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특곰탕과 직장 내 괴롭힘

얼마 전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곰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나는 특곰탕을, 다른 변호사는 보통 곰탕을 시켰다. 코리안 패스트푸드답게 곰탕은 1분도 안 돼 나왔는데 보자마자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내가 시킨 특곰탕의 고기 양이 내 앞의 보통 곰탕보다 적어 보였고 옆자리의 같은 특곰탕보다도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특곰탕이 맞게 나왔는지 물었다. 직원은 "저울로 그램수를 재기 때문에 맞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해줬다.
억울했다. 누가 봐도 고기 양이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보다 큰 특곰탕 그릇이었지만 고기는 얇게 깔려 있었고 내 앞의 보통 곰탕보다 적은 게 눈으로도 확연히 보였다. 수저로 국물을 휘저어보니 아래에 깔린 밥은 거의 두 공기 넘게 어마어마한 양이었고 바닥에 혹시 있을지 모를 고기를 찾아봤지만 국물에 부푼 밥알만 둥둥 떠다녔다.
직원에게 재차 확인을 요청해 '서비스'로 고기를 더 받았지만 마음은 이미 다친 상태였고 나는 진상손님이 돼 있었다. 보통 곰탕을 주문한 앞 자리의 변호사 선배는 메뉴판에 곰탕과 특곰탕 고기의 무게가 특정되지 않았으니 항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옆의 변호사는 곰탕과 특곰탕 구분은 고기가 아니라 밥의 양 차이가 아닐까라는 신비로운 논리를 펴기도 했다. 곰탕과 특곰탕은 3000원의 가격 차이가 있었다. 곰탕집 직원보다 동료 변호사들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는데 그들은 말하자면 '말리는 시누이'로 보였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고 과연 변호사들의 대화답다며 혀를 끌끌 찼다. "진짜 고기가 없네"라고 편들어주거나 "그냥 먹어" 정도로 상황을 모면하면 될 텐데 컴플레인이 정당한지 따지기 위해 근거(메뉴판의 고기 양)나 연원(밥이냐 고기냐)을 따지는 점이 변호사답다는 것이다.
친구는 좋은 변호사라면 사건에 임할 때도 법리를 따지기 보다 의뢰인의 고충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상한 조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경청할 만한 대목이었다. 내가 진행하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들에 비춰볼 때 이 조언은 의뢰인과 변호사 두 입장에서도 적절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들을 살펴보면 피해자들은 처음엔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처벌을 바란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 대한 원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면서 조사나 판단을 잘못하거나 2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험의 부재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상사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에서 회사 측 입장에 따라 편파적으로 일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괴롭힘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인사담당자를 피고로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괴롭힘 가해자만큼이나 '말리는 시누이' 역의 인사직원에 대한 원망과 울분이 그들을 상대로 소송에 이르게끔 한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근로기준법은 괴롭힘 신고를 접수했을 때 사용자가 지체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할 것을 의무로 정했는데 이때 인사팀이나 법무팀에 괴롭힘 전임 담당자를 두거나 처음부터 사건을 조사할 때 외부 전문가가 처리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두 번째 교훈인 변호사의 자세를 생각해본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실제 상담해보면 가해·피해사실을 일도양단식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 회의적인 변호사로서 객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당사자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의 괴롭힘 성립요건에 대비해 법률적 판단을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지만 사건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사정에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이 사건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을 특곰탕 사건에서 배웠다.
양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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