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00만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 벌써 200만

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청사포 정거장. 2020년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만든 해변 열차다.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4.8㎞를 오간다. 열차 위로는 승객 4명이 탈 수 있는 ‘스카이캡슐’도 다닌다. 해변 열차가 정거장에 도착하니 승객 80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절반이 외국인이었다. 중국에서 온 윤홍화(26)씨는 “요즘 샤오훙슈(중국의 SNS)에서 스카이캡슐이 진짜 유명하다”며 “해변을 달리는 열차 안에서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라고 했다. 해변 열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승객 170만명 중 76만5000명(45%)이 외국인이었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한복 입은 외국인 관광객 100여 명이 마을 입구를 가득 메웠다. 한국인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대만에서 왔다는 황신팅(22)씨는 “알록달록한 집과 바다가 너무 예쁘다”며 “유럽 마을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동네 주민 김모(72)씨는 “맨날 보는 달동네에 이렇게 외국인이 몰릴 줄 몰랐다”며 “청년들이 떠나 노인과 바다밖에 없는 도시라고 했는데 이젠 외국인들로 매일 시끌벅적하다”고 했다.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올 1~7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3466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인구 300만 부산에 벌써 2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것이다. 올해 300만명을 넘어설 기세다.
이들은 왜 부산을 찾았을까?
김기헌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K팝, K푸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며 “2번, 3번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이제는 부산, 경주, 제주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K관광의 저변이 확대된 결과라는 것이다.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정민씨는 “서울 관광을 마친 뒤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에밀리(17)양은 “서울이 마드리드라면 부산은 바르셀로나와 비슷하다”며 “멋진 바다와 맛있는 음식, 싼 물가가 서울과 다른 부산의 강점”이라고 했다.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야경 사진을 보고 싱가포르나 홍콩을 떠올렸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올해 부산을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인은 대만인이었다. 37만명이 부산을 찾았다. 중국인(31만명), 일본인(26만명), 미국인(14만명)보다 많다.

2023년 25만명이었던 대만 관광객은 지난해 50만명으로 2배가 됐다. 중국인을 따돌리고 처음 1위에 올랐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을 많이 찾던 대만인들이 부산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들은 “돼지국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바이한(29)씨는 “돼지국밥 생각이 나서 부산에 또 왔다”며 “평소 즐겨 먹는 우육면과 비슷하면서도 국물이 진해서 더 맛있다”고 했다.
부산관광공사가 최근 대만 관광객 1만57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선호하는 부산 음식’ 설문조사에서도 돼지국밥이 67%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부산어묵(37%)이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대만에는 돼지국밥과 비슷한 국물 요리가 많다”며 “그래서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과 대만을 오가는 직항편도 많이 늘었다. 에어부산, 중화항공 등이 항공편을 잇따라 열면서 하루 9편이 부산과 대만 타이베이·가오슝 등을 오간다. 타이베이에서 1시간 45분이면 부산에 도착한다.
부산시는 2023년 내놓은 ‘비짓부산패스’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5만5000원(24시간권 기준)짜리 패스를 사면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엑스더스카이 전망대, 송도해상케이블카 등 39곳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올 상반기 17만4000장이 팔렸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침체된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서면시장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조서연(63)씨는 “요즘은 손님 10명 중 3명이 외국인”이라며 “외국인 손님 덕분에 먹고산다”고 했다. 그는 “영어·일본어·중국어 메뉴판도 만들었다”고 했다.
과제도 있다. 부산관광공사가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광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점이었지만 재방문 의사는 3.9점에 그쳤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붐을 이어가기 위해선 재방문율을 높여야 한다”며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온 핀옌(24)씨는 “부산역이나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관광지에 찾아가기가 어렵다”며 “대부분 우버나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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