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패드립(가족욕)' 난무하는데···중2가 초4에게 '인터넷 윤리' 가르치는 국가
핀란드가 '미디어 리터러시' 가르치는 방법
7·8학년이 먼저 배워 4학년 수업의 멘토 돼
어릴수록 '안전한 미디어 사용법' 숙지 우선
"10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효과 가장 좋아"
"가짜뉴스 판별 돕는 건 오히려 교사의 의무"
편집자주
어느 날, 극우적 생각을 내보이며 부모를 걱정 시키는 아이. 더 나아가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에 참여한 10대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 것인가. 한국일보는 10대 극우화의 현상과 원인을 파고들었다.

한국에선 10세 전후,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을 시작할 때부터 '패드립(가족 욕설)' '성희롱' '장애인 혐오발언'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어린 소년들이 인터넷상에서 익명의 중고생 형에게 배우는 것이라곤, 대부분 욕설과 혐오적 시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별·혐오가 자아 형성기에 깊이 침투하면서, 그와 궤를 같이하는 극우적 신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데도 이를 바로잡아줄 반대급부,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미디어 속 정보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과 분석력을 갖도록 하는 교육)'은 공교육 현장에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5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로 향했다. 그곳 교실에선 한국의 공교육에선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5월 22일 오전 핀란드 소도시 포르나이넨의 유일한 학교인 포르나이넨 종합학교(초·중등학교가 통합된 형태). 그중 한 7, 8학년(우리나라의 중등 1, 2학년) 교실에선 1교시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특강이 이뤄졌다.
"온라인 괴롭힘은 왜 생길까" 토론 수업

"미디어 사용의 위험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온라인 괴롭힘은 왜 생기는 걸까요?"
핀란드 아동복지연맹(MLL)에서 나온 빌레 밸리캉가스 강사는 미디어 사용을 주제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후 서너 명씩 구성된 조별 토론을 여러 번 거듭하며 답을 직접 찾아가도록 했다. 수업 말미에 학생들은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처벌과 모니터링이 부족해 문제가 심화된다" "익명성이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 등 분석적인 의견을 내놨다.
수업은 토론에서 그치지 않았다. 4학년 수업 멘토를 자원한 4명에 한해선 멘토링 요령 안내가 이뤄졌고, 나머지 학생 10여 명은 수업 내용을 후배에게 어떻게 가르칠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학생들에게 "4학년을 가르칠 방법을 고민해 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실제로 이들은 두 시간 뒤 이어질 초등 4학년 대상 2교시 수업에 멘토로 나설 예정이었다. 선배 학생이 수업 내용을 먼저 배운 다음 후배 학생에게 직접 알려주는 '지원 학생(Tukioppilas)' 방식이다.
'지원 학생' 방식이란 핀란드 전역의 학교와 협업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해온 MLL이 50여 년간 지속·발전시켜온 교수법으로, 오늘날 핀란드 교육 현장 전반에 통용된다. 선배 학생은 멘토로서 교육 내용을 주체적으로 숙지할 수 있고, 후배 학생 역시 교사가 가르칠 때보다 내용을 더 잘 체득한단 장점이 있다.
먼저 배운 7·8학년, 4학년의 선생님 되다

"어제 친구·가족에게 메시지 보낸 사람 있어요? 있으면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보세요."
"어제 TV 본 사람? 디지털 게임한 사람? 있으면 제자리 뛰기 해봐요."
4학년 교실에서 이어진 2교시는 훨씬 친숙하게 진행됐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학생들에게 일상 속 미디어 경험을 묻고는, 놀이 방식으로 아이들의 답을 유도했다.

이후부턴 마찬가지로 "미디어란 무엇일까" "어떤 게 있을까" "안전하게 미디어를 쓰는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학생끼리 의견을 나누도록 했다. 대신 학년이 어린 만큼 밸리캉가스 강사를 비롯해 교내 미디어 담당 교사, 담임 교사, 비정규직 보조교사 등 교사·강사 총 4명이 붙어 어린이들이 서툴게나마 토의하는 과정을 도왔다.
이때 멘토로 참여한 선배 학생 4명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각 조로 흩어지더니 미디어 사용 사례를 생각해내는 걸 어려워하는 후배 학생에게 추가 질문을 던져 답변을 유도했고, 누군가가 단어 의미를 모르면 설명해 줬다. 후배 학생들은 선배의 말을 경청했다.
다만 앞선 1교시와 달리 2교시는 '안전한 미디어 사용 수칙'을 가르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모르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 링크는 함부로 열면 안 된다"거나 "미디어를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MLL이나 긴급번호로 연락하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10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적기"... 위험한 상황도 예방
4학년 학생 일부는 미디어 리터러시나 윤리적 개념을 이따금 헷갈려 했고, 이에 교육을 받기엔 다소 이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밸리캉가스 강사는 "4학년은 미디어 세상에 뛰어들기 직전이거나 초기인 시기"라며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이 아예 없다가 처음 잡히는 때라 교육 효과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10~15세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자들은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출 방법을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알고리즘의 영향력은 눈에 안 보여 설명이 쉽지 않다"며 "그럴 땐 '사탕 꾸러미에서 좋아하는 맛 하나를 꺼냈더니 다른 사탕도 그 맛으로 변하는 것'이란 식으로 쉽게 치환해 설명한다"고 했다.
조기에 이뤄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덕에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때도 적지 않다.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생각보다 꽤 많은 아이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 연락을 해온다'고 하거나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마다 '아동·청소년은 절대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어른에게 말해야 한다'고 말해준다"며 "아이들은 어른이 자신의 미디어 세상을 이해 못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문제 상황만큼은 어른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교권 신뢰' 깊은 핀란드··· "가짜뉴스 정정은 교사의 의무"

이날 1교시 수업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전쟁 관련 가짜뉴스 문제도 잠시 다뤄졌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정치적 이슈와 연결된다고 해서 언급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는 없다"고 했다.
우선 핀란드에서 교권 침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핀란드는 기본적으로 모든 교사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석사 졸업을 한다"며 "교사의 학력 수준이 높다보니 사회 전반에 교직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됐을 때 신속하게 개입하는 게 교사의 의무로 여겨지기도 한다. 밸리캉가스 강사는 "아이들이 접하는 틀린 정보를 정정해 주는 것도 당연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포함된다"며 "가짜뉴스에 노출된 아동이 뭔가를 잘못 판단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이지 않게 하려면 국가와 교육기관, 가정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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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핀란드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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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대책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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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나이넨=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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