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성애 법으로 보호’ ‘비동의 간음죄’ 정부 입장인가

조선일보 2025. 9. 5. 0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간음죄(강간죄)에 대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고, 비동의 간음죄 문제는 “법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성적 정체성 등 모든 분야에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2007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래서 민주당은 그동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 “방향은 맞지만 이걸로 논쟁이 심화하면 당장 할 일을 하기 어렵다”고 했고, 당선 이후에도 “지금은 민생이 더 시급하다”며 거리를 뒀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비동의 간음죄는 강간죄 요건을 현행 폭행·협박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화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법을 바꾸면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처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 역시 성폭력 처벌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합의한 관계라도 사후에 무고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윤석열 정부 때 여가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가 법무부 반대로 9시간 만에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도 2024년 총선 때 이 문제를 10대 공약에 넣었다가 “실무적 착오였다”며 철회했고,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간음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매우 큰 사안이다. 각 정당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집권당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해당 부처 장관은 반복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다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원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간음죄가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그런 뜻이 아니라면 지명은 재고돼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