수

전세 계약이 종료됐고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주거지를 옮기더라도 대항력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이죠. 원칙적으로 대항력은 임차인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 유지되거든요.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이 일부라도 반환되지 않았을 경우, 임차인이 주택 소재지 법원에 신청합니다. 이로써 전셋집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걸렸다는 사실이 기록되죠. 전세금 반환 분쟁이 있었다는 뜻이니 임대인이 기피하는 상황입니다. 엄 변호사는 “당장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우니 임대인이 보증금 변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합니다.


전세금반환소송은 대부분 승소

임대인이 끝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는 소송전이 벌어집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전세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죠. 법원이 ‘전셋값 돌려주라’고 판결한 뒤에도 임대인이 변제하지 않는다면 통상 주택을 경매에 넘깁니다. 임차인은 낙찰액에서 배당을 받아 보증금을 회수하죠. 엄 변호사는 정상적 전세 계약이라면 전셋값 소송은 임차인이 대부분 승소한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집값이 저렴한 경우입니다. 낙찰가가 낮으니 배당액도 적겠죠. 특히 임대인에게 임차인보다 돈을 먼저 빌려준 선순위 채권자가 많다면 배당액은 더 줄어듭니다. 그래도 엄 변호사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판결을 받아 두라고 조언합니다. 예컨대 승소 뒤 채권 추심을 진행하며 임대인을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면 임대인이 금융 업무를 보기가 어려워져 결국엔 변제 의사를 밝혀온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목돈을 되찾을 권리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방법을 찾으면 길이 열린다고 엄 변호사는 말합니다. “소송을 진행하며 ‘전셋값은 당연히 새 임차인 돈으로 내줘야지 그걸 어떻게 내 돈으로 주느냐’며 버티는 임대인을 만난 적이 많습니다. 임차인도 권리 위에 잠자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기 몫을 찾아야 합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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