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 치닫는 강릉…도암댐 물이 마지막 희망[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5. 9. 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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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에 물을 붓기 위해 하천에서 물 긷는 살수차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시 가뭄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4일 13%대까지 떨어지며 지역 주민 18만 명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당국은 소방차·군 차량·해경 함정까지 총동원해 급수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물길을 트는 단기 대책으로 평창 도암댐 물을 오봉저수지로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시민들의 일상


강릉시는 이미 수영장과 공중화장실을 폐쇄했다. 공공 체육·숙박시설도 문을 닫았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하루 0.3~0.4%씩 감소하는 탓이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3일 하루에만 군부대와 소방, 민간 임차 살수차 258대를 투입해 7456톤(t)의 물을 오봉저수지에 부엇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해경의 5000t급 독도경비함까지 투입돼 600t의 물을 실어 나르는 등 전례 없는 총력 대응이 이어지고 있으나, 시민들의 생활용수 수요인 하루 8만5000t에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급수난이 이어지자 강릉시는 비상 조치로 218만 병의 생수를 조기 배부하기 시작했다. 1인당 12ℓ씩 지급해 하루 2ℓ 기준 6일간 버티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재난특별교부세 5억원을 투입해 대형 지하수 관정과 양수펌프장 설치에 나섰다. 그러나 원수 확보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시민들은 단수 공포 속에서 물 아끼기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가뭄의 복합적 원인


강릉의 가뭄은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형과 기후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백두대간 동쪽에 자리한 강릉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수분이 소실되는 ‘푄 현상’의 영향으로 원래 강수량의 편차가 큰 지역이다. 올여름 강릉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36% 수준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태풍 북상이 줄어들면서 물 공급이 부족했다. 태풍은 평소 영동 지역에 많은 비를 가져와 물 부족을 완화했으나, 그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기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동 지역의 물 부족이 상시적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단기 해법으로 도암댐 물길 트기가 유일


전문가들은 당장 문제를 해결할 대책으로 평창 도암댐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끌어오는 방안을 꼽고 있다.

강릉시 오봉저수지와 평창 도암댐 간의 직선 거리는 15.4km다. 과거 도암댐은 수력 발전을 위해 오봉저수지로 물을 방류했었다. 그러나 수질 오염 문제로 인해 20여년간 방류가 중단된 상태다.

도암댐은 비교적 풍부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하 관로를 통해 오봉저수지에 물길을 트면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이미 방류를 전제로 수질 검사 등을 하고 있다.

강수량의 감소로 수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는 길은 빗물을 저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 같은 방법을 잘 활용한 사례가 강릉시 이웃의 속초시다. 속초시는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쌍천 지하 암반에 지하댐을 건설했다.

지하댐은 비가 오면 지하로 스며드는 물을 가두어 필요 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번 가뭄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 강릉 역시 단기 대책으로 도암댐 유입, 장기적으로는 지하 저수댐 건설을 제안한다.

장기적 해법은 광역 수자원관리체계 구축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영서 지방의 댐과 영동 지방을 연결하는 광역 수자원 관리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특정 지역의 저수지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이미 추진 중인 광역 상수도 체계처럼, 강원 동서 간 물길을 연결하는 종합 계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가뭄 때마다 땜질식 대책을 반복하는데, 이제는 근본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도암댐 연결은 단기적 처방으로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강원 전역의 물 자원을 하나의 그물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증 속 희망은 남아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연대와 인내로 위기를 버티고 있다.

상인들은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영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메뉴를 조정하고, 학교와 병원은 재활용수와 빗물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극한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암댐 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강릉시는 “도암댐 물길 트기 협의가 조속히 결론 나야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며 “단기·중기·장기 대책을 병행해 다시는 이 같은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극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강릉 시민들의 마지막 희망은 이제 도암댐 물길이 열리는가에 달려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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