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로 뭉친 앙숙... 중국·인도 관계, ○○에 달렸다 [세계는 왜?]

이정혁 2025. 9.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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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율관세에 SCO서 손잡은 중국과 인도
양국 관계 핵심은 100년 넘게 이어진 '국경분쟁'
카슈미르와 아루나찰프라데시서 무력 충돌 이어
"트럼프, 美 중국 견제 망쳤다" 비판 나오지만
"일시적 협력일 뿐 중·인 밀착 어렵다" 분석도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5월 9일부터 격주 금요일에 만날 수 있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인도정부 언론정보국(PIB) 제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을 찾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가 간 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인 양국이 선린우호적 동반자가 돼 용과 코끼리가 춤추는(龍象共舞·중국과 인도의 우호적 관계를 표현) 모습을 실현하자"고 말했습니다. 모디 총리도 "두 나라는 파트너이지 적대 관계가 아니다"라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화답했습니다.

전통적인 앙숙 관계인 중국과 인도 정상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자"고 하는 모습,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두 나라는 5년 전만 해도 국경에서 '쇠파이프 전쟁'을 주고받은 사이입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2020년 양국 관계 악화 이후 중국 방문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던 두 나라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배경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고율관세를 부과받으며 동병상련이 된 양국이 손을 잡고 나선 겁니다.

중국은 4월 미국과 한때 100%를 넘는 보복 관세를 주고받았다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무기로 사용해 이를 30%까지 낮췄습니다. 인도는 25% 상호관세에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이유로 징벌적 관세 25%까지 부과받아 총 50%의 관세 폭탄을 맞았습니다.

이번 변화로 인도의 국제 전략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와 '표면적인 협력'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과연 두 나라의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관세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 동맹에 불과한 걸까요?

시각물_세계는 왜

100년 전 국경 분쟁이 아직도

중국-인도 간 국경분쟁지대. 그래픽=강준구 기자

현대 중국-인도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1910년대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 놓여있었고,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혼란기에 빠진 상황이었습니다. 신해혁명 이듬해에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티베트가 혼란상을 틈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확인받고 싶었던 티베트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원했던 영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영국은 티베트 독립의 후원자를 자처합니다. 이후 영국은 티베트와의 협상 아래 1914년 인도-티베트 간 경계선을 획정짓습니다. 이 국경선은 당시 영국 측 외교 대표 헨리 맥마흔의 이름을 따 '맥마흔선'이라 불립니다.

한편 히말라야산맥 오지의 동부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이미 국경 분쟁의 씨앗이 자라난 지 오래였습니다. 1841년 인도의 잠무카슈미르 번왕국과 티베트가 전쟁을 벌였는데요, 이때 양측이 체결한 평화 합의인 추슐조약에는 "기존 국경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영국은 이후 티베트의 종주국인 청나라에 국경 획정을 요구했지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청나라는 이를 잊어버리고 맙니다.

인도는 맥마흔선과 추슐조약을 모두 효력을 가진 국가 간 합의로 간주합니다. 반면 중국은 티베트가 독립국인 적이 없다는 입장에 따라 일개 지방정부가 외국과 합의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티베트가 사실상의 독립을 유지한 1950년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해 다시 인근 지역의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계속 이어져온 무력충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지난 7월 인도 다람살라에서 본인의 90세 생일을 맞기 전날 행사에 참석해 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을 떠나기로 결정했는데 이때 인접국인 인도가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를 받아들이면서 중인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람살라=AP 연합뉴스

두 나라 사이의 국경 분쟁은 1960년대에는 전쟁으로 치닫습니다. 1959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민족 봉기 끝에 망명정부를 이끌고 중국을 떠났는데, 인도가 이들의 망명을 받아들이면서 분쟁이 악화되기 시작했죠. 양국 국경 지대에 배치되는 병력이 점점 늘어났고 산발적인 충돌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중국은 1962년 10월 카슈미르와 아루나찰프라데시(중국명 남티베트) 지역을 포함한 전체 양국 국경에서 기습 침공을 감행합니다. 한 달간의 전쟁은 막대한 병력을 투입한 중국의 승리로 끝났고 중국은 카슈미르 동부의 악사이친 지역을 점령하게 되죠. 그러나 국경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전쟁이 양측의 휴전 협상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인 휴전 통보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이후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의 경계를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으로 삼고 현상 유지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국경 분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부상한 21세기에는 두 차례의 국경 충돌을 겪으며 다시 비화됐습니다. 2017년과 2020년에는 양측 군인 간 무장 충돌이 발생해 양국 관계가 파탄 수준에 가까워지기도 했죠.


미국의 '전략적 실패'?

지난달 30일 인도 뉴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 25%, 러시아 석유 수입으로 인한 징벌 관세 25%를 합쳐 총 50%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뉴델리=EPA 연합뉴스

미국은 국경을 둘러싼 양국의 깊은 골을 파고들었습니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아시아 지역 주요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최근까지 이어졌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07년 만든 안보 협력체 쿼드(Quad) 회원국에 미국과 일본, 호주에 더해 인도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이러한 협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등 협상에서 완강히 저항하는 인도를 향해 상호 관세 25%를 부과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며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도왔다는 명분 아래 25%의 추가 관세까지 매겼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은 시 주석은 관세로 곤란해진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정성을 기울여, 결국 SCO 정상회의에서 화합의 분위기를 이끌어냈습니다.

미국에서는 장기적 전략 실패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적 대안이었지만 트럼프는 그걸 끝내버렸다"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에서 "중국과 같은 거대한 적 앞에서는 동맹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 방식'을 비판했죠.


문제 해결된 건 아니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장에서 자국 국기 앞에 서 있다. 톈진=타스 연합뉴스

다만 인도로서도 중국을 완전히 믿고 함께 손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양국이 국경분쟁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만큼 양국의 이번 접촉이 일시적인 움직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시인홍 베이징인민대 석좌교수는 지난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중국 관계 안정화에는 트럼프의 도움이 컸다"면서도 "(중국과 인도 사이의) 주요 문제와 분쟁, 양국 간 심리적 적대감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한 '일탈적인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도는 국경 분쟁의 해결을 중국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삼으려는 듯합니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차관은 지난달 31일 모디 총리와 시 주석과의 회담 직후 "모디 총리가 양국 간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필수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인도가 중국 주도의 반(反)미국 전선에 합류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양국이 협력하기 위해서는 국경 분쟁 해결이 필수적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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