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최상위 국정과제이던 ‘고용 창출’은 어디로 갔나
임금과 세금을 올리면
일자리·투자가 희생된다
기업을 옥죄고
미래 없는 정책만 펴는데
투자가 제대로 되겠나
출범한 지 몇 달도 안 된 이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15~29세 인구 중 취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실업자로 계산되지도 않는 “그냥 놀았다”는 인구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50만명을 넘겼다. 실업자 중 25~29세의 비율이 20.3%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청년 고용이 위기다.
2000년대 들어 늘 최상위 국정 과제였던 고용 창출의 행방이 묘연하다. 코스피 5000을 표방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을 독려하는 정책으로 주가를 높일 때는 청년의 미래를 일자리가 아니라 주식 투자로 해결하려는 건가 생각했는데, 내년도 세제 개편안으로 기를 꺾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기업이 번 돈의 배분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물 투자를 최하위에 두는 일련의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번 돈의 배분에서 임금은 최우선권을 가진다. 여기서 정부의 세금을 떼고 나면 주주의 몫이다. 임금과 세금을 올리면 주주의 몫인 배당 가능 이익은 줄어들고 주가는 올라가기 어렵다.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은 배당보다 더 후순위다. 노동자와 국가와 소액주주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희생된다. 차입과 증자에 의한 재원 조달 능력도 훼손된다.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 제한으로 시작한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까지 추가됨으로써 기업의 투자 의욕은 결정적으로 꺾이게 될 것 같다. 사업장 내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대체 근로 허용, 52시간 노동시간 규제에 융통성 허용 등 경영계의 호소는 모두 외면당했다. 그 이전에도 법 규정으로 약속한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 없이 저질러진 정년 연장, 16.4%·10.9% 인상에 주휴수당 효과 20%까지 감안하면 2년간 55%를 올린 최저임금의 폭주, 대법원에 의한 통상임금의 개념 확대와 최근의 고정성 제외 등 입법·사법·행정부가 번갈아 가면서 기취업자 편만 들어 투자 부진을 초래한 위에 노란봉투법이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이어서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입장은 무시하고 배당과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더 관심이 있는 재무적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의 편만 드는 일련의 상법 개정안 시리즈가 이어졌다. 금융회사가 돈 좀 벌면 상생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의 몫을 떼어서 영세 자영업자 연명에 쓰는 것을 서슴지 않는 관행, 탈원전 때문에 초래된 전기 요금 인상을 가계보다 기업에 더 부담시킨 것, 모두가 투자 활성화에는 악재다.
치명타는 미국의 투자 강요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 투자 약속이 3500억달러인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기업들이 약속한 1500억달러는 ‘추가’로 봐야 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나누어 하더라도 한 해에 140조원인 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고 나면 연 180조원 수준인 국내 투자는 어떻게 될까? 기업의 입장에서 국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변명할 수는 있게 된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노동자·정부·소액주주의 몫을 늘리고 투자의 몫을 줄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최근 있었던 일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해도 일부만 편파적으로 도입된다면 그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노조와 소액주주에게 칼을 건넬 때는 경영 책임을 진 쪽에도 최소한의 방패를 건네는 것이 순리다. 경영권 방어 수단의 강화, 사업장 점거 쟁의행위 금지, 대체 근로 허용 등 실물 투자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입법도 서둘러 주면 좋겠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해낸 정부가 아직 없었던 것은 이 정부에는 기회다.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고 공유 경제, 자율 주행, 원격 진료 등 혁신적인 사업이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면 큰 성과가 날 것이다.
한 수만 내다보고 바둑을 두는 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그런데 그동안 했던 일, 있었던 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을 다 모아서 한번 생각해 보라. 이러고도 젊은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그렇게 기업을 옥죄기만 했는데도 기업의 대탈주는 일어나지 않았고 국가 채무가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국가 신용 등급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일이 벌어질 때까지 계속 실험해 볼 작정인가? 일단 거기까지 가면 도로 주워 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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